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서울신문이 다른 언론에서는 잘 다루지 아니하는 국제무대 주요 고고학 발굴성과를 부쩍부쩍 쓰는 경향이 있거니와, 이 역시 그러해서 내친 김에 저 보도가 언급하는 자료를 직접 찾아들어가 봤다.
서울신문에서는 BBC 보도를 인용했거니와, 그것을 찾는 데 조금은 애를 먹었다. 덧붙여 이를 고리로 이 보도를 다룬 매체도 살펴가면서 정리를 좀 해야겠다. 이걸 인용하는 과정에서, 그리고 영어권 보도에서도 혼란 착란이라 할 만한 구석이 있는 듯해서 확실히 정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
우선 이번 발굴은 HS2 프로젝트라는 영국의 거대 고속전철 건설공사 구간에서 그 건설에 앞서 일어난 일이어니와, 이른바 구제발굴 일환이다. HS2는 런던과 버밍엄 Birmingham, 맨체스터 Manchester 그리고 리즈 Leeds 를 하나로 연결하는 고속철 공사로, 이 공사를 계속해야 하느냐 하는 논란도 없지는 않다고 결국 추친키로 한 모양이다.
이 공사에 대해서는 아래 우리 공장 기사들을 참조하라.
그렇다면 이번 발굴은 어디에서 어떻게 일어난 것인가? 저 기사가 인용한 BBC 보도를 본다.
덧붙여 Heritage Daily 라는 역사고고 전문 매체 보도도 아울러 가미한다.
두 기사를 종합하면, 문제의 두 손은 뒤로 묶은 채 얼굴은 비스듬히 처박힌 채 발견된 남성 인골은 철기시대에 속하며, HS2 프로젝트에 참여한 고고학자들에 의해 버킹엄셔州 Buckinghamshire 웬도버 Wendover 라는 곳에서 가까운 웰윅 농장 Wellwick Farm 이라는 데서 발견됐다. 이곳에서 발견된 까닭이야 말할 것도 없이 이 고속철이 이곳을 통과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고고학자들은 이 인골 주인공이 살해된 것으로 추정한다. 그것은 발견된 모양으로 볼 적에 그렇다는 것이다. 성별로 보면 남성이다.
이 사람이 활동한 시기를 BBC에서는 대략 2천년전, 그러니깐 박혁거세와 고주몽과 온조가 삼국을 건국하던 그 무렵, 예수가 탄생한 시기로 보지만, 어찌됨 셈인지 이를 인용한 서울신문에서는 2천500년 전이라 했다. 헤리티지 데일리에서는 구체적인 연대 제시 없이 철기시대 iron age 라고만 썼다.
이 글을 한창 쓰는 지금 검색하다 보니, 공사시행처에서 이번 발굴성과에 대한 공식 보도자료를 낸 것이 다음인가 보다. 따라서 앞서 말한 BBC와 Heritage Daily 보도는 버린다.
이를 보면 이번 발굴성과를 낸 HS2 구간에서는 웬도버 그린 터널 Wendover Green Tunnel 과 웬도버 노스 커팅 Wendover North Cutting이 건설될 예정이라고 한다.
덧붙여 이 보도자료를 보니 이 인골이 발견된 웰윅농장이 위치하는 지점은 아래와 같다.
이 인골이 발견된 상태를 이 보도자료는 "a skeleton of an adult male buried face down in a ditch with hands bound together under his pelvis"라고 표현한다. 다시 말해 남성 성인으로, 얼굴은 도랑에 쳐박고 양손은 엉덩이 쪽으로 묶인 상태라는 것이다. 이 인골이 발견된 지점을 "ditch"라 했는데, 어찌하여 저 말이 서울신문 인용에서는 "찰흙 속에 묻혀 있어서 온전히 보전할 수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표현되었는지 알 수가 없다. 저 표현이 보도자료에는 없다.
덧붙여 저 보도자료를 보면 다음과 같이 말한다.
The unusual burial position suggests the Iron Age man may have been a victim of a murder or execution. Osteologists are currently examining the skeleton for further evidence of foul play. Dr. Rachel Wood, Project Archaeologist said:
The death of the Wellwick Farm man remains a mystery to us but there aren’t many ways you end up in a bottom of a ditch, face down, with your hands bound. We hope our osteologists will be able to shed more light on this potentially gruesome death.
요점을 추리면 이런 이상한 매장 모습은 이 남성이 아마도 살해되거나 처형당했음을 암시한다는 것이다. 인골 전문가들 osteologist 이 과학적 분석을 하는 중이라고 한다.
철기시대라는 활동 연대, 그리고 처형 혹은 살해당한 모습으로 시신이 버려진 저런 모습을 실은 이 블로그에서 서울대 해부학교실 신동훈 교수가 장기연재를 했으니, 바로 그 늪지 미라, 보그 바디 bog body 를 말하는 것임을 이제는 우리는 쉽게 안다.
저런 풍습은 이미 타키투스가 그의 《게르마니아》에서 지적한 게르만 습속이라, 그에서 이르기를
"교수형에 처한 (게르만인) 반역자와 배신자들, 겁장이들이나 동성애자들은 늪지 바닥에 던져 가라앉혀 죽어서도 떠오르지 못하게 한다."
고 한 그것을 연상케 한다.
이것이 꼭 그에 해당하는가 하는 논란이 없을 순 없으며, 덧붙여 저것이 꼭 게르만 습속에만 해당하는 것인가도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다. 철기시대 브리튼이라면 켈트시대 아닌가 하거니와, 켈트족과 게르만족 관계도 다른 차원의 이야기가 되겠지만, 아무튼 이 자리에서는 그렇게 볼 수도 있다는 것 정도로 넘어가기로 한다.
덧붙여 이번 웰윅농장 발굴에서는 저 인골 외에도 적지 않은 성과가 있었으니, 동물 우리 혹은 곡식 저장에 썼을 법한 건물터 한 곳을 찾았으며, 납으로 목관을 두르고 나무로 목곽을 두른 한 매장시설에서 인골을 발견했다. 납을 쓴 것으로 보아 피장자는 상당한 지위에 있던 사람으로 판단됐다.
이와 함께 이번 발굴에서는 신석기시대 이래 중세시대에 이르는 4천년이라는 시간을 커버하는 다양한 고고학적 성과들이 나왔으니, 웬도버 서쪽 구역에서는 특히 지금 65미터에 달하는 대형 원형 나무기둥 열이 발견됐으니, 이런 양상은 스톤헨지시대에 해당하는 특징이다.
출토유물 중에서는 아무런 글자가 적혀있지 않은 기원전 1세기 무렵 브리튼에서 제작했음에 틀림없는 금화 1점이 발견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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