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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파죽지세破竹之勢 폭주輻輳하는 겨울왕국

by taeshik.kim 2019. 1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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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주하는 '겨울왕국2'…개봉 6일째 500만

송고시간 | 2019-11-26 19:37


대나무가 찢어지는 모습을 본 적 있는가? 이 대나무라는 놈은 끊어짐을 몰라 길이를 따라 죽죽 찢어지기만 해서 두 동강을 내면 두 동강이 되고, 세 동강을 내면 세 동강이 된다. 그 찢어지는 소리는 또 어떠한가? 좍좍 찢어짐에서 희열을 맛보는 사람도 없지는 아니하리라. 




좍좍 쇳소리 내며 찢어지는 모습을 일컬어 파죽지세破竹之勢라 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바퀴는 둥글다. 간단없이 굴러야 하는 까닭이다. 요새야 금호타이어가 대표하는 타이어로 변모했지만, 뛰어봤자 벼룩이지, 본성이 어디가겠는가? 자동차 타이어 역시 그 근간은 수레바퀴다. 


이 바퀴는 가운데 축을 중심으로 방사선 모양으로 바퀴살이 번지는 모습인데, 그 바퀴살 테두리 주체로 보면, 이 바퀴살들은 중심 축을 향해 돌진한다. 바퀴살이 축대를 향해 돌진하는 모습을 폭주輻輳 라 한다. 


輻폭 이라는 글자를 《설문해자說文解字》에서 풀기를 "輪轑也。从車畐聲"라 했으니, "輪의 轑다. 車를 뜻으로 삼고 畐을 소리로 삼는 형성자다"라는 뜻이다. 뿅가는 기분을 幸福행복이라 하는데, 새해에 많이 받으라고 떠드는 그 福복이 輻과 소리를 같이 하는 글자인데, 지금이야 '복' '폭'으로 바뀌었지만, 그 근간은 입술을 터뜨려 내는 같은 파열음이다. 



輪륜 이란 글자는 바퀴라는 뜻이라, 같은 《설문》에서 이 글자를 풀기를 "有輻曰輪,無輻曰輇。从車侖聲"이라 했으니, "바퀴 중에서도 바퀴살[輻]이 있는 것을 輪륜 이라 하고, 그것이 없는 것을 輇전 이라 한다. 車가 의미를 뜻하는 부수자이고, 侖이 발음을 표시하는 형성자다"고 했으니, 바퀴살이 있고 없고에 따라 구분하고자 했음을 본다. 바퀴살 없는 바퀴가 있을까 하겠지만, 나무통으로 바퀴를 만들 수도 있지 않은가 생각하면 된다. 


그렇담 轑료 란 무엇인가? 《설문》에서 풀기를 "蓋弓也。一曰輻也。从車尞聲"라 했으니, 이는 "개궁蓋弓이다。輻이라고도 한다。車가 뜻인 부수자이고 尞가 소리인 형성자다"라는 뜻이다. 개궁蓋弓? 이 말에 펀득한 고고학도가 조금 있으리라, 그래 그렇다 개궁모蓋弓帽다. 우산이나 양산의 살대들이 모이는 그 주축을 개궁모라 한다. 물론 이 경우 蓋弓이란 우산이나 양산이 아니라 바퀴를 염두에 둔 것이다. 그래서 생평 《설문》 붙잡고 그것을 연구한 청대 고증학도 단옥재는 그 불후한 연구서 《설문해자주說文解字注》에서 이 대목을 해설하기를


(轑)車葢弓也。輪人爲葢。葢弓二十有八。以象恆星也。鄭注曰。弓者、葢橑也。葢弓曰轑。亦曰橑。橑者、椽也。形略相似也。重棼亦偁重轑。張敞傳殿屋重轑是也。釋名曰。轑、葢叉也。叉者、今爪字。非叉字。玉部瑵下曰。車葢玉瑵。以玉爲爪也。詳彼注。从車。聲。盧晧切。二部。一曰輻也。輻三十湊轂。亦如椽然。故亦得轑名。其物皆系於車者也。故皆从車。


라 했으니, 뭐 한자 막 나온다고 지레 겁먹을 이유 하나도 없다. 대강 뜻을 보면 


車의 葢弓을 말한다. 輪人이 葢를 만들 적에는 葢의 弓이 모두 28개인데, 이는 밤하늘에 뜨는 28수를 본 뜬 것이다。정현이 注하기를 弓이란 葢橑를 말한다고 했다。葢弓을 轑라 하는데 橑라고도 한다. 橑란 椽이니 그 생김이 대략 비슷한 까닭이다。重棼을 重轑라 부르기도 한다. 張敞이 傳한 殿屋重轑가 이것이다. 釋名에서 말하기를 轑란 葢叉다 했다. 叉란 지금의 爪라는 글자이니 叉라는 글자가 아니다。玉部瑵下에 이르기를 "車葢玉瑵。以玉爲爪也"라 했으니 그 주석에 상세하다. 車가 부수자다. 소리는 盧와 晧의 반절이다. 혹 輻이라 일컫는다 했는데, 輻은 30개가 轂을 향해 달린다. 역시 그 모양이 椽과 비슷하다。그래서 轑라는 이름을 얻었다。이들은 모조리 車와 관련한다. 그런 까닭에 모조리 車라는 부수자를 쓴다。



전후맥락이 헷갈리는 대목이 없지는 않다. 나아가 단옥재가 몇 개 선대 문헌을 인용하기도 했는데, 그런 문헌들을 내가 직접 확인한 것은 아니기에, 그 인용문이 어디에서 어디까지인지 내가 자신이 없다. 이는 저들 문헌을 따로 확인해야 한다. 내가 이 짓을 지금 할 여유는 없다. 


뭐 암튼 정리하자면 바퀴 혹은 바퀴살과 관련한 잡다스런 설명이라 봐주면 된다. 


어쩌다 예까지 왔을까? 나도 모르겠다. 


본론으로 돌아가 폭주輻輳 라는 말은 28개 혹은 30개나 되는 바퀴살이 바퀴 축대...이를 곡轂 이라 한다만...를 향해 돌진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폭주란 한 곳을 향해 너나 가릴 것 없이 모조리 돌진한다는 뜻이다. 


애니메이션 《겨울왕국2》가 맹렬히 돌진 중이다. 여타 영화는 경쟁이 되지 아니해서, 모든 관객이 오직 이 영화를 향해서만 달려간다. 그야말로 파죽지세요 폭주다. 


독점을 극복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질리게 만드는 것이다. 


저 영화 땜시 다른 영화는 못살겠다 아우성인데, 어차피 내 경험치로 보건대, 저런 영화 천만 언저리에 가면 깔딱고개라, 뭐 폼새 보니 이번 주면, 아니면 다음주면 꼬꾸라진다. 


칼 들고 날 뛸 때 말린다고 나설 수는 없다. 미친 듯이 날뛰게 놔두어야 한다. 


극성은 곧 추락의 시작이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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