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니아로 일단 입도한 시칠리아는 지금 숙소가 12일까지만 예약한 관계로 그 이후 일정을 어찌할지 계획이 없다가 이곳 시각 오늘 오전 확정했으니
애들이 아테네로 합류하는 20일까지는 일단 시칠리아에 올인하기로 했다.
간밤에 생각하니, 또 애초에 시칠리아로 올 때는 시칠리아 적당한 데를 돌아보고선
이탈리아 반도 남부를 치고 들어가서 아피아 가도 종착점인 브린디스를 시발로 007영화 촬영지로 유명한 마테라를 돌고서
또 요새 관광지로 한창 떠오른다는 바리로 갔다가 로마로 입성해 아테네로 출발한다는 막연한 계획이었다.
하지만 확정한 것은 아니었기에 간밤 생각을 좀 거쳐 오늘 아침 관련 계약을 진행해 순식간에 해치웠으니 지금 숙소 인근 다른 아파트를 잠시간 구했다.
덕분에 지금 사놓은 쌀과 관련 물품을 여기서 소비하거나 남겨두지 않고서도 그대로 옮겨가면 된다.
쌀과 올리브 식용유가 남아돌아 걱정이었는데, 지금 쟁여놓은 걸로 얼추 시칠리아 떠날 때까지는 견뎌낼 듯하다.
남는 쌀 소비한다고 이틀사흘 한 끼 밥을 너무 많이 했으나 이젠 양을 조절해야 할 판이다.
19일까지는 철도나 버스를 이용해 카타니아 아닌 다른 시칠리아, 예컨대 팔레르모나 시라쿠사 같은 데를 하루씩 댕겨오려 한다.
어제 끊어 놓은 주변 버스관광 상품은 언제건 쓸 수 있다 해서, 어제 에트나 등반 여파가 하도 모질어 오늘은 숙소에서 휴식하는 시간을 취하면서 이런저런 고국과 관련한 일들도 추스린다.
고국 일은 자꾸 신경쓰면 내가 여기서 이렇게 한가하게 노닥일 시간은 없다.
그런 까닭에 일부러 고국 관련 일이야 가족사를 제외하고선 눈길을 주지 않으려 하는데, 살다보면 내 맘대로 되는 일이 몇이나 되는가?
긴급히 구원투수로 투입되는 일도 생기고 한다.
다행히 급한 불은 껐다 생각하는데, 급한 불이라 완전한 진화는 좀 기다려야 하는데,
부디 내가 귀국하는 시점까지는 변화가 없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이제 귀국까지 한 달 남았다.
기간 두 달에 걸친 여행은 고독과의 싸움이었다.
애들이 합류하면 그네들 치닥거리에 정신이 사나워질 것이므로, 그런 점에서는 다행이다 싶기도 하고,
이참에 내가 그간 한 번도 해 보지 못한 애들 밥해주기도 해 보려 한다.
이는 기록을 위해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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