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차운 쟈철 역 자판기에서 조금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이틀 정도 쓸 요량으로 대중교통 카드 다섯 장을 한꺼번에 사고는 세상을 다 얻은 듯 했다. 그래 난 이런 데서 보람 찾는다.
버스·트람·메트로에다가 시외 전철 정도에 해당하는 rer까지 탄다니 말이다. 야호. 나도 이젠 파리지앵인가 보다 외치면서 쟈철 한번 갈아타고는 8호선인가 라 데팡스 la defense? 인가 하는 역에 내려 rer A선으로 자랑스레 갈아타고는 그 종착역이라는 쌩 제르맹 우짜고 저짜고 하는 역까지 갔다.
쌩 제르맹이라면 축구단 있는 데인가?
애니웨이 이곳에 불란서 국립고고학박물관이 있다. 다 도착해서 나가려면 티켓을 꽂아야 한다. 넣었더니 빽빽 소리를 낸다. 뭔가 씹혔다는 징조다. 같이 내린 다른 외국 여성도 같은 조짐이라 안절부절한다.
무임승차로 걸리면 패가망신이란 생각이 퍼뜩 들어 주변을 살피니 다행히 역 직원들 동태가 감지되지 않는다. 뛰어넘을까 하다가 체통이 말이 아니라 탈출 기회를 엿보니 장애인 출입구가 있어 저짝에서 구내로 입장할 때 대문이 활짝 열리더라.
잔머리 대마왕은 이렇게 곤경을 벗어났다. 웃긴 건 그 여성. 내 행동을 지켜보더니 지도 잽싸게 따라 붙더라.
나와서 티겟을 다시 자세히 보니 rer 옆에 dans paris라는 말이 더 붙어 있더라. 네이버 사전에서 이 불란서어를 살모시 얹어봤다. in 혹은 inside에 해당하는 전치사더라. 좃또를 외쳤다. 알게 뭐람.
이게 다 불란서 콧대 높은 자국어 우선주의 때문이라고 생각해 본다.
(August 11, 2017 · Paris, Fr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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