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배압 말고 야율륭서耶律隆緒 만큼 일반에 친숙한 거란 사람 있을까? 드라마가 불러온 현상이다. 이제는 초동급부까지 야율륭서를 알게 됐으니 말이다.
거란 황금기를 이룩한 위대한 군주라는 야율륭서는 죽어서 성종聖宗이라는 묘효廟號를 얻으니 흔히 이렇게 일컬어지만, 생전에 그 자신은 이런 이름을 들어본 적도 없다. 왜? 귀신이 되어 받은 이름인 까닭이다.
성종은 생식력 또한 왕성했으니, 딸만 해도 열넷을 두었다. 귀비貴妃한테서 야율연가耶律燕哥라는 첫딸을 두니, 이 여식은 수국공주隨國公主에 봉해졌다가 나중에 진국공주秦國公主로 바뀌었으며, 흥종興宗 시대에는 송국장공주宋國長公主라 했다. 장공주는 보통 현재의 황제 고모한테 붙인다. 소필리蕭匹里한테 시집갔다.
이 자리서 논하고자 하는 성종 따님은 앞에서도 집중으로 다룬 흠애황후欽哀皇后라는 여걸이 낳은 둘 중 한 명이라, 이 사이에 난 첫딸이 야율암모근耶律巖母菫이요, 둘째가 야율삭고耶律槊古다.
암모근은 요사 공주표公主表에 등장하는 표기라, 그 본기에서는 점미곤粘未袞이라 썼다. 암모근이건 점미곤이건 이름 한 번 요상타.
암모근은 성종 딸 중에서는 두번째라, 엄마 닮아서인지 한 성깔한 듯 이 분 취미는 남자 바꾸기였다.
거란이 제3차 고려 정벌군을 일으킨 개태開泰 7년(1018)에 위국공주魏國公主에 봉해지고 나중에 진국장공주秦國長公主라 칭해졌다가 다시 진진국장공주秦晉國長公主로 개봉改封되었다.
청녕清寧 초기에 대장공주大長公主로 봉해졌다 하니 장공주 중에서도 대빵이라는 뜻이다. 캬 엄마 찬스는 이때도 작동한다.
이 분은 첫번째로는 소철불蕭啜不[본기에서는 소서불蕭鉏不이라 했다. 호미지를 잘했나?]한테 하가했다.
하지만 무슨 일이 있었는지(예컨대 남편이 일찍 사망했다든가?) 소해리蕭海里한테로 개가했지만, 맞지 않아서 그와 이혼하고는 소호도蕭胡睹라는 친구한테 다시 개가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우린 궁합이 안 맞아요 하면서 이혼하더니 나중에는 한국왕韓國王 소혜蕭惠라는 남자 품에 안겼다.
이후에는 개가 소식이 없는 것으로 보아 그의 남편 편력은 넷으로 끝이 난 듯하다.
당시 네 번 결혼을 한다? 이건 뭐 아홉번 결혼했다는 엘리자베스 테일러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당시 시대 사정을 고려할 때 리즈 테일러를 우습게 만드는 남편 편력이다.
더 웃긴 건 이런 잦은 결혼을 요사 공주표에서는 죄[罪] 항목에다가 기록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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