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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속 남쪽 가지에 핀 꽃 두세 송이 한시, 계절의 노래(296) 이른 봄[早春] [宋] 백옥섬(白玉蟾, 1194~1229) / 김영문 選譯評 남쪽 가지에 비로소두 세 송이 피었음에 눈속에서 향기 맡으며분바른 모습 즐기네 담백하게 안개 빛농도 짙게 달빛 물드니 깊숙하게 물을 덮고야트막히 백사장 덮네 南枝才放兩三花, 雪裏吟香弄粉些. 淡淡着煙濃着月, 深深籠水淺籠沙. 강원도 일원에 봄눈이 내렸다는 보도가 얼마 전에 있었다. 이 밤에 만약 휘영청 달이 밝다면 그야말로 “달빛 희고 눈빛 희고 하늘 땅 모두 흰(月白雪白天地白)” 풍경이 펼쳐지리라. 이른 봄 눈 내린 달밤에 분바른 듯 하얀 꽃을 감상하는 이 시는 묘사가 좀 더 세밀하다. 굳이 패러디하자면 “달빛 희고 눈빛 희고 하늘 땅 모두 흴(月白雪白天地白)” 뿐 아니라 “꽃도 희고 안개도 희고 물과.. 2019. 3. 11.
법등法燈 아래서 내가 무슨 법등法燈을 밝히겠는가? 그 언저리 얼쩡일 뿐이라 쬐주면 고맙고 아니라 해도 섭섭함은 없다. 워낙에나 찌든 때 두터워 냉탕 온탕 오가고 싸우나 일년 열두달 뿔쿤대서 벗겨질 것이라면 나는 반열반했으리라. 2019. 3. 11.
77년만의 귀환, 산청 범학리 삼층석탑 산청 범학리 삼층석탑 山淸 泛鶴里 三層石塔Three-story Stone Pagoda in Beomhak-ri, Sancheong국보 제105호, 통일신라 9세기National Treasure No. 105 / Unified Silla Period, 9th century 이층 기단에 삼층 탑신을 올린 전형적인 통일신라 양식 석탑이다. 꼭대기 장식[相輪部]과 하층 기단 덮개돌 아래는 남아 있지 않다. 석탑 재질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섬장암(閃長岩, 반짝이는 장식으로 된 암석)으로 만들어졌고 덮개돌 이하 부분 복원에도 동일한 섬장암을 사용했다. 석탑 외면에는 부조상이 정교하게 새겨졌다. 상층 기단에는 8구의 갑옷 입은 신장상(神將像, 무력으로 불법을 수호하는 신)이 무기를 들고 있다. 1층 탑신은 공양하는 보.. 2019. 3. 11.
<주마간산 애급여행기> (3) BTS보단 강남스타일 수단과 경계를 이루는 아스완을 떠나 룩소르를 향해 나일강 크루즈에 나서 북쪽으로 50킬로미터가량을 내려간 어중간 나일강 동편으로 콤 옴보(Kom Ombo)라는 곳은 농업으로 주된 생업 기반으로 삼는 마을이라, 이곳에 악어 대가리를 걸친 소베크(Sobek), 혹은 세베크(Sebek), 혹은 소체트(Sochet), 혹은 솝크(Sobk), 혹은 솝키(Sobki)라는 신을 봉헌하기 위한 콤 옴보 신전(the Temple of Kom Ombo)이 있어, 사전 정보가 전혀 없이 떠난 이번 이집트 여행에서 이 신전 건물을 마주하면서 퍼뜩 "저거 왜 저래? 코린트 양식 기둥인데?" 했던 것이었던 바, 이런 인상은 이내 해명이 되었으니, 알고 보니, 고대 이집트 왕국 시대에는 '황금도시'를 의미하는 눕트(Nubt), 혹.. 2019. 3. 11.
