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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분榮墳, 출세는 조상 음덕 요새 사가정을 다시 읽기 시작했는데, 이 양반 조선전기 문한文翰의 대명사와 같아 무지막지한 글을 남겼고, 또 조선전기 그 화려한 문물정비에 관여하지 않은 데가 없다. 그 자신은 시에 미친 사람으로 표현하곤 했으니, 그 문집 역시 방대하기 짝이 없다. 이 사가정은 세종이 다음 세대를 대비하고 키운 이른바 집현전 학사 출신이지만, 이 집현전 그룹이 계유정난을 고비로 생사가 갈라졌으니, 사가정은 그가 남긴 글도 그렇고, 실제 행적도 그러해서 물타기 전형이라, 그 자신 성삼문이나 박팽년만큼 비분강개형도 아니고, 그렇다 해서 그 반대편에 서서 정난을 주도할 만한 배짱도 없는 천상 서생 그것이라 막상 계유정난이 났을 때는 대세에 편승해 훈작도 받고 해서 무난한 삶을 살았고, 그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상대적으로 정치.. 2023. 1. 2.
줄곧 Hotlanta여야 했던 1996년 애틀랜타 Atlanta 하계 올림픽이 이짝에서 개최될 때 나는 체육부 소속이었다. 우리 공장 체육부에서는 1명인까 빼고는 몽땅 현지로 갔는데, 선발대와 후발대로 나누었으니, 나는 선발대에 포함되어 아마 만 28일간 애틀랜타 생활을 했다. 국제면허증을 발급받아 갔으니, 교외에 잡은 마리아 호텔인가에서 시내 중심가 코카콜라와 CNN 본사 근처에 마련된 미디어센터로 출퇴근하면서 렌트한 차도 내가 주로 몰았다. 기자들은 보통 일단 미디어센터로 출근하고 해당 경기장이라든가 중요 회의장을 오가며 취지했다. 보통 이런 대형 이벤트 취재를 나가면 매일매일이 녹초가 된다. 1996년 애틀랜타는 올림픽 개막 전부터 그 여름 더위가 문제로 대두했다. 애틀랜타 현지에 있는 말인지는 확인하지 못했지만, 더위가 혹독해 그 Atlanta를 하틀랜타 Ho.. 2023. 1. 2.
눈길 피해 반대편으로만 쏙쏙 숨는 오색딱따구리 그렇게 흔한 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희귀한 편도 아니어서 주로 감나무나 호도나무 같은 데서 벌레를 잡아 먹고 사는 텃새다. 크기는 코딱지 만해서 우리한테 흔한 참새 크기라 보아 대과가 없다. 사람을 경계하기는 하겠지만 그렇다고 썩 그리 예민하지는 않은 듯하다. 밑에서 지켜봐도 아랑곳없이 쪼아대는데 묘한 습성이 있어 사람 눈을 피해 반대편으로 쏙쏙 잘도 피한다. 작은 데다가 제대로 찍으려면 망원렌즈가 필요하고, 또 대체로 아래서 위를 올려다 봐야 하므로, 저 친구 따라댕기며 찍다 보면 이내 고개가 아프고 눈이 아프다. 기다린다고 쉽게 나타나는 편도 아니다. 한국어 표현이야 저 찬란한 깃털 색깔들에 기인하겠지만 영어로는 great spotted woodpecker 라 표현하곤 하는데, 그레잇은 왜 붙었는지 .. 2023. 1. 2.
경술經術과 문장文章, 동아시아 2천년 논쟁 "경술經術과 문장文章은 원래 두 가지가 아니다. 육경六經은 모두 성인聖人의 문장으로 모든 사업事業에 나타나는 것인데, 지금 글을 짓는 자는 경술에 근본할 줄을 모르고, 경술에 밝다는 자는 문장을 모르니, 이는 편벽된 기습氣習일 뿐만이 아니라 이것을 하는 사람들이 힘을 다하지 않기 때문이다." 성현成俔의《용재총화慵齋叢話》 卷之一 첫 구절이다. 그에 대한 원문은 "經術文章非二致。六經皆聖人之文章。而措諸事業者也。今也爲文者不知本經。明經者不知爲文。" 왜 성현은 《용재총화》 대문으로 이 문장을 삼았을까? 이거 허심히 보아 넘겨서는 안 된다. 이것이 동아시아 문필 역사 2천년을 구속한 논쟁이다. 성현은 저리 말했지만, 성현 시대까지만 해도, 조선 지식인 사회는 압도적인 문장 우위의 시대였다. 저 문장이 이 시대 다른 .. 2023. 1. 1.
사가정 서거정이 증언하는 15세기 도봉산 영국사 도봉산(道峯山) 영국사(靈國寺)에서 [道峯山靈國寺] 서거정徐居正(1420~1488), 《사가시집四佳詩集》 제5권 시류詩類 산 아래다 어느 해에 불찰을 열었던고 / 山下何年佛刹開 길손이 와서 온종일 배회할 만하구려 / 客來終日足徘徊 창을 여니 구름 기운은 처마를 밀쳐 들오고 / 開窓雲氣排簷入 베개 베니 시내 소리는 땅을 말아서 오누나 / 欹枕溪聲捲地來 층층의 옛 탑은 부질없이 하얗게 서 있고 / 古塔有層空白立 글자 없는 조각난 비는 풀에 반쯤 묻혔네 / 斷碑無字半靑堆 내 여생엔 인간의 일을 모조리 버리고 / 殘年盡棄人間事 향산에 결사하여 돌아가지 않으련다 / 結社香山擬不回 [주-D001] 향산(香山)에 …… 않으련다 : 백거이(白居易)가 일찍이 형부 상서(刑部尙書)로 치사(致仕)하고 나서 향산의 스님 여만.. 2023. 1. 1.
사가정 서거정이 증언하는 원주 흥법사 진공대사 탑비 원주(原州)의 흥법사비(興法寺碑)를 읽다. 고려(高麗) 태조(太祖)가 지은 것인데, 당 태종(唐太宗)의 글씨를 집자(集字)하였다. [讀原州興法寺碑 高麗太祖所製。集唐太宗所書字。] 서거정徐居正(1420~1488), 《사가시집四佳詩集》 제2권 시류詩類 당 태종의 글씨는 용이 꿈틀거린 듯하고 / 唐宗宸翰動龍螭 여 태조의 문장은 유부의 말과 흡사하네 / 麗祖奎章幼婦辭 오늘날엔 누가 그 탁본을 세상에 전해서 / 今日誰敎傳墨本 만지는 순간 귀밑털이 흰 걸 느끼게 할꼬 / 摩挲不覺鬢成絲 [주-D001] 유부(幼婦)의 말 : 후한(後漢) 때 채옹(蔡邕)이 조아비문(曹娥碑文)을 보고는 그 비석(碑石) 배면(背面)에다 은어(隱語)로 황견유부외손자구(黃絹幼婦外孫齍臼) 여덟 글자를 새겨 놓았는데, 뒤에 양수(楊脩)가 이것을 해.. 2023. 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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