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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와 함께한 나날들, 기자? 기뤠기?

한중연 경영평가서를 공부하던 이기동

by 한량 taeshik.kim 2020. 3. 17.

어제 한국학중앙연구원에 일이 있어 들린 김에 이기동 선생을 잠깐 뵙고 왔다. 나는 선생이 괜찮은 분이라는 말 여러 번 했다. 국감 과정에서 분란을 일으켰지만, 그래서 내가 조금은 무안하기는 했지만 그가 괜찮은 분이라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는 분명 보수주의자요, 아는 게 많은 점이 탈이 되기도 한다. 그는 저명한 신라사 연구자지만, 그의 신라사관이나 그의 연구성과를 나는 찬동하지 않으며, 시종하여 비판한다. 하지만 사관이 나와 다르다 해서, 그가 구축한 신라사상을 내가 찬동할 수 없다 해서, 내가 그를 인간적으로 증오해야 한다는 말과 동의어는 결코 될 수 없다. 그는 참으로 괜찮는 분이다. 




아무도 들이지 말라는 엄명이 있다 했는데 그래? 나를 거부하지 않으실텐데 하는 심정으로 덮어놓고 쳐들어가니, 아니나 다를까 무척이나 반갑게 맞아준다. 그의 책상엔 경영평가서인지 뭔가가 놓여 있었고, 질의응답 예상 문제와 답변지가 있었다. 


"김 기자, 내가 이런 걸 공부하고 있어요" 


하면서 너털너털 웃는다. 

 

"그러게 조금만 참으시지, 기어이 아직도 학생들 가르치듯 국회의원들을 대하세요"라고 하며 나도 웃고 말았다. 


"하루에도 참을 忍자 백번씩 쓰셔야 합니다." 




한국학중앙연구원 원장 이기동. 그가 아쉬운 점은 직전까지 무슨 장을 해본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동국대박물관장인가 하는 자리를 유일하게 보직이라는 이름으로 했는데 강화도 선원사지 발굴에서 사고가 나는 바람에 그조차 6개월만인가에 짤렸다. 경험이 없기에 초창기 혼란이 있었지만, 그래도 그는 괜찮은 기관장이다. 언제라도 때려칠 준비가 되어 있는 희한한 원장이다.


"나를 추천한 사람이 이번에 짤렸어"라고 하면서, 내가 언제까지 이 자리에 있을지 모른다는 말도 덧붙인다. 내가 아는 한, 그는 저런 자리에 미련이 없다. 하지만 그의 방문을 나서면서 단 한마디는 메아리처럼 계속 맴돈다.


"한중연이 뭐야? 한국학을 세계에 알리는 일을 해야 하는 거 아냐?"


한사코 나에게 선생은 쌀과자 하나를 주면서 그랬다.

"출출할 때 이거나 들어요" ( March 17, 2017 at 10:08 AM )




얼마 뒤 그는 진짜로 그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그때 그가 이런 말을 했다. 


"내가 지금 짤리더라도, 김철준 선생보다는 오래한 거야." 


기록을 검토하면, 서울대 사학과 교수로, 저명한 한국고대사 연구자였던 김철준은 한국학중앙연구원 전신인 한국정신문화연구원장 재직기간이 1988. 09. 14 ~ 1989. 01. 17로 대략 5개월 남짓하다. 그는 원장 재임시절 사망했다. 


이기동 원장 재임기간은 2016. 09. 21 ~ 2017. 09. 10 이라, 만 1년에서 열하루가 모자란다. 문재인정부 출범일이 2017년 5월 10일이니, 새정부 출범 5개월만에 밀려난 것이다. 현 안병욱 원장이 앉을 때까지 시간이 필요했다. 


저 만남 당시 나는 복직을 앞둔 해직자였다. 그때 무슨 일이 있어 한중연에 들렀다가 저리된 것으로 기억한다. 


***


[내가 만난 사람] 역사학도 이기동

한량 taeshik.kim 2019. 8. 1. 06:00 수정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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