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처음 이 일을 시작하던 당시만 해도
고고과학은 대단한 수준은 아니었다.
DNA나 몇몇 화학적 분석이 주목을 끄는 정도였고
전체적으로 판을 뒤집을 정도의 동력은 그 안에서 나오지 않았다.
요즘 보면
눈이 부실 정도다.
필자가 알고 지내던 연구자들
필자 또래 60 전후 연구자들은
빠른 속도로 연구 실적 보고에서 사라지고 있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이런 연구가 보도되면 대부분 아는 사람이거나
아니면 한 다리 건너면 전부 인연이 닿는 사람들이었는데
요즘은 누군지도 모르겠다.
코로나 이후부터 국제학회를 거의 참석을 못했는데
요즘 다시 나가면 아마 아는 사람이 없을 것 같고,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 나오는 연구를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안든다.
필자가 이 일을 처음 시작했을 때만 해도
네이쳐 사이언스에는 고고학 관련 연구 보고가 거의 없다시피 했는데
요즘은 넘쳐난다.
바야흐로 혁명의 시대이며,
필자는 그 혁명의 깃발을 뒤로하고 이쪽 일을 접고
다른 광맥을 찾아 나선다.
[편집자 주]
***
이 혁명에서 낙오한 희유한 나라 고고학이 한국고고학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토기 놀음한다 여념이 없다.
어느 기관 두 군데 고고학 강연이라 해서 그 강연자 그 주제 보고선 눈앞이 캄캄하다.
토기 타령이더라.
정녕 희망은 없을까?
고고학은 2022년에는 마침내 노벨상 수상자까지 배출했다. 그해 노벨생리의학상을 에스토니아 출신 스반테 파보 박사가 받은 것이다. 생화학과 분자생물학을 전공한 전형하는 게놈 학자지만 네안데르탈인을 연구한 고고과학도이기도 하다.
이때까지만 해도 고고학 수상은 의외라 했으나, 요새 돌아가는 꼴을 보면 고고과학에서 더 나오지 말란 법도 없다.
저 고고과학이 어디로 튈지 아무도 모른다.
오직 우리만이 그 혁명의 무풍지대라는 사실이 분통 터지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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