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암 분출하는 에트나 화산을 내 눈으로 직접 보는 줄 알았지만 무산됐다.
간단히 오늘 에트나 유람을 요약하면 변덕하는 날씨에 오돌오돌 추위에 떨면서 산 구경 눈 구경 고드름 구경 현무암 구경만 물리도록 했다.
물론 분화구도 두어 곳 중턱에서 보기는 했지만 내가 원한 용암 분출하는 그런 crater는 아니었고 죽은 그것이었다.
죽은 분화구야 제주 가면 물리도록 보며 외려 제주 분화구가 훨씬 낫다.
와서 살피니 화산은 최정상부 세 군데를 포함해 중턱 곳곳에서 최근까지 분출을 일삼았으며
현재도 용암을 뿜는 곳은 정상부 한 곳이 있음을 그 현장을 확인하고 막 하산한 외국 여성 세 명한테서 들었다.
보니 관광버스를 비롯한 일반교통은 해발 2천미터 고지까지 운행하고 그 이상은 스노체인까지 장착한 특수 개조 버스[스노체인이야 주로 겨울철용 아니겠나 싶다]와 케이블카가 운행한다.
단, 버스의 경우 2,500고지까지만 운행하고 그 이상 정상까지는 케이블카가 운행한다는데 재수없게도 오늘은 기상조건 완화로 꿈을 접어야 했다.
계속 눈이 내리고 강풍까지 부는 바람에 이리 되고 말았으니 이 또한 운명 아니겠는가?
하긴 이 복장으로 해발 삼천삼백 고지 올라갔다면 고산병에 추위로 동태되었을지도 모르겠다.
하늘이 돕지 않는데 나라고 별수 있겠는가?
이참에 초보가 한 마디 보태자면 에트나 정상 등반에는 기상조건이 바쳐준다 해도 장비는 철저히 하고 가야 할 듯하다.
특히 산정 날씨는 종잡기 어렵고 기온이 급강하하니 복장, 특히 신발은 유념해야 할 것으로 본다.
이 날씨에도 정상을 등반하고 내려왔다는 외국처자들 보니 난 처음엔 그네가 스키 타러 온 줄 알았다.
그만큼 아예 작정하고 왔단 뜻이다.
나아가 등반까지 염두에 둔다면 아침 일찍 나서는 게 좋을 듯하다.
여러모로 아트나산은 화산이 아닌 점을 제외하고는 나한테는 사천성 아미산 경험과 비슷했다.
해발 3천88미터인가로, 아트나 산과 거의 비슷한 높이의 아미산에서는 해발 이천오백 고지를 고산병 증세가 왔으며
무엇보다 그 정상 날씨는 종잡기 힘들어 비구름 뿌리다 언제 그랬다는 듯 햇볕이 쨍쨍하곤 했는데 해발 이천미터 혹은 이천오백미터에서 겪은 아트나 또한 그랬다.
나는 특수버스를 타고선 이천오백 고지까지 올라갔다 내려왔다.
여느 높은 산이 그렇듯 에트나도 참말로 변화무쌍했다.
흔히 말하기를 아트나는 유럽에서는 현재 활동이 가장 활발한 화산이라 하거니와, 요새도 툭하면 폭발음을 전한다.
관광버스를 타고 가는 중에 아트나산이 어떤 데인지를 안내하는 영어 방송을 듣기는 했으나,
영어가 짧은 데다 무수하게 등장하는 각종 수치가 한국말로 해도 현실성 있게 다가올 수는 없는 법이라
전체 면적이 어떻고 하는 수치가 감이 잡히겠으며, 몇 년에 어디가 폭발해서 몇 명이 죽었네마네 하는 그런 잡다한 수치 나열이 어찌 머리에 쏙쏙 들어오겠는가?
다만 귀에 박힌 한 마디는 그리스 식민도시로 에트나가 등장한 이래 8번에 걸쳐 그 기슭 카타니아Catania가 8번이나 파괴되었다는 말만 뇌리에 깊이 박혔다.
카타니아는 앞서 말한 대로 북위 37도 지점이라, 서울과 거의 위도가 같다. 물론 같은 북반구 위도라 해서 식생대 기후 생태 환경까지 같으란 법은 없으나, 참고할 지점은 꽤 있다.
전반으로 보아 그 남쪽 북위 33도에 위치하는 제주도가 북상한 데가 시칠리아 아닌가 한다. 그만큼 식생대가 내 눈엔 비슷했다.
나아가 화산지대라는 점도 아주 공통한다. 얼마나? 둘이 서로 보고 베낀 것이 아닌가 할 정도다.
토양은 온통 현무암 검은 색이었고 토양 또한 온톻 그것이 바스라져 푸석푸석하는 그것이었으니, 밟으면 푹신푹신했다.
산에 오르는 지점 수풀을 보니 소나무 숲이 장관을 이루었다.
에트나는 내가 시칠리에 온 이상 둘러보지 않을 수 없는 곳이었다.
그렇다고 오늘 방문에서 흘러넘치는 용암도 못 본 마당에 무슨 커다란 감동이나 장관으로 남았겠는가?
나도 이젠 하도 본 것이 많아서 웬간한 경관에는 놀라지도 않는다.
그래도 와 보길 잘했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이제 에트나 화산이 다시 폭발한단 소리를 들어도,
아 거긴 내가 가서 본 곳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게 되었고,
무엇보다 내가 이제는 태백산 오대산이나 마찬가지로 친숙한 곳으로 되었다는데 이것이 어찌 큰 소득 아니겠는가?
계속 말하지만 여행이 초래하는 효과 중에서는 생소의 박멸 만한 것이 없다.
간단히 말해 에트나산은 이제 내 산이 되었다.
*** previous arricles ***
시시각각 춤추는 에트나
에트나 화산을 향하여
역시 아무 생각없이 들어선 시칠리아
안 건딜어도 툭하면 터지다가 또 터졌다는 에트나화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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