서리, 그리고 비 맞은 납매의 마지막 작년 성탄절 엄동설한에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했다는 납매 근황이 적이 궁금해서 다시 찾은날 이른 아침 눈 부비고 살피니 때마침 서리 천하라. 이 서리를 뚫고서도 이름 모를 꽃은 이미 개화했으되, 이 모진 서리 이기고 살아남을지는 모르겠더라. 냉이는 누가 캐가진 아니해서 용케도 살아남아 뭉게구름 피운다. 저 마늘은 쫑다리 뽑아 된장 찍을 날 머지 않은 듯. 납매 키우는 농가 들어서며 주인장 부르니 인기척이 없다. 그제 미리 다녀갔다는 지인은 흔들면 우수수 꽃잎 떨어진다며 조심하란다. 서리까지 머금었으니, 그에 더해 지난 서너달을 저 상태로 버텼으니 오죽하겠는가? 빛이 들지 않아 일단 물러나기로 하고 이튿날 아침 해가 들 시간을 맞추어 다시 찾는데 마침 간밤부터 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오늘은 주인장 출타치 .. 2019. 3. 11.
작약이 삼킨 영미의 고장 의성 다음달 중순이면 영미의 고장 의성 개중에서도 금성산 고분군이라는 문화재 현장은 이런 모습 빚어지리라. 늙으면 꽃이 좋아진다지만 20대로 돌아간다한들 넋을 놓고 말았으리라. 얼마전인가? 어느 신문에 보니 컬링의 고장 의성에서 장사가 되는 것이라곤 장의사뿐이라는 자극적인 미다시를 뽑았거니와, 이르노니 의성은 작약의 고장이다. 올봄이 흐드러지고 모란이 지기 시작하면 의성으로 가라. 2019. 3. 10.
보리, 구름 베틀이 빚은 초록 비단 한시, 계절의 노래(297) 보리밭[麥田] [宋] 양만리(楊萬里, 1127 ~ 1206) / 청청재 김영문 고르고 옮기며 해설함 가없는 초록 비단구름 베틀에 짜여 전폭의 청라가땅 옷이 되었네 이것이 농가의진정한 부귀이니 눈꽃 다 녹자보리싹 살찌네 無邊綠錦織雲機, 全幅靑羅作地衣. 個是農家眞富貴, 雪花銷盡麥苗肥. 인동초(忍冬草)라는 풀이 있듯이, 보리도 겨울을 견뎌내는 식물의 하나다. 봄에 씨를 뿌리는 보리가 없지는 않지만 보통 가을에 파종한다. 이런 연유로 보리는 겨울 추위를 고스란히 견딘 후 봄을 맞는다. 겨울 추위를 견디는 과정에서 땅에 낀 서리발이나 얼음 때문에 보리 뿌리가 떠들리는 현상이 생긴다. 이를 방지하고 보리의 착근(着根)을 돕기 위해 늦겨울이나 초봄에 보리밟기를 한다. 새봄이 되면 땅에 튼.. 2019. 3. 10.
인도 학술 조사 이야기 (20) : 함께 묻힌 먼 옛날 그 시절 부부-연인들 (5) Sati에 관한 인도의 설명-. 참고바랍니다. 요약: 1. Sati는 분명히 악습이지만 인도에 있는 것은 아니며 2. Sati의 진행과정과 전통 인도사회에서의 의미를 보면 우리 열녀문과 매우 비슷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열녀문이 공식적으로 "자발적"이었던 것처럼 Sati 역시 공식적으로는 "자발적"이지요. 2019. 3. 10.
수양버들에 내린 봄 저쪽은 사정이 어떤지 알 수 없으나 이곳 남녘 장성땅엔 밤부터 비가 나린다. 물고문 당한 수양버들 가뜩이나 처진 가지 버티기 더는 버거운 듯 체념한 듯 넋 놓은 듯 될대로 되라 흐물흐물 늘어졌다. 그래도 새순은 올라온다. 묵은때 먹었으니 것도 이참에 털어내면 좋으리라. 올핸 봄이 빠른 듯해 질러 그리고 서둘러 맞으러 남쪽을 왔더니 겨울 끝자락이긴 이곳 역시 마찬가지라 하지만 그 반대편 경주 지인이 알려온 소식은 매화는 만발이요 목련은 건딜면 툭인 상태라 하니 이번 주말이면 언제나처럼 대릉원 그 야릇한 목련은 가랑이 사이에서 꽃을 피우고 있으리라. 2019. 3. 10.
