간밤 비가 제법 오더니 장성 독거 기숙처인 하남정사 배롱나무가 이 꼴이 났다 하면서 오늘 아침 독거가 저 사진을 증거로 제시했으니 난 아무 잘못 안했는데 지가 스스로 뿌사졌다 이런 오리발 아니겠는가?
배롱은 지금 한창 만개하는 시즌이라 그제 비온 직후 남영동 사저 인근 빗물 잔뜩 머금은 배롱 꽃이다.
만개한 배롱이 물 잔뜩 머금은 무게가 얼마나 될지 추산하면 적지 아니할 것이요 저 장성 독거 배롱 역시 그 무게 견디지 못하고 팍싹했다.
저 배롱이 얼마나 단단한가 하면 목도장 파는 주된 도구가 실은 배롱이라는 사실이 우뚝 하게 증언한다. 그만큼 강한 나무요 더구나 하남정사 저 배롱은 사람으로 치면 청년기에 해당한다.
그런 배롱도 여지없이 붕괴했다.
한데 우리가 더욱 주시해야 할 대목은 저 독거 구순 어른께서 지난 봄 아드님 기숙하는 저 배롱을 지칭해 이런 말씀을 하셨다는 그것이다.
수형 예쁘게 키우려면 가지를 무참할 만큼 자르라!
저 말씀 문화재 현장, 특히 천연기념물 노거수 현장에서는 새기고 또 새겨야 한다.
저 말을 원용하면 노거수를 오래 보존하려면 그 생육 지지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는 가지들은 무참히 잘라내야 한다.
하지만 현장은 어떤가?
금지옥엽 이파리 하나까지 상할쎄라 지지대 공구고 영양주사 놓고 난리 버거지다.
근자 서울 성균관 문묘에선 그 참사가 일어났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대성전 마당 두 은행나무 중 한 그루 나무지지대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그만 큰 가지 하나가 자끈동 부러져 바닥에 패대기를 친 것이다.
일이 터지자 문화재청에선 지지대 교체시 새로운 지지대를 바친 상태서 해야 하는데 이 안전수칙을 지키지 아니했다 해서 공사를 담당한 업체와 종로구청 담당자를 아주 작살을 낼듯 엄포를 쏘아댔으니
수백년 묵은 은행나무가 그래 비가 온 직후 겨우 지지대에 기대 연명치료하다 스스로 목숨을 마감한 일이 어찌 처벌 대상이란 말인가?
노거수를 지키려거든 지지대를 설치할 것이 아니라 외려 과감히 가지를 쳐 내야 한다.
어줍잖은 보호론이 지킨다는 노거수를 옥죄고 있다.
천연기념물 노거수 보호 혜안은 어줍잖은 식물학 교수들이 아니라 장성 구순 노인한테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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