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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질병, 그리고 역사/노년의 연구

유교에서 족보도 없는 이야기 청금록 (3) 불법 권력장부

by 신동훈 識 2025. 12.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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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말해서 호적이라는 것이 국가가 만든 주민등록부라면 

청금록이란 나 정도 되야 양반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모여 따로 만든 

Who is who, 명사록 정도 된다는 말이다. 

당연히 호적에는 번듯이 유학, 업무, 업유라 적힌 이들도 

청금록에는 못 실리는 이가 부지기수였다. 

그리고 현재 우리나라 사학계는 

청금록 정도 실려야 양반이라는 생각을 하는 경우가 

필자가 보기에는 상당히 많다. 

그런데 이런 시각이 과연 옳은 것인가. 

그렇게 본다면 "오만과 편견"에서 보이는 

주인공 베냇 집안은 젠트리인가 아닌가. 

당연히 전통의 명가 다아시 집안에서 보자면 

근본도 없는 집안이지만 

100년만 지나보면 다아시나 베넷이나 

결국 젠트리에서 뒤섞이지 않았겠는가. 
 

이 명단이 뭐라고?

 
각설하고, 이 청금록이라는 것은 단순한 신사명부가 아니라, 

일종의 권력 장부로 변질을 시작했으니, 

예를 들어 그 동네에서 맘에 안 드는 놈은 청금록에서 삭제해 버리거나

당파가 다르면 향촌에서 청금록의 유적을 두고 싸움을 벌이거나 했다. 

호적이 엄연히 존재하는데 

양반은 호적의 유학보다도 청금록에 실리는 것이 더욱 확실한 보증이 되는 것으로 

나라에서 만든 것도 아닌데 자기들끼리 명사록을 만들어 권력장부화한 것, 

그것이 바로 청금록이 되겠다. 

원래 국초부터 존재하던 청금록이 왜 이렇게 황당한 방향으로 치달았는가, 

아마도 필자 생각이지만, 

호적에 양반들을 유학이라는 모호한 이름의 직역으로 구분하게 하지 않고, 

향촌사회 세족들을 별도 이름으로 기재하여 관리했다면

청금록이라는 것이 조선후기에 이런 모습으로 나타났을 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말하자면 향안, 청금록이라는 것은 
조선후기 양반층이 급증하면서

위기를 느낀 기존 양반들이 자기들끼리 장부를 만들어 관리하던 

불법 양반 장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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