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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국가유산기본법’은 이제 실행이 문제다

by taeshik.kim 2023. 6.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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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유산기본법 제정의 의미와 정책과제’에 즈음해 

   김태식 연합뉴스 선임기자 


문화재 존재 기반을 이루는 문화재보호법을 근간에서 뜯어고쳐야 한다는 비판을 거듭한 나로서는 문화재청이 그에 부응해 이런 일을 벌이지는 않았겠지만, 나 좋은 식으로 해석한다면 이번 국가유산기본접 시행을 앞두고 그에 대한 부응 혹은 호응이라 자화자찬하고 싶다.

이는 그만큼 이 문제가 다른 어떤 문화재 현안보다 절박했지만, 또 그런 절박성을 적어도 이 업계에서는 공감하는 문제였지만, 어느 누구도 성큼 시도하기는 힘든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무엇보다 새로운 법 제정과 이를 뒷받침하는 새로운 유산을 보는 관점 제시를 나는 적극으로 평가하고자 한다.

물론 법률 제정이 곧바로 인식 전환까지 불러올 수는 없다. 하지만 이를 발판으로 이 법이 표방하는 정신이 현장에서도 조속히 뿌리내리기를 희망한다. 




이번 법률 제정을 통해 ‘문화재’라는 말은 ‘유산’으로 대체한다. 다만 전자에 견주어 후자는 여러 문제가 없지는 아니해서 무엇보다 동음다의어同音多意語라는 점에서 선뜻 유산이라 했을 때, 그 의미를 heritage가 독점하거나 혹은 압도적으로 선점하는 위치를 지니지 못한다는 점에서 나는 시대 흐름을 반영해 과감히 저 유산이라는 말도 버리고 차라리 그냥 헤러티지라는 말로 갔음 어떨까 하는 생각도 심각히 해봤다.

물론 그걸 한다 했을때, 지금의 문화재청은 한글을 지상명령으로 삼는 단체나 그 회원들한테서는 융단폭격을 피하지 못했을 테지만 말이다. 

애초 문화재청이 이 법률 제정을 추진하고, 또 그 일환으로 어떤 기회가 주어져 나한테도 문의 비슷한 것이 왔을 때도, 할 말이 많았지만 그런대로 인내하곤 했으니, 뭐 내가 기를 쓰고 반대한다 했었던들 이 법률이 제정되지 않지는 않았을 것이니, 그래 지켜 보자, 작금 드러난 문제들은 향후 차차 하나씩 고쳐나가면 되지 않느냐 하는 포기 혹은 낙관이 교직했다고 말해둔다. 

단순히 용어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구성하는 여러 하위 범주에 대한 개편도 일어났으니, 이번 법률 제정 근간을 추동한 것이 세계유산협약임은 말할 나위가 없다. 다만, 그 한국적 풍토 혹은 기반도 무시하지 않을 수 없어 내가 보기엔 어정쩡한 임시 봉합도 없지는 않으니 그 하위 범주로 문화유산과 자연유산, 그리고 무형유산으로 삼분한 점은 심각한 문제를 계속 안고 갈 수밖에 없다. 




내가 매양 하는 말이지만, 무엇을 분류할 때는 그 준거 기준은 동일해야 한다. 사람 키를 재는데 어떤 이는 미터법으로 재서 170센티미터라 하고, 다른 이는 피트법을 적용해 3피트2인치라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유산을 그 형성에 인간의 힘이 작동했으나 그렇지 아니했으냐를 기준으로 할 때는 오직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이 있을 뿐이다. 현재의 문화재청 조직 혹은 업무, 혹은 기존 법률을 감안해 무형유산을 따로 떼어낸 일은 두고두고 문제가 된다. 무형이라 함은 형태를 전제로 한 것이며, 이 경우 그 형태는 인간을 전제로 한 것이다. 

따라서 무형유산은 엄연히 문화유산에 속한다. 무형유산이라는 개념은 유형유산에 대비할 뿐이지, 그것이 어찌 문화유산 혹은 자연유산과 병렬로 존재할 수 있겠는가? 

기타 세세한 부분에서도 손을 대야 할 것이 많지만, 이 대목은 시급히 바로잡아야 한다. 

따라서 국가유산기본법은 어느 법률이나 그렇듯이 이제 시행과 운용, 그리고 개선을 향해 달려야 한다고 본다.  

 
***
 
이상은 오늘 국립고궁박물관 강당에서 개최한 문화재청·한국문화재정책연구원 주최 ‘국가유산기본법 제정의 의미와 정책과제 제1차 국가유산 정책포럼’ 토론문이라, 토론자로서 토론문은 있어야 한다는 주최 측 요구에 부응해 할 수 없이 몇 자 긁적거려 던졌을 뿐이니, 실제 토론에서 저 문제를 지적하지 아니한 것은 아지만, 잠깐 언급하고 말았으며, 실제는 다른 이야기에 포인트를 주었다. 

다만 문서에는 저것이 남았으므로 기록용으로 전재해둔다.

토론회 전 과정은 아래에서 볼 수 있다고 한다. 

유튜브 주소 : https://youtube.com/live/S_NpQ8lI7pA?feature=sh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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