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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괴테 20개월을 이틀 만에 뽀개다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6. 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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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테 20개월치 이탈리아 기행을 어제 시작해 이틀만인 방금 전 접었다.

민음사 전2권짜리 완역본을 준거로 삼았으니 제1권은 끝까지 숙독했고, 제2권은 중반부 이하까지는 그런대로 봤고, 그 이하는 듬성듬성 훑으며 지나갔다. 이 중반부 이하는 문학사가들한테는 특히 더 중요한 지점이 아닐까 하지만 난 문학사가가 아니다.

그가 간 코스는 거개 나도 훑은 까닭에 기시감은 있으나 그렇다고 괴테와 나 사이에 놓인 240년이라는 시간 간극을 무시할 순 없다.

괴테는 나한테 참말로 무미건조한 작가로 각인한다.

그의 파우스트 그리고 망나니 베르테르는 혈기방장한 시절 읽기를 시도했으나 번번이 좌절했으니 무엇보다 재미가 없기 때문이었다.

세계문학사 그리 유명한 작품 치고 이토록 재미 없는 작품은 나한테는 없었다.

아 20세기에는 좀 있다. 베케트 고도를 기다리며랑 같은 아일랜드 혹은 동시대 소위 의식의 흐름 작가들, 제임스 조이스니 버지니아 울프니 하는 또라이들 말이다.  

자전 에세이 시와 진실 역시 중간중간 읽다가 덮었으니 혹 모르겠다. 이를 시발로 다시 손을 댈지.

누누이 하는 이야기지만 독서도 혈기방장할 때나 하는 짓이라 늙어서 하는 독서는 수면제다.

그래도 이 이탈리아 기행은 괴테하면 연상하는 그 독특한 뭐랄까? 현미밥 씹는 듯한 기분은 훨씬 덜해서 그의 글로는 비교적 달달한 편에 속하지만 그렇다고 아주 단맛은 아니어서 여전히 쓴 맛이 우려난다.

그런 괴테를 독파하는 입구로 굳이 저 기행을 선택한 까닭은 그래도 좀 편안하지 않을까 해서였다.

로마에서도 그가 머무른 집을 개조한 괴테 하우스를 간판 판데기를 통해 만나기는 했지마는 기행은 고사하고 그의 글로 제대로 읽은 게 없어 내가 괴테를 통해 격발할 바가 없었으므로 옆집 똥개 구경하듯 지나치고 말았다.

반면 스페인광장 오른편 키츠셸리하우스와 피라미데 인근 저 둘, 곧 키츠랑 셸리랑 같이 묻힌 공동묘지를 찾아 오만잡상 다 떠벌린 까닭은 학장시절 아주 잠깐 저네를 접한 얄팍한 인연 때문이었다.

혹 이태리 땅을 다시 밟게 될지 모르겠다만 기행을 접한 이상 이제 이태리에다 괴테라는 데코레이션 하나를 더 장착하게 될 것이다.

 
***
 
저 민음사 역본은 세 사람 공역이라 역자별 편차가 좀 있다.

전반으로 보아 번역 수준에 나로서는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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