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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현장

<페르시아 문화탐방> ④ 세계유산 보호위해 헐어낸 백화점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19. 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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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만에 개정증보한 페르시아 문화탐방기 (4) 


2008.02.24 08:05:05


<페르시아문화 탐방> ④세계유산 보호위해 헐어낸 백화점

'경관해친다' 유네스코 권고받고 3개층 건물 골조 뜯어내 


(이스파한<이란>=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 조로아스터교 성지인 야즈드를 출발한 탐방단은 북서쪽으로 방향을 틀어 버스로 300㎞ 정도를 달려 이스파한으로 갔다. 테헤란 정남쪽 435km 지점에 위치한 해발 1천500m의 고원도시다.  



이스파한 '씨-오-세 폴' 다리 야경



이란에서 대표적인 고도라 할 만한 이 도시 중심부를 자얀데흐강이 관통한다. 눈대중으로 강폭은 한강에 비해 약간 더 좁고, 수량은 훨씬 못 미친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런 점에서 서울을 관통하는 한강은 역시 세계 어느 대도시의 강과 견주더라도 손색이 없다. 


다만 자얀데흐강을 관통하는 다리는 한강을 기죽게 만든다. 이 강을 관통하는 다리는 모두 13개다. 그 중 '씨-오-세 폴'(Ci-o-se Pol)이란 다리는 아름답기 그지없다. 33개의 아치형 교각이 장관이며 특히 야경은 압권이다. 1602년에 건립되었다 하니 역사 또한 만만치 않다. 



자얀데흐강을 관통하는 씨오세폴 다리



반크 교회는 이란이 다른 종교에는 배타적인 강고한 이슬람 원리주의 사회라는 통념을 일순간에 무너뜨린다. 야즈드를 중심으로 하는 조로아스터교가 그렇듯이 이스파한의 반크 교회는 아르메니아인들이 건립한 그리스정교 교회다. 다만 그 사원 양식은 이슬람 모스크의 전형을 상징하는 돔 한가운데다 십자가를 세운 점이 이채로운 정도다. 



모스크 양식을 본뜬 이스파한 반크교회



이곳 본당은 17세기 교회 건립 이후 한 번도 손질을 하지 않았다는 기독교 성화가 압권이다. 벽면이건 천장이건 온통 성경을 주제로 한 프레스코화가 온갖 원색을 발산하며 침침한 교회당 내부를 밝히고 있다. 



반크교회 내부 벽화


반크교회 내부



이곳에 아르메니아인들이 정착하게 된 것은 그 본거지가 터키의 침략을 받게 되면서부터라고 한다. 본당 맞은편 박물관 전시품 중에는 머리카락에 새긴 성경이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인쇄술에 뛰어났다는 아르메니아인들, 그 기술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물이다. 



반크교회 성보박물관



이스파한 지역 이슬람 모스크를 대표하는 '마스지-데 자메'는 이란 건축의 산증인이라 할 만하다. 이 사원은 이란에서 가장 오래된 모스크 중 하나로 그 역사가 매우 복잡하다. 



자메모스크



우리의 삼국시대에 해당하는 사산조 페르시아 시대에는 조로아스터교 사원으로 기능하다가 771년 전소되었으며, 1086년에 재건된 이후에는 셀주크 투르크 시대와 몽골제국시대를 거쳐 18세기 사파비 왕조에 이르기까지 중건이 잇따랐다. 그래서인지 사원 구조가 다른 곳에 비해 매우 복잡하고, 나아가 각 시대를 대표하는 흔적이 적지 않게 남아있다. 



자메모스크


자메모스크



하지만 이스파한의 마스코트는 1979년에 페르세폴리스와 함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이맘 광장이다.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는 이맘광장은 규모가 폭 160m에 길이 560m다. 그 장방형 테두리를 따라 남쪽에는 샤 모스크(Shah Mosque)가 똬리를 틀고 있으며, 서쪽 중앙에는 알리 카푸 궁전(Ali Qapu Palace)이 우람한 자태를 드러낸다. 동쪽에는 세이크 롯폴라 모스크(Sheikh Lotf-o Allah Mosque)가 위치하며 북쪽을 따라서는 우리의 남대문시장과 같은 그랜드 바자르(Grand Bazaar)가 펼쳐진다. 이들 건축물은 대부분 17세기 사파비 왕조 때 건설되었다고 한다. 



이맘광장

이맘광장



요새나 성곽과도 같은 이런 도심 광장 내부 구역 중 바자르가 위치한 북쪽 구역에는 주차장까지 있어 사람과 차량이 북새통을 이루는 모습을 연출했다. 차량 통행은 금지했으면 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이맘광장으로 이동하면서 우리 탐방단을 놀라게 한 장면이 있었다. 광장에서 적어도 수백m 떨어진 곳이라 생각되는 도심지 한 지점에 벽체를 이제 막 갖춘 듯한 건설현장을 지나게 되었다. 지상 층수는 3~4층 정도에 지나지 않았지만 대지나 건평 규모는 상당했다. 



이스파한에서 만난 이란 어린이



탐방단을 안내한 이란 현지 가이드 다라비 씨는 이 신축 건물을 가리키면서 대뜸 "원래는 7층 높이로 지으려다가 유네스코의 권고로 3개층을 뜯어낸 백화점 건설현장"이라고 설명했다. 그에 의하면 유네스코는 이곳에 7층짜리 건물이 들어설 경우 이맘광장의 경관을 해칠 우려가 있다면서 건물 높이를 낮출 것을 권고했다고 한다. 


더 놀라운 것은 이란 정부가 이를 받아들여 7층까지 올라간 건물 골조를 권고안에 맞춰 상층부를 뜯어냈다는 사실이다. 





이런 설명을 듣던 조유전 토지박물관장은 "덕수궁 바로 옆에다가 19층짜리 서울시 청사를 세우겠다고 난리법석을 부리는 사람들을 이곳에 데려와 견학을 시켜야 겠다"고 거들었다. 


그는 "경복궁을 보라구. 정부종합청사가 떡 하니 경복궁을 가로막고 있잖아. 남대문은 어떻고?"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국립문화재연구소장을 역임했으며, 40년 이상을 유적 발굴현장에서 보낸 그에게 이맘광장의 경관 보호를 위해 백화점 층수까지 낮추기로 했다는 소식이 더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스파한에서 이런 흥분을 여전히 가슴 한 구석에 안고 인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그에게 날아든 소식은 전날 밤 남대문이 화재로 몽땅 불탔다는 것이었다. 

taeshi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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