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은 얼마전까지만 해도, 불과 작년까지만 이른바 mz세대 관람객 급감을 걱정했다. 입만 열면 이 걱정을 토로했다.
관람객 쪽수는 많지만 전부 숙제하러 오는 학생이나 노인들뿐이다.
그래서 이태원참사라는 울트라비극에 묻혀버리기는 했지만 할로윈데이 축제도 계획했으니 열기는 했을 것이다. 엠지 세대를 글어들이기 위한 고육책이었다.
일년이 지난 지금, 아무도 이젠 그런 말을 하지 않는다. 엠지건 노인네건 뭐건 쏟아져 들어와서 이젠 제발 그만 와달라 하고 싶을 지경이다.
서양미술은 그만큼 폭발력이 있었다. 양놈 미술, 것도 세계적 명품 즐비하다는 런던 내셔널갤러리 작품들을 늘여놓으니 오지 말라 해도 쏟아져 들어오니 전시장은 북새통이라 느긋한 관람은 불가능한 시장통으로 둔갑했다.
그랬다. 박물관이 무슨 고고미술이란 말인가? 신라 황금 아무리 걸어도 뇐네들뿐인데 르네상스 팔고 고호 고갱 마네 모네 왔다 파니 각양각층 사람이 쓰나미처럼 몰린다.
이 전시만 삼십만 끌어들였다 대서특필한다.
얼마전 그 전시장을 찾으니 평일임에도 빠글빠글했다. 연령대로 보니 각양각층이라 박물관이 그토록 꿈꾸던 전계층을 망라한 국민박물관화에 마침내 성공한 것이다.
이 얼마나 가슴 벅찬 일인가?
한국고고 한국미술을 버리니 이런 꿈 같은 광경이 펼쳐지네?
이런 데서 무슨 호젓한 관람이 가능하겠는가?
나는 무엇이 사람들을 이곳으로 끌어들일까 그것만 볼 뿐이다.
무엇일까?
허영이다.
허영하고픈 욕망은 누구나 내재한다.
허영은 사치라 하지만 그 사치는 교양에의 갈망이다.
그래서 나는 허영을 매우 적극으로 보는 사람이다.
허영은 교양이다, 누구나 교양하고파 한다. 이 교양하고파 하는 지점을 정확히 타격한 것이 미술이요 더 정확히는 서양미술이다.
렘브란트를 통해 벨라스케스를 통해 고흐 고갱 마네 모네를 통해 나는 저 르네상스 시대 인상주의 시대 한복판을 걷고 또 그 걷는다는 그컷만으로도 나는 이미 교양인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어느 그림인지는 까먹었다.
아마 친구들끼리 온 모양인데 그 그림을 보고 누군가 까르르 하며 말한다.
"그래 이런 그림은 한번쯤 봐줘야 해. 못본 거랑은 달라."
친구가 맞장구친다.
"그래 맞어 우리 런던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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