《문화재와 함께한 나날들》 문화재단상(2) 붕괴와 고사가 이상異常은 아니다 《문화재와 함께한 나날들》 문화재 단상(2) 붕괴崩壞와 고사枯死가 이상異常은 아니다 이 연재를 쓰는 지금(March 8, 2016) 나는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는 한양도성 성벽 일부가 붕괴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듣건대, 또 보건대, 인왕산 구간 성벽 일부에 배부름 현상이 나타나고 개중 한 군데가 무너져 내렸단다. 얼마 전에 봄비 답지 않은 폭우가 쏟아졌으니 아마도 그 여파이리라. 때마침 해빙기지 않는가? 문화재 현장에서 이런 붕괴는 비일非一하고 비재非再하다. 그때마다 나는 이를 이상(abnormal)이 아니라 정상(normal)으로 봐야 함을 역설했다. 왜 무너지는가? 무너질 만하기에 무너지는 것이다. 무너지지 않으면 버텨낼 재간이 없기에 무너지는 것이다. 살고자 무너지는 것이다. 함에도 많은 현장에서 .. 2019. 3. 10.
선운사 도솔암에 올라 동백더러 말했노라 전북 고창 도솔산 선운사 도솔암에 올랐다. 7년전 이맘쯤 찾은 일이 있다. 암반에서 흘러나오는 물로 목을 축인다. 앞과 뒤로 암산이 병풍으로 둘러쳤으니 제사상만 차리면 된다. 마애보살 마주하고선 빈다. "호철이 장가가게 해주세요" 같이 배례하던 할매가 반응한다. "어째 나랑 같은 처지인갑소" 천근만근 몸뚱아리 질질 끌고는 올핸 기필코 보내고 말리라 다짐한다. 지장보살 마주하고선 단디 당부한다. "지장아, 나와바리 잘 지키레이. 예수쟁이들 움직임 심상치 않데이" 절경이라, 비자나무 바위 부여잡곤 질긴 삶 이어간다. 아래쪽 동백은 요지부동 아가리 콱 다물었는데 유독 도솔암 동백은 만발이다. 그래..어쩌다 보니 예까지 왔더라. 2019. 3. 9.
백로, 거미, 아지랑이, 그리고 달팽이 한시, 계절의 노래(295) 사물 관찰[觀物] 둘째 [宋] 백옥섬(白玉蟾, 1194~1229) / 김영문 選譯評 새벽 백로 배 불리려개울 지키고 저녁 거미 생계 위해집을 빌리네 구속 없는 아지랑이허공 달리고 가쁜 숨 없이 달팽이는벽 위 밭가네 曉鷺守溪圖口腹, 暮蛛借屋計家生. 不羈野馬空中騁, 無喘蝸牛壁上耕. 시를 감상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우선 시인의 생애와 사상 등 작품 외적 요소를 철저하게 조사하여 시를 감상하는 방법이 있다. 흔히 역사적·전통적 접근법으로 불리는 이 방법은 작품 밖의 다양한 상식에 치중하다 정작 시 내면의 구조나 풍경을 놓치기 쉽다. 이에 반발하여 구조주의나 신비평에서는 시가 시인의 손을 떠나는 순간 텍스트로서 독립성을 가진다는 데 주안점을 둔다. 이들은 텍스트를 받치는 구조나 시.. 2019. 3. 9.
서울시립과학관, 노원에서 서울로! 내가 서울시립과학관을 논하면서 당장 지도를 첨부하는 까닭은 지금 이 과학관이 처한 묘한 위치를 말하고자 함이다. 이는 내가 이 과학관 털보관장 이정모 형한테 직접 들은 말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현장 방문에서 절실히, 그리고 적실히 확인한 것이기도 하거니와, 다름 아닌 지정학적 위치다. 저 과학관이 위치한 노원을 지금은 당연히 서울이라 하지만, 불과 20년 전만 해도 서울의 오지와 같았으니, 시계추를 거꾸로 더 거슬러 올라가면, 저긴 한양이 아니었다. 경기도였다. 그냥 노원이었다. 노원은 한자가 蘆院이어니와, 院은 요즘으로 치면 고속도로 휴게소가 있는 마을이라 역참이었다. 서울시립과학관은 명칭이 명확히 보여주듯 시립市立이니, 이는 시가 발기했단 뜻이 아니라, 시가 세웠다는 뜻이며, 단순히 세운데서 한 발 .. 2019. 3. 9.
