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반응형

探古의 일필휘지481

[서예가 이완용] (6) 여유는 있었으나 절박함이 없던 삶 앞서 그가 추사체를 따르지 않은 점이 특이하다고 하긴 했지만, 기실 근대 한국의 다른 관료나 문인들 작품을 보아도 추사체보담은 안진경체, 조금 더 엄밀히는 안진경을 깊이 공부해 일가를 이루었던 청나라 말기 서가 하소기(何紹基, 1799~1873)의 글씨체(그림 1)를 따른 경우가 많았다. 그러니 이완용이 안진경체를 쓴 게 이상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들과 이완용이 구분되는 지점이 하나 있다. 위창葦滄 오세창(吳世昌, 1864~1953), 소호小湖 김응원(金應元, 1855~1921), 또 고균古筠 김옥균(金玉均, 1851~1894)이나 현현거사玄玄居士 박영효(朴泳孝, 1861~1939)처럼 당시 내로라하는 망명객亡命客들은 으레 생계를 위해 서화를 그려 팔곤 했다. 입에 풀칠하기 위해 쓰고. 도움에 보답하.. 2024. 8. 2.
[서예가 이완용] (5) 안진경을 흠모했지만... 그 주인 행적은 일단 젖혀두자. 철저하게 글씨만 놓고 보더라도 이완용 글씨가 ‘좋다’고 단언할 수 있을지는 약간 갸웃거려진다. 앞서 이완용이 ‘평상심시도’를 즐겨 썼다고 했는데, 남아있는 (사진 1)를 보면 바탕이 크건 작건, 글자 배치나 획 움직임이 거의 같다. 독창성이 별로 없는 셈이다. 또 백은의 글씨와는 달리 글자가 너무 매끄러워 보인다. 비백이 있음에도 거칠다기보다는 부드럽게 흘러가버린다고 해야 할까. 선승의 글씨를 흉내내긴 하였으나 그 내용이나 글씨체 의도에 제대로 맞게 쓴 것 같지는 않다. 는 상대적으로 좀 덜하지만, 이완용의 다른 글씨(사진 2)를 보면 획의 과장이 때로 심하게 느껴진다. 술을 좀 과하게 했던지, 아니면 자기 자랑하는 맛에 글씨를 썼기에 나타나는 현상일까. 애초에 기교가 승.. 2024. 8. 1.
[서예가 이완용] (4) 일품이라 할 만 하나... 배경 설명은 충분히 한 것 같으니 글씨를 보자(조금 더 거친 맛이 있는 지본으로 보겠다). 글씨 오른쪽 어깨가 올라갔다. 이런 경우는 매사 긍정적인 방향으로 보려는 경향이 강하다고 한다. 또 글자 첫 획, 마지막 획이 길게 뻗는데 이는 자기 과시욕이 있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전체로 보면 글자들 균형은 잡힌 편이다. 이완용은 안진경체顏眞卿體를 주로 썼다고 하는데, 여기서도 글자 모양에서 안체顔體의 여운이 약간 느껴진다. 하지만 글씨에 뼈나 근육보다는 살집이 제법 느껴진다. 특히 호와 이름, 제문題文 부분의 작은 글자가 통통하다. 그의 다른 글씨(시고詩稿 같은)는 먹을 많이 묻혀 뭉텅뭉텅 써 내려가는 경우가 많다. 그것을 보면 역시 안진경(顏眞卿, 709~785) 글씨의 모습이기는 하되 이미 꼿꼿하고 날카로.. 2024. 7. 31.
[서예가 이완용] (3) 에도 선승 백은白隱 혜학慧鶴 아무래도 글쓴이가 이완용이다 보니 베낀 대상도 일본인이 아닐까 싶은 선입견이 있게 마련이다.그런데 그 선입견이 맞아떨어진다.백은 혜학(白隱 慧鶴, 1685~1768)이란 일본 에도시대 선승이 그 주인공이다.백은 혜학 - 일본어로는 ‘하쿠인 에가쿠’라 읽는다. 그는 일본 임제종臨濟宗의 개혁자이자 중흥조로 꼽힌다.임제종은 간화선看話禪 곧 화두를 들고 참선하며 깨달음을 찾아가는 중국 선불교 한 종파로, 우리나라 선종도 고려 말기 태고太古와 나옹懶翁 이후 임제종 법통을 이어받게 된다.  백은 스님은 깨달음을 얻은 뒤 특히 대중 포교에 힘썼는데, 어디서든 누구하고든 친구처럼 지내고 쉬운 말과 그림으로 부처의 가르침을 이해시켜주었다 전한다. 백은은 글씨와 그림에도 뛰어났다. 평생 1만 점가량 서화를 그렸다고 하는데.. 2024. 7. 30.
[서예가 이완용] (2) 선필禪筆을 따른 자취 이완용의 트레이드마크라고까지는 못해도, 그가 유달리 많이 써서 남긴 글씨가 있다. ‘평상심시도平常心是道’ 곧 ‘평상심平常心이 곧 도道이다’라는 내용이다(도 1, 2). 이는 중국 선불교의 종장宗匠 중 한 분인 마조 도일(馬祖 道一, 709~788)의 법문 중 한 구절이라고도 하고 남전 보원(南泉 普願, 748~834)의 말이라고도 하는데, 모든 분별을 끊고 억지로 노력하지 않는 ‘평상심’이 바로 진리라는 뜻이다. 여기서 소개하는 글씨가 바로 그 ‘평상심시도’다. 한데 그 형식이 독특하다. ‘평평할 평平’은 툭 내던지듯이 쓰고, ‘항상 상常’은 붓을 깊이 눌러가며 한 획에 찍어냈는데 수건 건巾 획을 둥그렇게 두 바퀴 굴리고서 밑으로 쭈우욱 그었다. 붓이 끝나는 자리에서 미련 없이 붓대를 다시 벼루로 옮긴다.. 2024. 7. 28.
[서예가 이완용] (1) 김은호가 기억하는 일당一堂 일당一堂 이완용(李完用, 1858-1926) - 대한제국의 마지막 총리대신, 일본제국의 조선귀족 후작侯爵 각하, 친청親淸에서 친미親美, 친로親露, 마지막 친일親日까지 자신의 정치행보를 끊임없이 바꾸어온 이. 살아생전 온갖 권세는 다 누렸으나 천하의 매국노로 지금껏 지탄을 받는 사람. 그는 살아서는 물론 죽고 나서도 사람들의 분노를 받아야했고, 깊은 산중에 자리했던 무덤마저도 파헤쳐졌다. 천만영화 의 모티브가 70년대 그 증손자가 벌인 이완용 부부 묘의 파묘였다니 지금까지도 이완용, 그의 이름은 사람들의 피를 끓어오르게 하는 모양이다. 그런 그에게 그나마 나은 수식어가 있다면 “명필”이다. 이완용이 붓글씨를 잘 썼다는 것은 유명하다. 대한제국 시기 그는 궁궐 현판과 상량문을 쓴 경험이 있었고, 일제강점기에.. 2024. 7. 28.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