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探古의 일필휘지

타이베이 국립고궁박물원 찍먹 감상기(1)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4. 1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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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원 들어서며

 
세계 3대 무엇무엇, 5대 무엇무엇, 7대 무엇무엇이란 표현을 요즘도 사람들은 곧잘 쓰곤 한다.

사실 그게 살아가는 데 무슨 의미가 있나 싶지만, 그래도 그런 '귀한 것'이 '우리'에게 있다면 참 가슴이 벅차오르고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가는 게 세상 이치인 모양이다.

어쨌건 그런 '세계 5대 박물관' 중 하나라는 중화민국(대만) 타이베이 국립고궁박물원에 다녀왔다(나머지는 영국 영국박물관, 미국 메트로폴리탄박물관, 프랑스 루브르박물관, 러시아 에르미타주박물관, 이집트 구 이집트박물관, 바티칸시티 바티칸박물관...중 넷을 꼽는다 한다).

타이베이시 중심가에 있으면 좀 편했으련만, 아쉽게도 시내에서 버스타고 한 한 시간 정도를 가야 나온다.

제법 높은 빌딩이 많은 시내를 지나 외곽으로 가다 보면 우리네 지방 소도시 같은 분위기의 스린(야시장으로 유명한)이 나오고, 거기를 지나면 한적한 전원 느낌이 나는데 뜬금없이 대학 하나가 나온다.
 

손문 상

 
이름이 동오東吳대학이라기에 손권이 설립한 줄 알았는데, 1900년에 들어선 꽤 유서깊은 대학이란다.

근대 중국의 대철학자 전목錢穆(1895-1990)이 만년을 보낸 집이 근처에 있다는데 차창 너머로도 잘 보이지 않아 아쉬웠다.

잡설을 좀 늘어놓다보니 고궁박물원이다. 

산기슭에 터를 잡은 건물들이 과연 자금성의 그것과 닮았는데, 습기 때문인지 겉은 조금 추레해보이지만 거기 속아넘어가선 안된다. 

안에 들어가면 박물관이란 공간의 위엄이 훅 드러나기 때문이다.
 

옥기류

 
'고궁박물원'이란 이름을 지은 이, 중국 혁명의 아버지 손문(1866-1925) 동상이 지하 1층에서 관람객을 맞는다.

그 앞에서 예약한 가이드를 만난다.

첫 방문인데다 혼잡할 걸 감안하고 (선호하지 않는) 가이드투어를 신청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잘 한 것 같다.

어떤 부분에 힘을 주는지, 관람객에게 유물 설명하는 팁을 새삼 배웠다고 할까.

중국 본토 박물관도 그랬지만, 여기도 시대순이 아닌 주제별 전시실 구성을 택했다. 

옥기와 청동기 정도가 그나마 선사시대에 가깝다고 할까. 

전시 디자인이나 전시품 고정법 같은 건 별로 낯설진 않았다. 

색대비를 고려한 카드와 패널도 그렇고...
 

이 동경은 일본에서 주로 출토하는 삼각연신수경 느낌이 짙다.
봉니
저쪽에서는 흔해 빠진 은주 시대 청동기물

 
설명카드 자체엔 유물 프로필만을 넣고, 설명은 따로 만든 카드에 (그것도 꽤 간명하게) 적었는데 그 수가 적다. 

가이드 말에 따르면 장개석(1887~1975)이 대만으로 피난올 때 유물은 챙겨왔는데 입수내력이 적힌 목록이나 문서는 대부분 두고 왔단다.

그것이 '문혁' 때 사라졌다고.

그래서 작품의 내력을 적은 카드가 적은 것이라는데...글쎄.

옥벽이니 세발솥이니, 설렁설렁 본 것 같았는데도 한 시간이 후딱 지났다. 
 

느닷없는 소동파

 
잠시 쉬는 시간을 줬는데, 하필 그 옆에서 벼루 테마전을 하는 게 아닌가? 
들어가보니 우리 친구 동파 소식(1036-1101) 선생이 계신다.

그가 쓴 것으로 추정되는 단계석 '종성연'과 그의 초상이 새겨진 벼루가 딱 있는 게 아닌가.

이를 필두로 화려하게 펼쳐지는 벼루의 향연을 보며, 글쓰는 사람이면 누구나 할 법한 생각에 이르렀다.

"아, 저 벼루에 먹 한 번 갈아서 글씨 써보면 소원이 없겠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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