미스월드 vs. 블랙아웃 베네수엘라 나는 남미를 밟은 적 없다. 다만 남미하면 몇 가지가 떠오르니, 첫째 막추픽추둘째 갈라파고스 셋째 이구아수 폭포 그리고 넷째가 미스월드 혹은 미스유니버스 가 그것이라. 실재와 얼마나 부합하는지는 모르나 이 넷째가 나한테는 중요한데, 미스월드 혹은 미스유니버스라 하면 언제나 자동빵 나한테는 베네수엘라다. 환영인지 아닌지는 자신이 없지만, 베네수엘라가 언제나 저들 자리를 가져갔다. 그런 베네수엘라가 요즘 난장인 모양이다. 대통령이 둘인가 어쩐다나 말 그대로 개판이라, 난리블루스를 추어대는 모양이다. 미스월드 미스유니버스 찾아 언젠간 베네수엘라 가려 했더니 글렀나 보다. 정국혼란에 블랙아웃까지 빈번이 일어나 기자들이 폰으로 기사를 쓰는 모양이다. 2019. 3. 8.
문화재위원 박양우 8일 개각 인사에서 문재인 정부 두번째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로 박양우 전 문체부 차관이 지명되었다. 초대 도종환 장관은 현직 재선 국회의원이라, 오래 재직한 편인 데다, 차기 총선 출마가 유력한 상황이라, 이번 개각 대상에 포함될 것이 확실했으니, 그러는 와중에 후임으로는 박 후보자와 더불어 또 다른 정치인인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유력한 후보로 떠올랐다. 내가 아는 한, 박 후보자는 개각 하마평 초창기에 가장 유력한 대안 중 한 명이기는 했지만, 마침 그때 제1차관이 역시 문체부 출신인 김용삼 차관으로 교체된 직후라, 그리 되면 장관, 제1·2차관까지 모조리 문체부 출신인 점이 한계라는 말이 나온 데다, 정치역학 구도상 우상호 의원이 강력한 대안으로 대체되는 것이 아닌가 했더랬다. 대략 1주일 .. 2019. 3. 8.
2019. 03.08 장관후보자 및 차관급 인사 프로필 관련기사는 아래 참조 중기 박영선·행안 진영·통일 김연철…文대통령 7개부처 개각송고시간 | 2019-03-08 11:30 문화 박양우·국토 최정호·과기 조동호·해수 문성혁…39% 교체 '2기내각' 완성초대 장관 7명 물갈이…'내년 총선 겨냥' 현역의원 4명 당으로, 2명 입각차관급도 2명 교체…식약처장 이의경·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장 최기주 장관 인사발표 자료(11시30분 엠바고★) ※ 엠바고, 11:30 이후 보도 가능합니다. □ 장관 인사 브리핑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 조동호 (趙東浩, Cho Dong Ho), 1956년생 【 학 력 】 - 서울 배문고 - 서울대 전자공학과 -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기 및 전자공학 석사, 박사 【 경 력 】 -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기 및 전자공학부.. 2019. 3. 8.
"갈승개(曷勝慨)", 팔순 영조의 한탄 늙으면, 특히 죽음이 다가옴을 직감할수록 강개(慷慨)함을 이기지 못하기는 만승(萬乘), 혹은 천승(千乘)의 군주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아니, 지위와 권력이 높을수록 이 강개함은 더 농밀한 모습을 그런 일에 처한 사람들이 더 보이는 듯하다. 나야 그런 처지가 아니니 알 수는 없지만 말이다. 조선 21대 임금 영조(英祖). 숙종 20년(1694)에 나서 이복형 경종이 죽자 1724년 왕위에 올랐다. 1776년까지 재위하다가 죽었으니, 재위 기간이 물경 만 52년에 달하고 향년 또한 만 82세 기록적인 장수를 기록한다. 이름이 금(昑)이지만, 아마 이 본명으로 불린 일은 여든 생평에 몇 번 되지 않았을 것이다. 아버지 숙종 혹은 형 경종 정도가 "금이야" 하고 부를 수 있었으니 말이다. 피붙이요 적자이며 차.. 2019. 3. 8.
