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못본 구라파 유람기》 (9) 뼁끼칠 마을 부라노(2)
미어터지는 베네치아를 들이칠 한국 관광객
근자 보도를 보니, 인천과 베네치아를 운항하는 아시아나 직항이 생긴 모양이다. 이에 의하면 지난 5월 1일을 시발로 주 3회, 곧 화·수·금 일정으로 베네치아에 신규 취항한다는 것이다. 이에 즈음해 이 항공사는 오는 8월 30일부터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도 주 4회 화·목·토·일 여객기를 보낸다고 한다. 이 두 노선에는 B772 항공기를 투입된다.
퍼스트클래스 좌석을 없애고 비즈니스·이코노미 투 클래스 체제로 전환한 기종이며, 비즈니스클래스는 180도로 펼 수 있는 침대형 좌석 '비즈니스 스마티움' 좌석으로 업그레이드했다는 것이다.
이전까지 이탈리아를 오가는 직항은 로마와 밀라노 공항 두 군데 밖에 없었다니, 가뜩이나 이탈리아라고 하면, 로마를 빼고는 피렌체와 더불어 한국인 사이에서는 죽기 전에 가보아야 할 곳으로 꼽히는 베네치아는 더욱 한국인이 넘쳐나는 도시가 될 것이거니와, 직항 개통 이후 그런 면모를 내가 직접 확인할 수 없지만, 직항 이전에도 이미 그랬던 곳이 오죽할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한데 주시할 대목은 그만큼 베네치아 현지는 몰려드는 관광객으로 몸살을 앓는다는 베네치아 현지 소식이 줄기차게 전해진다는 사실이다. 지난 3월 30일 연합뉴스가 전한 '伊 베네치아 관광객 급증에 출입통제 검문소까지 등장'이라는 제하 기사를 보건대, 밀려드는 관광객으로 몸살인 베네치아가 관광객 출입통제를 위해 검문소까지 설치했다고 영국 일간지 《더타임스》가 전했다는 것이다.
이에 의하면 이보다 이틀 전인 28일 베네치아로 통하는 출입 지점 2곳에 회전문으로 된 검문소가 설치됐다고 한다. 베네치아를 찾는 인파가 관리가 어려운 수준으로 많아지면 현지 주민만 통과를 허용하고, 관광객은 베네치아 중심부인 산마르코 광장으로 이어지는 다른 다리를 통해 가도록 할 방침이라는 것이다.
루이지 브루냐로 베네치아 시장은 "이는 그 역사적인 중심가를 폐쇄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우리는 혼잡을 줄이기 위해 일부 경로를 차단, 밀려드는 인파를 관리하기를 원할 뿐"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여타 도시가 관광객을 끌어들이지 못해 환장인 판국에 왜 베네치아는 통제에 나섰는가. 계속 보도를 따라가면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임대료 상승 등으로 정작 이곳 주민들은 일상에 심대한 위협을 받는 중이다. 매년 2천만 명에 달하는 관광객과 함께 거대 기업이 투자하는 호텔과 레스토랑 등이 몰려들면서 정작 전통 상점과 공방은 급속히 밀려나기 시작했다.
이에 베네치아에는 '관광객은 꺼져라'라는 문구가 담긴 전단이 도심 곳곳에 배포되는가 하면 관광객에 반대하는 시위도 이어진다고 하거니와 내가 갔을 적에 이런 전단이나 시위는 볼 수 없었음이 안타까울 뿐이다.
관광이 얼마나 이 도시엔 고통이 되는지, 지난 세기 17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이곳 인구는 근자엔 5만3천 명으로 급감한 상태라고 한다.
이를 토대로 하는 비슷한 소식은 조선일보 지면을 타기도 했다. 지난 5월 10일자 이 신문 '베네치아에 관광객 검문소, 왜?'라는 파리특파원발 보도를 보면 인구 5만명으로 급감한 이 도시에 연 관광객은 2000만명이라 현지 주민들은 물가와 임대료 올라 못산다 아우성이라 하거니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과 스페인 팔마 등도 같은 고민에 처한 도시들이 관광객 유입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을 인용한 이 보도를 보면 관광객이 몰려들면서 물가 상승과 도시 혼잡이 발생해 삶의 질이 떨어져 그런 주민들 사이에서는 '투어리즘 포비아(관광공포증)' 혹은 '오버투어리즘 overtourism'이 번진다는 것이다.
스페인 일간 엘파이스에 따르면, 마요르카섬 최대 도시 팔마는 7월부터 마요르카 주민이 아닌 사람에게는 아파트 임대를 금지하는 제도를 시행할 계획이거니와, 이에 의하면 관광객이 단기로 아파트를 빌리는 방식으로는 머물 수 없게 만든다는 것이다. 어기는 집주인은 최대 40만유로(약 5억1000만원) 벌금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제도를 도입한 이유는 몰려드는 관광객이 아파트 임대료를 천정부지로 올려놓았기 때문이라고. 엘파이스에 따르면 "2015년부터 2년 사이 팔마의 아파트 임대료는 40% 올라 주민들이 생활고를 겪는 중이다.
지중해 휴양지인 마요르카를 찾는 관광객은 연간 1000만명에 달한다. 그 전해 바르셀로나를 비롯한 스페인 주요 도시에서는 '반反관광객'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는 것이다.
관광객 통제를 위한 베네치아 결정에 같은 이태리 나폴리 인근 휴양지인 카프리섬 역시 성수기에 관광객 출입을 통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여의도 3배 크기인 카프리섬(10.4㎞)엔 연간 200만명에 달하는 관광객이 찾는다. 암스테르담은 지난 4월 이래 밤 11시 이후 홍등가 관광을 금지하기도 했다.
성性 산업 종사자들이 "지나치게 많은 관광객이 찾아와 구경거리가 된 느낌"이라며 시 당국에 민원을 제기한 결과라는 것이다. 나아가 수려한 경치로 인기를 끄는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 성곽'은 2016년부터 하루 방문객을 4000명으로 제한하기 시작했다.
그런 베네치아에 인천과 연결하는 직항로가 개설되었으니, 그곳은 관광객으로 더욱 미어터지지 않을까 잠시 상념에 빠져본다. 특히 아이유가 흔들어 놓은 부라노 Burano 섬은 이후 내가 현장을 직접 확인한 것은 아니지만, 한국 섬으로 변모했을 것이다. 아마 부라노 현지에서는 '아이유 포비아'가 번지지 않을까? 도대체 아이유가 무엇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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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 물러가라고 그리 외치던 베네치아 사람들....
저들의 꿈은 이내 이뤄졌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DOVID19가 세계를 강타한 2020년 3월 현재, 베네치아 거리는 파리 새끼 한마리 얼씬도 하지 못한다. 그렇게 된 지금은 행복할까?
묻고 싶다.
이룬 꿈이 어떻냐고 (2020. 3.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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