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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의 그늘에 선 아우>
목재 허행면(1905-1966)이란 화가가 있었다. 진도 출신 대화가 의재 허백련(1891-1977)의 아우로, 젊어서 공무원 생활을 하다가 의재에게 그림을 배우고 조선미술전람회에 두 차례 입선하였으며, 해방 이후에도 개인전을 여러 차례 열어 화명을 날렸다.
이 그림은 그가 1958년에 운계라는 호의 소유자에게 그려주었던 것이다.
'부귀옥당'이라 했으니 저 세 송이 풍성한 꽃은 모란인데, 거기에 괴석과 백목련(?)까지 섞어 그렸다.
언뜻 보면 의재 선생의 그림인가 싶을 정도로 화풍이 닮아 보인다(그림 보는 눈이 높지 않아서 차이를 잘 모르는 것이기도 하겠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아직 형의 필법을 벗어나지 못했던 것인지 모르겠다.
역시 화가라 그런지 화제글씨ㅡ특히 '당'자의 처리가 퍽 감각적이다.
바탕이 한지가 아니다. 갱지 종류인 것 같은데, 모든 게 모자라던 시절 이런 종이도 구하기 쉽지 않아서였을까.
받아두고 액자로 꾸며 오래 걸어두었던지 색도 좀 바랬다.
어쩌다 액자도 벗어던지고 세상을 떠돌다 여기까지 왔는지? 그림을 펼쳐놓고 보면서, 천하에 이름을 떨친 형의 아우라는 사실이 그에게 어떤 의미였을지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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