인도 학술 조사 이야기 (19) : 함께 묻힌 먼 옛날 그 시절 부부-연인들 (4) 신동훈 (申東勳·서울대 체질인류학 및 고병리연구실) 우리가 보기엔 단순해 보이는 발견일 수도 있는 전차와 말에 대한 집착-. 그 이면에는 인더스 문명을 바라보는 인도인의 복잡한 심리가 반영되어 있다는 이야기를 전 회에 썼다. 이제 다시 우리 연구진이 발견한 라키가리 유적의 남녀 합장 무덤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지금까지 라키가리 유적은 무미건조할 정도로 남자면 남자, 여자면 여자 혼자 묻힌 무덤만 줄줄이 보고 되었었는데 남자와 여자가 함께 발견되었다니 아마도 이 두 사람은 부부 (아니면 사실혼 관계의 연인) 였나보다. 아마 이것이 사람들의 호기심을 가장 크게 자극한 부분 아닐까. 라키가리 유적을 파고 있을때 인도에는 "모헨조다로"라는 볼리우드 영화가 개봉되었었다. 이 영화는 인더스 문명을 주제로 한 블록버.. 2019. 3. 8.
계곡 장유(張維)가 기생 추향(秋香)에게 바치노라 시권(詩卷) 첫 번째 시의 운자(韻字)에 따라 지어서 오산의 금기 추향에게 주다[次卷首韻 贈鰲山琴妓 秋香] 계곡(谿谷) 장유(張維, 1587~1638) 깊은 가을 바람과 이슬 차가운 오경인데 홍계는 은은한 향기 아직까지 남아있네 별안간 청준 받고 살포시 보조개 짓더니 몇번 눈물 훔치고서 오사란 펼쳐 놓았소 깊은 정 언제나 가야금 봉현에 의탁하니 누가 짝 이루어 난새 타고 안개속을 날까 타향 떠돌다 우연히 이룬 분포 자리 백발 사마는 취해서 서로 얼굴 바라보네 九秋風露五更寒, 紅桂幽芳尙未殘。乍對青樽開寶靨, 幾收珠淚展烏闌。深情每託琴中鳳, 仙侶誰乘霧裡鸞? 流落偶成湓浦會, 白頭司馬醉相看。 《계곡집(谿谷集)》 권31에 수록됐다. [주석] 홍계(紅桂) : 망초(莽草)를 이르는 말이다. 여기에서는 추향(秋香)의 자(.. 2019. 3. 7.
미세먼지 자욱한데 다툼은 그치지 아니하고 한시, 계절의 노래(294) 문밖[門外] [宋] 여도화(黎道華) / 청청재 김영문 選譯評 대문 밖 누런 먼지한 자 가량 깊은데 바보들은 죽어라고다투며 부침하네 초가 처마 한 치 태양그 누가 알리요 한적한 내게 하늘이 준만금의 보물임을 門外黃塵尺許深, 癡兒抵死競浮沈. 誰知一寸茅簷日, 天付閑人値萬金. 내가 2년여 전 이사온 곳은 대구에서 자동차로 30분 정도 걸리는 곳이다. 나이 50 후반에 시골로 이사간다는 소문이 나자 사람들은 내가 전원주택을 지어 금의환향하는 것으로 여겼다. 하지만 내가 지금 사는 곳은 15층 아파트다. 금의환향은 고사하고 오히려 내 고향에서 더 멀어진 감이 있다. 포의(布衣)를 입고 더 먼 타향으로 떠도는 신세라 해야 한다. 다행히도 아파트 뒤로 매화가 피는 산이 있고, 앞으로는 물안.. 2019. 3. 7.
서울시립과학관의 호객 행위 털보씨가 관장으로 재직 중인 노원구 하계동 서울시립과학관이라는 곳에서 호객 차원에서 좀 더 관람객 많이 끌어 볼끼라고 이런 장치를 해 놓았다. 기계 앞에다가 각중에 사람 세운 다음에 사진 촬영케 하고는 그걸 갖다 넣고는 단추를 누르니, 어릴 적부터 내가 죽을 때까지 일생 몸의 변화를 주기별로 그려 주는데, 뿔싸. 나도 변곡점을 넘어 말기로 달린다는 새삼스런 발견에 순간이나마 씁쓸했으니, 무엇보다 고환과 정자가 작아지고 숫자가 줄어든다나 어쩐다나. 그런대로 재미있긴 하다. 다시 가야겠다! 2019. 3.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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