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서리15 백설탕 바른 배추가 그리운 시칠리아 지금 내가 다니는 데서는 서리를 만나기가 힘들다. 물론 이곳 시칠리아라 해도 해발 3천미터가 넘는다는 뒷동산 에트나 산을 오르면 그런 풍광을 보겠지만 그렇다고 청승 맞게 서리 보겠다고 새벽에 저 산을 오를 수는 없는 노릇이라얼마 전 이태리 북부 파도바에 갔을 때다. 베네치아랑은 기차로 30분 거리 내륙에 있는 중소도시로 그곳에서 서리를 만나고선 얼마나 반갑던지이런 데 나와서 보면 우리가 일상으로 만나기에 소중한 줄 모르는 것들이 하나하나 소중한 순간이 있기 마련이라 서리 역시 그러해서 그 파도바 서리에 가슴 한 켠이 찡해오는 내가 이상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지금 한국에서는 흔한 서리조차 생각나는 순간이라 내가 여러 번 소개한 것으로 기억하거니와 이 시즌 서리맞은 배추야말로 이 지구가 빚은 가장 위대한 설.. 2024. 12. 12. [백수일기] (12) 동성동본 서리 白씨 계열은 백수 되고서 친근함이 더하다. 동성동본인 까닭이다. 문중 행사 있으니 동참하라 춘배를 불러냈다. 예 재종숙 어른 있으니 인사나 드리라고 말이다. 배추도 본래는 白추였지만 고려 인종 시절 백차가 김녕군에 봉해짐으로써 훗날 음이 와전되어 본이 갈라졌다. 언젠가 일렀듯이 난 서리만한 위대한 예술가 본 적 없다. 피카소? 워홀? 그들이 어찌 이 서리에 비기겠는가? 도리깨 타작 앞둔 들깨도 수북히 백설탕 뒤집어 썼다. 무시는 백설 뿌린 푸른 도너츠다. 2023. 10. 22. 서리라는 이름의 설치미술가 서리가 생성하는 특유한 기상 조건이 있다. 너무 따뜻해도 종적을 감추고 기온이 각중에 급강하할 때 새벽에 나타났다 해가 뜨기가 무섭게 다시 사라진다. 이 서리만한 위대한 설치미술가 만난 적 나는 없다. 오늘 김천에 살짝 흔적만 남기고 간단 말도 없이 사라졌다. 2023. 1. 23. 엄마방 연탄 굴뚝 끝 고드름 배추 이파리 내려앉은 서리는 그 어떤 풍경화를 능가하는 경이다. 무서리엔 모자라는 서리 약간이라 그런 풍모엔 모자라는 아침이다. 그 몇 장면 담겠다는데 우리집 똥강아지가 언제 따라왔는지 막고선다. 몇 포기 남지 않은 배추는 모조리 소금 절임에 고춧가루 신세라 개중 어떤 이는 누구 뱃속으로 사라졌다. 버림받았기에 기적으로 남은 저 배추 서리가 절임한다. 토끼라도 있었음 뽑아다 던졌으리라 엄마방 연탄 굴뚝에 늘어진 고드름 무서리 구경하고 오니 바닥에 곤두박질했더라. 서리건 고드름이건 빛이 나면 자릴 내줘야는 법이다. 2022. 1. 9. 백설탕 뒤집어 쓴 배차 시들어감이 미학인 오직 하나가 배추에 내린 서리다. 2021. 1. 7. 도너츠 바른 설탕 같은 서리 나는 서리가 좋다. 눈 같잖아서 좋다. 밟아도 뽀드득 소리가 나지 아니한다. 사각사각하는 그 느낌이 좋다. 때론 그 소리가 뼈를 깎는 듯해서 께름칙하지 아니한 것도 아니지만 눈만큼 시건방지지 아니해서 좋다. 배추 숨을 죽이는 소금 같아 좋다. 각설탕 바른 듯 해서 좋다. 도너츠에 대롱대롱 달린 설탕 같은 그 느낌이 좋다. 그리 화려치 아니하면서도 은은하달까? 이 정도면 천상 설탕이다. 소금 대신 서리를 덮어보자. 온통한 서리가 좋다. 2019. 12. 10. 이전 1 2 3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