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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출타 두 달 만에 직접 지은 밥을 먹으며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4. 12.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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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안치고 고기를 구웠다.


작년 로마한달살기는 에어비앤비를 통한 아파트 임대였으니, 밥은 최소 하루 두 끼는 집에서 해 먹었다. 

쌀 한 가마니 사다놓고, 간단한 밑반찬만으로 하는 방식이었지만 그런 대로 괜찮았고 무엇보다 가스불에다가 밥을 하는 재미가 아주 쏠쏠했다. 

밥이 익어가는 그 모습이 그렇게 나는 좋다. 물론 가마솥밥은 아닐지언정, 적당히 밑이 눌어 숭늉까지 덤으로 챙기니 그 재미가 쏠쏠했다.


인덕션 불조절에 애를 조금 먹었다.


이런 아파트 임대가 두 달을 이제 꽉 채운 이번 여행에서 처음은 아니다.

아테네에서 두어 번 그렇게 하기는 했지만 유감스럽게도 이틀 사흘 정도씩이었으니 그럴 계제가 아니었다. 


밥이 참 잘됐다. 딱 봐도 그리 보이잖아?


오늘 시칠리아로 들어오면서 이곳에서는 12일까지 보내야 한다.

예약을 내가 안 했으므로 호텔인 줄 알았지만 아파트였다.

차라리 잘됐다 싶었다. 잽싸게 인근 식료품 가게 가서 필요한 것들을 챙겼다.

작년 로마생활에서는 모든 부엌도구 다 갖추었지만 여긴 돌아보니 밥 해먹을 냄비는 있는데, 밑반찬 요리에 필요한 식용유가 없었다.


꿀맛이었다. 적당히 눌은 밥은 숭늉을 만들었다.


그래서 실은 쌀보다 올리브 오일을 먼저 장만해야 했다.

작은 통에다 파는 식용유는 없고 죄다 우리네 그 식용유 대병에 파는 그것이었으니 선택의 여지가 없어 골랐으니, 이건 남겨두면 뒷사람이 쓰지 않겠는가?

그러고선 쌀을 찾았다. 쌀 역시 문제가 분량이라, 5일치 하루 두 끼를 먹는다 했을 때 그에 어울릴 만한 분량으로 팔지는 않으니,

이 역시 많이 남겠지만, 이 역시 뒷사람을 위해 남겨두고 가면 된다. 


숭늉 끓이는 중


그리고선 혼자 식사에 필요한 계란과 삼겹살 비슷한 육류, 그리고 햄 한 덩이를 샀으니, 이것만 소금쳐서 요리해도 혼자 식사는 너끈하다.

김치가 문제지만, 그 대용으로 올리브 저린 한 통 사고, 오이지가 보이기에 것도 한 통 사왔다.

오이지는 문제가 따까리를 딸 수 없어, 내일 마른 손으로 다시 한 번 시도해 보련다.


햄 동그랑땡은 내일


국이 문제인데,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걸 해결할 마뜩한 방법을 나는 찾지 못했다.

여기 양념을 잘 다루면 비슷한 맛이 나기는 할 테지만 내가 아는 바가 없으니,

내일은 파 한 단에다 다마네기 두어 개서 사서 소금간만 맞추어 국을 만들어 보려 한다. 

작년 로마는 가스불이라, 이 재미가 실은 좋지만, 여기는 인덕션이라, 처음에 작동법을 몰라 애를 태웠다.

이 인덕션은 내가 익숙하지 않아서 어느 만큼 불을 넣어야 할지 간을 보다가, 이내 적응은 했다. 


이 쌀은 다 먹고 가야겠다.


그렇게 한 밥. 꿀맛이 따로 없다.

쌀 종류를 내가 모르지만, 우리랑 가장 엇비슷하게 보이는 것을 골라 왔는데, 우리 쌀 같은 그런 맛이 나서 좋았다. 

여기 있는 동안 앞으로 사흘은 아침저녁은 밥을 해먹게 됐다. 

실은 이런 여행을 하고 싶었으나, 그리스는 이 여건이 될 수가 없었다. 

이제 한달살기니 석달살기니 하는 시대는 종언을 고한다.

앞으로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올리브 식용유는 작은 병을 팔면 좋겠다.


내가 안 가본 데가 중남미라 혹 거기를 여행할 일이 있다면 그것 하나 남았으며, 이젠 조금 긴 여행이라 해도 열흘 안팎으로 잡으려 한다. 

거푸 이렇게 한 이유는 실은 갑갑함이 좀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제 터널은 빠져나올 때가 되었으니 이걸로 그 분노들은 접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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