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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당당탕 서현이의 문화유산 답사기

학예연구사의 열정 : 적당한 집착과 똘끼

by 서현99 2020. 9. 2.

열정이란 무엇인가!

어학사전에서 ‘열정’이란 단어의 정의는 “어떤 일에 열렬한 애정을 가지고 열중하는 마음”이라고 한다. 어디에 붙여도 좋은 의미로 쓰이던 이 단어가 최근에는 ‘제대로 된 노동에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일을 시키는 경우’를 빗대어 ‘열정페이’라는 말에 쓰이기도 했다.
 
그러나 대체로 ‘열정’이란 단어는 아직까지는 긍정적인 의미로 통한다.
 
며칠 전 올린 “학예연구사와 큐레이터”에 대한 포스팅에 성남시 정은란 선생님의 댓글 중

“학예연구사란 어디서 일하든 공부한거 아깝지 않게 가치를 발견하고 지키고 알리고 활용하는 일을 하는 사람!”

이란 말씀을 보면서 생각해 보았다.

그렇다면 문화재, 유물, 역사에 대해 내가 공부한 지식을 바탕으로 가치를 발견하고 보존하고 활용하는 일을 하는 학예연구사의 열정이란 무엇일까?

짧은 내 경험에 비춰볼 때 학예연구사의 열정은 사회적으로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 ‘적당한 집착과 똘끼’라고 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역사와 문화재를 전공하려면 적당한 집착과 매니아 기질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비인기 학과에서 버틸 수 없다.

어딜 가든 그 지역의 문화재, 박물관은 빼놓지 않고 다닌다. 산으로, 들로 다니다가 주변에 흩어져 있는 유물 파편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이 모든 것은 문화재에 대한 적당한 집착에서 나올 수 밖에 없다.
 

왜 길을 걷다보면 이런 유물편이 눈에 띄는가
올해 초 풍덕천동에서 발굴된 분묘 석물이다. 갈 곳없던 이 석물을 용인시박물관으로 옮겨 놓았다.
갈곳 없던 석물이 용인시박물관 야외에 전시되었다. 이 또한 관심과 집착의 결과다.


그리고 적당한 똘끼 ㅎㅎㅎ 사전적 정의는 “상식에서 벗어나는 사고방식과 생활 방식을 가지고 자기 멋대로 하는 경향이나 태도를 속되게 이르는 말”이라고 하는데, 요즘은 똘끼라는 단어 역시 약간의 긍정적인 의미도 갖는데, 내 생각엔 ‘남들이 생각만하고 하지 못하는 것을 해내는 사람의 끼’라는 의미가 적당할 듯 하다.

학예연구사로 일하기 위해서 이 똘끼라는 것도 집착만큼 중요한데, 이에 대해서는 경주시 이채경 과장님의 말씀을 보면 이해된다.

“지자체 학예사는 극한의 잡직이면서도 걸어다니는 백과사전이 되어야 하고, 각종 개발로부터 문화유산을 지켜내는 일이 최우선이라는 사명감과 절대 원칙을 고수하여야 일을 할 수 있기에 모두가 다 된다고 하더라도 나홀로 끝까지 안된다고 버티며 싸워야 하는 공공의 적이 되기도 하는 경우가 많은 직종”

용인 서봉사지, 절터 발굴을 밀어붙여 추진하는 동안 우여곡절이 많았다.
(사진 재활용) 왜 나는 주말에 혼자 문화재 주변에 꽃씨를 심고 있는가. 집착? 똘끼?


아마도 지자체 학예연구사로 근무하는 동안 한 번쯤은 남들이 모두 된다고 하는 일을 나 홀로 안된다는 분명한 논리와 명분으로 버티고 싸워 이기는 경험을 하게 될 텐데, 이 모든 과정이 훗날 학예연구사의 열정이란 이름으로 빛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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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2

  • 四叶草 2020.09.02 22:36

    '열정페이', '적당한 똘끼' 이런 말은 다 새로운 말 같은데 과학계의 박사후과정(포닥)이라는 직업이 떠오릅니다. 가장 심오한 일을 하면서 월급은 제일 적게 받는 직업이라서. 그러나 포닥은 다음단계로 나아가기위해 거쳐가는 임시적 자리인데 비해 학예사는 평생 그런다면 더 많은 인내심 필요하겠네요. (사전에 보니 '똘끼'는 energy of craziness라고 나오는데 정작 필요한 것은 creative energy 아닐까요? 전자는 뭔가 에너지를 허비했다는 뉴앙스니까 안쓰는게.)
    답글

    • 서현99 2020.09.02 23:43 신고

      네^^ 저도 긍정적인 의미에서 ‘똘끼’라는 단어를 썼는데 영어로는 저런 표현이군요. creative가 더 와닿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