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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詩 & 漢文&漢文法556

밤비[夜雨] by [당] 백거이, 파초 이파리 때리는 밤비 한시, 계절의 노래(148) 밤비[夜雨] [당] 백거이 / 김영문 選譯評 때 이른 귀뚜라미 울다 또 쉬고 가물가물 등불은 꺼질 듯 탄다 창밖엔 밤비가 내리는구나 파초 잎에서 먼저 들리는 후두둑 소리 早蛩啼復歇, 殘燈滅又明. 隔窓知夜雨, 芭蕉先有聲. 하루 이틀 사이에 기온이 거의 10도 가량 떨어졌다. 입추 말복 지났다고 가을이 이처럼 성급하게 달려와도 되는 것인가? 한밤중 아파트 베란다에 나가보면 사방에서 들려오는 풀벌레 소리가 천지를 가득 채운다. 아파트 8층에 살면서 가장 아쉬운 점은 벽 속에서 우는 귀뚜라미 소리를 들을 수 없다는 점이다. 시골집에서 살 때는 입추를 전후한 시절부터 귀뚜라미 소리가 멀리서 들리다가 점차 가까이로 다가와 벽 속 혹은 책상 밑에서도 들리곤 했다. 귀뚜라미 소리에 귀 기울.. 2018. 8. 25.
칠석, 하늘이 허락한 딱 하루 한시, 계절의 노래(147) 칠석(七夕) 당唐 백거이白居易 / 김영문 選譯評 안개 하늘 초승달이넓은 하늘에 담백하고 은하수 가을 기약만고 세월에 늘 같다네 기쁨의 정 이별의 한몇 번이나 거쳤던가 해 마다 이 밤에서로 함께 만난다네 煙霄微月澹長空, 銀漢秋期萬古同. 幾許歡情與離恨, 年年並在此宵中. 창 너머에서 까마귀 소리가 들린다. 까치 소리도 들린다. ‘몸이 아파 은하수 잔치에 초대받지 못했을까?’ 매년 오늘 은하수에서는 견우와 직녀 연례 상봉 행사가 열린다. 세상 모든 까마귀와 까치는 은하수로 날아가 온몸 던져 다리를 놓는다. 이른바 오작교(烏鵲橋)다. 우주 만물을 관장한다는 하느님은 대체 뭐하는 분이기에 은하수에 다리 하나 놓지 못해 매년 까마귀와 까치에게 부역을 시키시는가? 1년에 한 번 만남을 허락.. 2018. 8. 23.
말복, 얼음 받아 돌아가는 날 한시, 계절의 노래(146) 말복末伏 [송] 유반劉攽 / 김영문 選譯評 대화성이 점점 더 서쪽하늘로 다가가면 가을 기운 새롭게 하늘 문에서 내려오네 해마다 장안은 여전히 무더워서 근신들은 서로 이어 얼음 받아 돌아오네 火流漸近桑榆上, 秋氣新從閶闔來. 每歲長安猶暑熱, 內官相屬賜冰回. 말복은 입추가 지난 후 첫 번째 경일庚日이다. 앞선 초복은 하지 후 세 번째 경일, 중복은 네 번째 경일이다. 경일庚日이란 옛날에 육십갑자를 날짜에 배당할 때 첫째 글자가 경庚에 해당하는 날이다. 올해(2018) 입추는 음력 6월 26일 신미일辛未日이므로 그 다음 첫 번째 경일은 음력 7월 6일 경진일庚辰日이다. 바로 오늘이다. 왜 경일을 복날로 정했을까? 경庚은 음양오행으로 금金에 해당한다. 금金은 사계절 중에서 가을을 상징.. 2018. 8. 23.
낚싯대 드리우며 한시, 계절의 노래(145) 조대(釣臺) 송 대복고(戴復古) / 김영문 選譯評 만사에 무심하여낚싯대 하나 드리우니 삼정승 벼슬로도이 강산 안 바꾸리 평소에 유문숙을잘못 알고 지내와서 공허한 명성만세상 가득 야기했네 萬事無心一釣竿, 三公不換此江山. 平生誤識劉文叔, 惹起虛名滿世間. 역사에는 돈과 권력의 노예로 살아간 사람도 부지기수지만 돈과 권력을 헌신짝보다 못하게 여긴 선비들도 적지 않다. 그중 유명한 사람이 바로 이 시 배경의 주인공 엄광(嚴光)이다. 그는 후한 광무제(光武帝) 유수(劉秀)의 친한 벗이다. 광무제는 후한을 건국한 후 자신에게 서슴없이 직간하며 정치를 올바르게 이끌어줄 사람으로 엄광을 지목하고 모든 예를 다해 그를 궁궐로 모셨다. 엄광은 궁궐에 도착하여 만조백관이 도열한 자리에서 광무제의 .. 2018. 8. 16.
이백이 두보에게 한시, 계절의 노래(144) 장난삼아 두보에게 주다(戱贈杜甫) 당 이백 / 김영문 選譯評 반과산 꼭대기에서두보를 만나는데 머리에는 삿갓 쓰고태양은 중천이네 지난 번 이별 후로너무 말랐네 그려 이전부터 시 짓느라고심했기 때문이오. 飯顆山頭逢杜甫, 頂戴笠子日卓午. 借問別來太瘦生, 總爲從前作詩苦. 중국 시사(詩史)에서 가장 강력한 라이벌은 이백과 두보다. 중국문학사에서 이백은 시선(詩仙), 두보는 시성(詩聖)으로 일컬어진다. 특히 송나라 이후로 이·두(李·杜) 우열을 두고 수많은 논란이 벌어졌고, 그 논란은 지금까지도 지속 중이다. 어쩌면 시작과 끝, 안과 밖이 없는 뫼비우스 띠인지도 모르겠다. 그럼 성당 시대에 두 사람 관계는 어땠을까? 언뜻 보기에 시풍이 다른 만큼 서로 적대적인 라이벌이었을 듯 싶지만 실.. 2018. 8. 16.
늦여름 더위 한시, 계절의 노래(143) 늦여름 즉흥시(季夏卽事) 송 조보지(晁補之) / 김영문 選譯評 붉은 접시꽃 비를 맞아꽃대 길게 자라고 푸른 대추 바람 없어도가지 무겁게 누르네 주춧돌 축축하니사람도 땀에 젖고 찌는 숲 속 매미들뜨겁게 울어대네 紅葵有雨長穗, 靑棗無風壓枝. 濕礎人沾汗際, 蒸林蟬烈號時. 늦여름 찌는 듯한 더위를 읊은 6언절구다. 이 시만 읽고 있어도 온몸에 곧바로 땀이 솟아오를 듯하다. 무덥고 습기 찬 늦더위를 실감나게 묘사했다. 대학에서 중국문학사를 강의할 때 이 시의 작자가 활약하는 북송 시기에 이르면 매우 곤혹스러웠다. 이 작자의 우리말 발음 때문이다. ‘조보지(晁補之)’는 황정견(黃庭堅), 장뢰(張耒), 진관(秦觀)과 함께 소문사학사(蘇門四學士)에 속하므로 언급하지 않을 수도 없다. 소문사.. 2018. 8.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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