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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내가 말하는 나] 폭로와 은닉, 그 아슬아슬한 줄타기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4. 6.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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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동 타산석굴에서

 
기자질 30년 하면서 무수한 사람을 많이 만났으니, 그럴 때마다 꽤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타입으로 나는 언론 같은 데 나서기를 좋아하지 않고 조용히 연구나 하는 사람이다. 기자 싫다 가 있으니,

그런 사람 중에 막상 언론에 본인 관련 기사 나면(물론 이것도 성격에 따라 다르기는 하겠지만) 동네방네 자랑 안 하는 사람 못 봤다.

사돈의 팔촌까지 다 스크랩해서 보내고, 링크해서 보내고 난리가 아니다. 

나는 혼자 조용히 연구만? 웃기는 소리할 거 없다.

지 혼자 지가 좋아서 하는 일이라면 왜 연구를 해서 발표를 한다는 말인가?

발표를 한다 함은 남한테 나를 보이는 행위이며, 그것은 자기 홍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물론 그네가 하는 그 맥락을 모르는 바 아니니, 연구자는 논문으로만 말해야 한다. 뭐 이딴 자세까지 내가 부정하고픈 생각은 없지만,

진짜로 나서기 싫어하고 혼자 있는 조용한 성격이라면 연구 집어쳐야 한다. 

그런 사람일수록 실은 출세욕이 대단해서, 그가 말하는 그 논문으로 그 업계는 내가 최고라는 자존감 천만배인 사람이 대부분이다.

더 간단히 말해 저런 타입이야말로 진짜로 권력의 화신이다. 

따라서 내가 만난 사람은 누구나 출세지향이며 관종이며 권력지향이다.

권력에의 의지, 이건 본능이다. 

그런 점에서 나는 어떤 사람일까?

현직에서나 그걸 떠나서나 맹렬한 sns 활동을 하는 나를 두고선 이른바 관종이니 뭐니 해도 내가 그것이 아니라고 반박할 마뜩한 카드가 없기는 하지만 이런 내가 모든 것을 드러낸다 생각하면 오산이다.

난 감추는 것이 더 많은 사람이다.

그 감추는 것이 진짜로 내보일 수 없는 내밀한 것이라면 그것을 감추고 싶어하는 것은 본능이겠거니와, 드러내도 상관없는 것까지 나는 실은 많이 감추는 타입이라고 나 스스로가 생각한다. 

어느 포털인가 내 개인정보가 노출되고 있을 것이다.

문화부장이 되면서 각급 언론사 보직자 혹은 어느 직책 이상은 인명 사전 등록을 하라 하기에(이것도 본인이 거부할 권리가 있다) 할 수 없이 가장 기본 정보만 올려놨으며, 이후 업데이트를 내 손으로 한 적 없다. 

각종 국공립 관련 기관인가 뭔가 하는 단체에서도 국가인재? 무슨 이런 거창한 인물정보가 있어 그짝에다 이름을 올리라 하는데, 나는 모조리 거부했다.

내 신상정보가 거창한 무엇이거나 아주 내밀해서가 아니라, 난 그딴 짓거리가 근간에서 싫었다. 

날 시장바닥에 내어놓으며 날 사가라는 뜻으로밖에 읽히지 않기 때문이다.

공직? 웃기는 소리 하네, 내가 그 딴 데 가고 싶었으면 진즉에 갔다.

그딴 데 인사철마다 나 사가시오, 눈여겨 봐주시오 선전하는 듯해서 몹시도 기분 나쁘다. 

같은 맥락으로 나는 방송 출연도 거의 하지 않았다.

내가 몸담았던 저 언론사는 계열사로 방송사가 있어 틈만 나면 기자들을 불러제끼곤 하는데, 문화재? 일 없는 듯해도 천만에, 무지막지하게 현안 많다. 

그때마다 날더러 출연해서 배경 설명이라든가 해설이라든가 뭘 해달라 했지만 난 안 한다고 도망다녔다.

방송 울렁증? 내가 그딴 울렁증이 있기나 할 사람으로 보이는가? 

할 수 없이 초창기 두어 번 나간 적 있는데, 개중 하나가 프랑스에서 외규장각 도서가 반환될 때 생중계 해설을 맡은 기억이 있다. 

라디오방송은 한 코너를 비교적 오래했는데, 이건 라디오기 때문이었다.

얼굴 노출될 일 없기 때문이었다. 

출세? 권력에의 의지? 나라고 그런 욕망이 왜 없겠는가?

하지만 나름 절제하는 선이 있고, 그걸 부단히 지키려 할 뿐이다. 

여기서 더 유명해져서 뭐하게?

아주 좁은 업계지만, 그 최정상에 서 봤고, 그 정상 자리 비교적 오래 지켰으니, 여한 없다. 

전반으로 보아 나는 폭로와 은닉 그 줄타기를 하는(즐기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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