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봄 돌아오는 사람이 되시게
한시, 계절의 노래(15) 삼월 그믐날 그대를 보내며(春晦送客) [당(唐)] 최로(崔櫓) / 김영문 選譯評 들판에서 어지러이 술잔 권하며 그대를 보내며 봄도 보낸다 내년에 봄빛이 되돌아올 때 돌아오지 않는 사람 되지 말기를 野酌亂無巡, 送君兼送春. 明年春色至, 莫作未歸人. (2018.04.28) 음력으로는 정월이 맹춘(孟春), 2월이 중춘(仲春), 3월이 만춘(晩春)이다. 양력은 대체로 음력보다 한 달 정도 앞서므로 양력 4월 말인 지금 즈음이 늦은 봄을 배웅하는 시기다. 가만히 있어도 저절로 사라지는 봄을 왜 굳이 배웅할까? 그동안 봄날과 깊은 정을 나눴기 때문이다. 매화, 영춘화, 개나리, 진달래, 철쭉, 살구꽃, 복사꽃, 벚꽃, 오얏꽃, 앵두꽃, 배꽃, 라일락 등 만발한 백화(百花)의 향기에 취하고..
2018. 4. 28.
지여초견只如初見 : 첫 만남 같다면...
*** 중문학도 홍승직 선생 페이스북 포스팅이다. 아주 찔끔 내가 손댔다. 만약... 혹시...그럴 리가 없겠지만, 그래서는 안되지만, 그래도 만약...혹시...아내가, 남편이, 애인이, 친구가, 옆사람이...싫증이 난다면, 싫증이 나기 시작한다면...어쩌면 좋을까? 잠시 눈을 감고, 그 사람을 처음 만나던 때를 떠올려보자. 그 순간의 설레임, 황홀함, 경탄, 환희 등이 아직도 생생히 떠오를테니, 그때의 그 마음으로 남은 시간을 함께 하자. 인생이 만약 늘 첫만남같다면[人生若只如初見] 나란성덕(納蘭性德·1655~1685) 인생이 만약 늘 첫만남같다면 가을 바람에 화선(畵扇)이 슬퍼할 일 어찌 있겠어요 얼마 못가 변해버린 내 님 마음 연인 마음은 본디 쉽게 변하곤 했다며 핑계를 대네요 여산(驪..
2018. 4. 27.
동풍이 전해오길
한시, 계절의 노래(9) 상화가사(相和歌辭) [唐] 장호(張祜, 785?~849?) / 김영문 選譯評 큰 제방에꽃 피고 달 뜬 밤 장강엔봄 물결 출렁출렁 동풍이소식 전해오길 봄밤에 특별히놀러 오라네 大堤花月夜, 長江春水流. 東風正上信, 春夜特來遊. 꽃 피고 달 뜬 봄밤 환상적인 분위기를 묘사한 시로는 초당(初唐) 장약허(張若虛)의 「춘강화월야(春江花月夜)」가 첫손에 꼽힌다. 모두 36구로 이루어진 이 장편 칠언고시는 무한한 대자연 속에서 유한한 인간이 느끼는 감상을 노래한 절창이다. 한마디로 표현할 수 없는 아련함, 그리움, 애달픔, 외로움을 봄[春], 강(江), 꽃[花], 달[月], 밤[夜]과 함께 무르녹여 나그네로 왔다가 나그네로 사라지는 인간 존재의 근원적 슬픔을 그려냈다. “봄 강에 밀물 들어 바..
2018. 4. 23.
정철(鄭澈, 1536~1593), 〈송강정사에서 묵으며[宿松江亭舍]〉
〈송강정사에서 묵으며[宿松江亭舍]〉 3수(首) [1]이름만 빌린 지 삼십년 되었나니, 借名三十載,주인도 아니고 손님도 아니라오. 非主亦非賓。띠풀로 겨우 지붕만 이어놓고서, 茅茨纔盖屋,도로 일어나 북으로 돌아갈 사람. 復作北歸人。 [2]주인이 객과 함께 이르렀을 때, 主人客共到, 저녁 호각소리에 물새 놀랐더라. 暮角驚沙鷗。 물새들 주인과 객을 배웅하려고, 沙鷗送主客, 물속 모래톱에 도로 내려앉는다. 還下水中洲。 [3]밝은 달 적막한 뜰에 떠 있거늘, 明月在空庭, 송강정사 주인은 어디를 가셨소. 主人何處去? 낙엽이 수북하게 사립문 가렸고, 落葉掩柴門, 바람과 소나무 밤 깊도록 이야기. 風松夜深語。 [해제] 송강정사(松江亭舍)는 증암천(甑巖川)이라고도 일컫는 담양 죽녹천(竹綠川) 가에 있는 송강정으로 원래 이..
2018. 4.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