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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훈의 사람, 질병, 그리고 역사

한국사를 볼 때....

by 초야잠필 2022. 1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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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렇게 뭐가 없냐, 우리 조상들은 다 놀았나 싶을 때는 필자 생각으로는 두 가지만 생각하면 될 거라고 본다.

첫째는 외침의 위협.

이 외침에 대한 위협은 생각보다 엄청나게 큰 스트레스로 한국사는 수천년 역사 동안 어떻게 하면 외세를 막을수 있을까 그 고민으로 밤낮을 지샜다고 해도 될 것이다.

조선시대도 마치 외침의 위협에 눈과 귀를 막고 무기력하게 대응한 것 같지만 조선시대 내내 외침 방어에서 손을 넣은 적은 단 한 순간도 없었다.

이것은 국조보감 등 조선시대 통사를 보면 간단히 알 수 있는 일인데, 조선시대에 경복궁 하나 제때 중건 못한 가장 큰 이유는 헐렁하게 걷은 쥐꼬리 만한 세입을 지출해야 할 부분이 많았고 그 중에서도 국방비는 가장 부담이 되는 사안이었기 때문이다.

영정조 때 국방비가 전체 세출의 절반에 육박한다는 기사를 국조보감 어디선가 읽은 기억이 있는데, 정확한 출전은 기억을 못하겠다.

조선 전-중기에도 북쪽 여진족, 남쪽 왜인에 대한 방어는 한 순간도 손을 놓은 적이 없다.

조선시대를 수탈의 역사로 단순하게 보는 시각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거둬들인 세입으로 국방비 등에 지출하기에도 빠듯했던 까닭이다.

세금을 걷어 먹고 마시느라고 경복궁도 중건을 못한 것이 아니고, 조선시대에는 거둬들인 세입도 많지 않았고 대부분이 지출할 용도가 딱 정해져 있었다.

영화에서 무능한 임금으로 묘사되는 선조가 평생 비단 옷 한 번 제대로 챙겨 입지 못하고 무명옷을 빨아 입고 다닌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둘째는 쌀농사.

필자가 누차 썼지만 쌀농사는 한국 기후와 토질에 맞지 않는다.

쌀농사에 올인하는 한 동양 삼국에서 가장 경제적으로 낙후할 수밖에 없다.

문호를 닫아걸고 쌀농사에 국가 명운을 걸면 망하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조선 후기- 조선과 청나라, 에도 막부에서 조선이 가장 경제적으로 뒤쳐진 것은 결국은 쌀농사 때문이다.

조선은 모내기도 삼국 중 가장 도입이 늦었는데 몰라서 도입을 못한 것이 아니다. 도입을 할려고 해도 기후 때문에 모내기가 쉽게 도입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모내기가 정착한 것은 결국 보 때문이다.

조선 후기에 삼남 지방에 보가 대대적으로 건설되는데 이것 때문에 결국 모내기가 가능해졌다.

보는 우리나라 역사에서 조선 후기에 이미 이것없이는 벼농사를 짓지 못할 정도로 중요한 시설물이었다.

남들은 기술만 받아 들여 하면 되는 모내기가 조선에서는 사활을 건 도박이 되었다. 실제로 조선시대에는 모내기는 보가 대대적으로 건설되기 전 일종의 투기로 보고 단속대상이었다.

조선시대가 왜 이렇게 가난해 보이냐. 우리 조상들은 다 놀았나 라는 생각이 든다면, 이 두 가지가 그만큼 우리에게 절박했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조선시대가 무기력한 사대주의에 찌든 게으른 바보들의 역사였다고 생각한다면, 국조보감을 앞에서부터 한번 통독하기를 권한다.

현재 조선시대사를 당시 사료로 편년체로 단시간에 이해 가능한 거의 유일한 사료라고 할 수 있다.

조선시대는 무기력하지도 않았고, 사대주의가 문제도 아니었으며 게으른 바보들의 역사도 아니었다.

나름 살아 남으려고 처절한 싸움을 한 시기라고 할 수 있는데 문제는 그들이 택한 방법으로는 도저히 이러한 질곡의 딜레머에서 탈출 불가능했다는 점이다.

이 딜레마는 20세기 후반 마침내 한국사에서 해결되며 오늘날 번영의 길이 확보되었다.

결국 역설적으로 오늘날 한국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이 두 가지와 반대로 가면 된다는 것인데, 앞으로 우리 후손들이 살아 남아 번영하기 위해서는 어떤 길을 가야 하는가, 그 대답도 이 안에 있다고 본다.

외침의 위협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쌀농사 이외의 살길을 찾기만 한다면, 한국사는 번영한다.

여기서 외침의 위협을 줄인다는 것이 주변 강대국에 대해 필요 이상으로 머리를 조아리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이상, 어떤 식으로 그 위협을 줄여나가야 할 것인지 많이 많이 고민해야 할 것이다.

여러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현실 정치의 문제로 필자가 왈가왈부할 부분이 아닌 것 같아 여기서는 간단히 줄인다.

어쨌건 북한이 지금 꼴이 된 것은 이 두 가지 과업을 전혀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한국 사극 중 필자가 가장 높이 평가하는 영화이다. 조선시대의 필사적인 모습이 많이 닮았다. 영화에는 지배층이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전개되지만 사실 조선시대사를 통독하면 문제는 지배층이나 사대주의의 문제가 아니었다는 것을 절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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