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입견인지는 모르겠지만, 특히 이탈리아 정치인은 모조리 부패를 달고 산다는 믿음이 강한데, 이를 대표하는 인물이 오늘 향년 86세로 화려찬란하고 시끌벅적한 생애를 끝내고는 저 세상으로 갔다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Silvio Berlusconi 같은 이 또 있을까 싶다.
1936년 9월 29일에 태어났으니, 파시즘이 한창 흥성하던 그 무렵에 출생 배경으로 삼는다. 그를 수식하는 말이 어디 한둘이랴?
거대 사업가 자본가로 미디어 타이쿤tycoon이면서 한 시대 이탈리아 정치를 주무른 정치 거물이고, 또 무엇보다 각종 부패 스캔들 단골 주인공이면서, 그 부패에는 모름지기 매춘부도 빠지지 않고 등장한 기억도 생생하다.
이태리 총리만 해도 1994~1995년, 2001~2006년, 그리고 2008~2011년까지 물경 네 번이나 역임했으니, 그의 직업은 총리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치인으로서 이런 위광은 무솔리니 이후 처음일지도 모른다. 물론 그만큼 부침도 적지 않았지만 그때마다 화려하게 부활했으니 이는 예수도 따를 수 없는 영역이다.
부동산 개발으로 이룩한 막대한 부를 기반으로, 이태리에서 그보다 부자는 한두 사람 꼽을 정도에 지나지 않았으니, 나한테 베를루스코니는 실상 축구 구단주로 더 각인한다.
그는 토리노를 프랜차이즈로 삼는 유벤투스 Juventus , 그리고 같은 밀라노를 기반으로 삼는 인테르 밀란 Inter Milan 과 더불어 이탈리아 프로축구를 대변하는 아소차치오네 칼초 밀란Associazione Calcio Milan, 흔히 AC Milan이라 약칭하는 그 구단 구단주였으니, 1986년 이래 2017년에 이르리까지 장기간 이 구단을 소유했다.
그의 치하 AC 밀란은 이들이 속한 Seria A 부침과 궤를 같이했다. 베를루소코니 집권 초반기 승승장구하면 챔스까지 들어올린 AC밀란은 이후 부침을 거듭했으니 이 부침이 세리아A의 그것이었다.
한때 세계 축구를 호령한 이태리 축구는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를 양날개에 장착한 프리메라리가와 막대한 자금을 등에 업은 EPL에 밀려났다.
2005-06 시즌 AC 밀란은 리그 최다 승인 28승을 거두었지만 그들에게 불행은 유벤투스가 더 잘했다는 데 있었다.
아쉬움도 잠시. 승부조작 논란에 휩싸여 44점을 깎인 밀란은 다음 시즌을 -15점인 상태로 시작하는 비운을 겪기도 했다. 이 사건은 가뜩이나 침체 기미 뚜렷한 이태리 축구에는 치명상을 준다.
갖은 부패의 총화였고 돈과 권력 모두에서 모든 영광을 체현한 그는 축구시장에서도 시대를 주름잡은 거물이었다.
그를 선택한 것은 이탈리아 국민이고 밀라노 시민이다. 어쩌면 부패조차 선택했는지도 모른다.
그는 일견 화려찬란한 듯 하나 그 화려찬란은 한번 주어지면 죽을 때까지 자동으로 보증하는 수표는 아니었다.
남들은 모들 걸 가졌다 하나 그는 늘 배가 고팠고 그 허기는 불법 탈법으로 채울 때 더한 쾌감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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