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국에 계신 분들이야 다른 측면에서 분개하거나 혹 더러 환호했을지도 모르나,
장기 해외 출타 중인 나는 진짜로 다른 측면에서 천국과 지옥을 오갔다.
첫째 환율 문제.
본국 비상계엄 선포에 원화 가치가 폭락하면서 유로화 달러화가 치솟았으니, 이건 내 생존의 문제였다.
EU에 나와 있으니 이럴 때는 유로화 현금을 많이 보유한 사람이 장땡이라,
내가 지닌 유로화라 해 봐야 수중에 있는 비상금 몇 푼, 트래블월넷 체크 카드에 몇 푼 이게 전부였으니 얼마나 마음을 졸였겠는가?
무엇보다 그 소식에 당장 유로화 더 오르기 전에 그것부터 충전해야 한다 해서 달려갔지만, 카드는 마비 사태였다.
오금이 저릴 수밖에.
그와 더불어 다음달, 아니구나 벌써 이번 달이라, 조금 있으면 본국에 있는 애들까지 합류할 예정인데,
비상계엄이 계속 유지되는 한, 애들이 예정대로 나온다는 보장도 없고,
무엇보다 상황 진척에 따라 내가 조기귀국해야 할 수도 있으니
조기귀국 그 자체야 무에 문제가 될 수 있겠는가?
더 큰 문제는 내년 1월 11일 귀국을 앞두고 진행한 계약들이었다.
돈을 조금이라도 줄이려면 계약 파기 가능 옵션은 비용이 높으니 더 저렴하게 하고자 그것이 불가능한 계약을 했으니, 조기 귀국하면 그걸 다 날리게 된다.
그 액수는 공개하지 못하지만, 웬간한 월급장이 한달 봉급이랑 맞먹는 수치다.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계속 본국 사태 추이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으니,
한밤의 코미디로 막을 내려서 여간 다행이 아니다 싶기는 하다.
이로써 내 여행과 애들 여행은 예정대로 진행되게끔 정리가 되었다.
혹자는 이런 나를 두고 대의를 보지 못하고 개인 잇속만 챙긴다 하겠지만,
내 처지가 되어 보면 이해하리라 믿는다.
나한테 중요한 것은 국가가 어찌 될 것인가가 아니라 내 일신이 어찌될 것인가가 달린 문제였다고 말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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