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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조선구마사》가 던진 질문, 판타지가 피난처인가?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1. 3.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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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가나 영화계에 사극은 결코 마를 날 없는 마농의 샘이라 이것도 시대별 변화 혹은 흐름이 있어 20세기엔 이른바 원전에 충실하고자 하는 경향을 보였으니 이를 대표하는 수작이 동근이랑 명길이가 주연한 《용의 눈물》이었다.

다만 이런 원전 충실을 표방한다 해도 역사왜곡 논란은 여전히 심대했으니, 첫째 언필칭 역사학자입네 하는 이들이 전문가랍시며 나대기를 좋아하고, 둘째 그네들이 참조했다는 원전 자체가 지극히 당파적일 수밖에 없는 숙명이 있었으니

 

정통 사극을 표방한 용의 눈물

 

특히 후자와 관련해서는 특정한 텍스트를 금과옥조로 삼는 사극은 굉장한 불편을 초래했거니와, 《징비록》에 기초한 류성룡 영웅만들기나 《난중일기》에 기댄 이순신 호명이라는 임진왜란 소재 사극이 거개 그랬고, 수양대군이나 한명회 소재 드라마 역시 왜곡논란을 피할 길이 없었다.

그런 가운데서도 《용의 눈물》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힘은 이 공백 혹은 기록의 거짓 과장 축소를 절묘하게 파고든 데 있으니 如컨대 조사의趙思義의 반란을 해석한 대목은 고 정두희 서강대 교수가 입에 침이 마르도록 상찬한 바가 있을 정도로 사극의 새로운 지평을 연 작품이었다. 

암튼 그럼에도 역사왜곡 논란은 끊이지 않다가 마침내 그런 공격에 돌파구를 마련한 도구가 이른바 타임슬립 time slip 을 앞세운 판타지물이었다.

 

정통사극과 판타지 경계를 모호하게 오간 선덕여왕



백투더퓨쳐 혹은 그것을 가능케 한 타임머신을 얼개로 내세운 이런 판타지 사극은 외양만 사극을 빌렸을 뿐, 해리 포터니 스타워즈니 그리고 근자 어벤져스 시리즈물에 이르기까지 어차피 팩트 혹은 히스토리와는 거리가 먼 설정으로 왜곡 논란을 무색케 했으니, 하긴 시대 흐름도 변해 이제는 더는 근엄한 옛날 복장이 거추장인 시대로 돌변해 역사가 중요한가? 팩트가 중요한가 하는 논란 자체를 우습게 만든 것이다.

영화만 해도 괄목할 업적을 내는 감독 이준익을 필두로 《황산벌》이 거시기로 한민족 최대 분기인 일통삼한 전쟁을 코미디화했거니와 그러면서도 짐짓 교훈주의를 어거지로 주입해 우리는 하나다! 우리는 피를 나눈 같은 민족이다! 는 거지발싸개 같은 내셔널리즘을 주물하는 도구로 삼았거니와

그렇게 사극은 새 시대 흐름에 편승해 역사왜곡이라는 아킬레스건을 교묘하게 피하는 도구 창안에 성공하고는 마침내 승리를 구가하며 맘껏 상상의 나래를 펴제끼며 극성을 구가한 것이다.

 

철인왕후 한 장면



판타지물의 브레이크없는 질주가 마침내 제동이 걸렸다. 《철인왕후》인지 뭔지에서 위태위태하더니 《조선구마사》에서 좌초 침몰했다.

앞으로 판타지물에 대한 감시와 처벌은 더욱 강화할 것이며 그에 따른 판타지의 응전 역시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본다. 다만 이번에 된통 당했다 해서 판타지계가 침몰하는 일은 결코 없다 단언해도 좋다.

막장이 거센 공격에도 살아남아 마침내 제2의 전성이라 할 정도로 부활을 구가하는 《펜트하우스》 성공스토리를 연일 써 제끼듯이 판타지도 이번 도전을 버텨낼 것이다.

그와 더불어 이런 사태가 새로운 시장 형성을 부르기도 하는데 이 사태를 숨죽이며 기다리다 쾌재를 부르는 놈들이 있기 마련이다. 

 

이들이 무슨 죄라고..공중분해한 조선구마사 출연진 



역사학자라는 놈들이 그들인데 이런 사태를 불감청 고소해 하면서 거 봐라 그러니 우리한테 미리미리 엎드리고 자문을 받았더래면 이런 일은 없었을거 아니냐 며 지금 이 시간에도 초조히 제작사나 작가들 전화가 오길 기다린다.

역사가 정답이 있겠느냐만 내가 살아 보니 역사를 왜곡하는 이 사극이 아니요 역사학자들이요 고고학을 망치는 이 고고학도들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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