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자라면 여러 분야를 섭렵한 대통일을 꿈꾸기 마련이다.
보는 사람에 대해 이견이 있겠지만 백과사전적 관심사를 가진 학자들은 때로는
위대한 학자로 존경받는다. 예를 들어 정약용이라던가.
소위 경학부터 건축까지 관심이 없던 분야가 없었던 대학자이다.
필자의 외할머니는 일제시대 소학교도 졸업못하신 분이셨는데,
매우 현명하신 분으로 이런 경우를 두고 하셨던 말씀이 있다.
그 분이 뭐라고 하셨냐 하면,
열 재주 있는 사람이 밥 굶는다는 명언이 있다.
무슨 말을 하고자 함이냐 하면,
소위 연구라는 걸 하다 보면 각 분야의 대통합에 욕심을 내는 시기가 온다.
물론 한우물만 죽도록 파다가 끝내는 것도 분명히 가치가 있는 일이지만,
연구를 하다보면 인접 분야에 관심이 넘어가는 것은 억지로 막는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필자가 여기서 하고자 하는 말이 뭔고 하니,
광범한 관심과 전문성은 두 가지 다 확보하기 매우 어렵다는 말이다.
어느 하나가 올라가면 다른 하나는 반비례하여 떨어지게 된다.
다루고자 하는 분야가 넓어질수록 전문성은 반대로 떨어지게 되어 있다는 말이다.
어떤가, 필자의 외조모께서 말씀 하신 "열 재주 있는 사람이 밥 굶는다"라는 말 그대로가 아닌가!!
통계에는 1종 오류와 2종 오류라는 것이 있다.
통계적으로 설명하자면 복잡한데 간단하게 설명해 보면 이렇다.
정말인데 뻥이라고 보는 오류가 1종 오류.
뻥인데 정말이라고 볼 오류가 2종 오류이다.
다시 더 쉽게 말해 보면,
무고한 사람을 감방에 쳐 넣을 가능성이 1종 오류,
범인을 무고하다고 놓아줄 가능성이 2종 오류이다.
통계적으로 보면 이 두 가지는 동시에 발행률을 낮추는 것이 불가능한 것이 잘 알려져 있다.
다시 말해서 무고한 사람을 감방에 쳐 넣지 않게 애 쓰면 애 쓸수록,
진짜 범인을 놔줄 가능성은 올라가며,
반대로 범인을 놓치지 않고 죄다 잡아 넣으려 애쓰면 애 쓸수록
무고한 사람이 감방에 들어갈 가능성은 올라간다는 말이다.
세상에는 이렇게 어느 하나가 올라가면 반대로는 떨어지는 것이 많다.
저 유명한 불확정성의 원리도 그렇다.
입자의 위치가 결정되면 운동량은 알 수 없게 되고,
입자의 운동량을 알게 되면 입자의 위치를 모르게 된다.
연구자에 있어서 넓은 분야의 관심과 전문성이 딱 그렇다.
넓은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되면 될수록 전문성은 떨어진다.
반대로 전문성을 올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넓은 분야에 대한 관심을 끄는 것이다.
필자는 지금까지 후자의 길을 택하면서 살아왔다고 할 수 있다.
외할머니의 유시, 열 우물을 파면 밥굶는다는 말을 명심하며,
전전긍긍 여리박빙하게 살아왔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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