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사신론 讀史新論

공자가 내친 자색紫色, 천상을 제패하다

주자지질朱紫之秩



《논어論語》 양화陽貨편에 보이는 공자의 말로 다음이 있다. 


巧言令色, 鮮矣仁 (교언영색 선의인) 

속여서 말하고, 겉만 꾸미는 사람으로 어진 이는 드물다. 

 


그 뒤에 바로 이어지는 말이다. 


子曰; 惡紫之奪朱也, 惡鄭聲之亂雅樂也, 惡利口之覆邦家者

선생께서 말씀하셨다. 자주색이 붉음을 탈취함을 증오하며 정나라 음악이 아악을 어지럽힘을 증오하며, 번지르르한 말로 나라를 뒤엎는 일을 나는 증오한다. 


양화편 이 말에서 유래하는 강력한 제도가 있으니 주자지질朱紫之秩이 그것이다. 주자지질이란 액면대로는 주색과 자색의 질서 혹은 순서라는 뜻이니, 그 뿌리가 바로 '오주지탈주야惡紫之奪朱也'라는 말이다. 나는 자색이 주색의 자리를 탈취하는 일을 증오한다. 


저 말을 우리는 액면대로 읽어서 공자가 자색을 싫어하고 붉은색을 좋아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문맥으로 보아 이는 비유다. 순색인 주색에 견주어 자색은 그것의 잡색雜色 간색間色으로 간주되어, 요는 결국 나는 순정함을 좋아하지, 그 순정함을 뒤섞은 일을 증오한다는 뜻이다. 국악에 견준다면 나는 순수국악을 좋아하지, 퓨전국악은 증오한다는 뜻이다. 


이는 그와 더불어 거론한 다른 비유에서 더욱 분명하니, 惡鄭聲之亂雅樂也, 惡利口之覆邦家者가 그것이다. 정성鄭聲이란 정나라 지방 음악이라는 뜻이어니와, 이는 요즘에 견준다면 아이돌 노래들이요 대중가요이며, 배꼽 내놓는 농염한 가요이니, 그에 견주어 아악이란 말할 것도 없이 종묘제례악 같은 장중한 의식에서 쓰는 공식 음악을 말한다. 


이구利口란 번지르한 말 솜씨, 혹은 그런 솜씨로 둘러대는 말이니, 결국 이는 교언영색巧言令色이다. 이런 말들이 공자는 결국 종국에는 나라를 엎어버리게 된다고 보았다. 


주자지질朱紫之秩



다시 주자지질로 돌아가, 그렇다면 주색과 자색 우열은 분명히 정해진다. 주색이 위요 자색은 아래라는 뜻이다. 


신라가 법흥왕 때 율령을 반시하고는 주자지질을 정했다 했으니, 주자지질이 대표하는 복색의 정비를 나는 율령의 핵심으로 보는데, 이에 대해서는 나와 다른 견해를 지닌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색깔은 너와 나의 경계를 시각화한다. 예서 경계란 계급이요 제한이며 구분이다. 이를 입는 옷감 중에서도 공복公服의 색깔로 규정하게 되니, 일단 주자지질이 확정된 다음에는 저 멀리서도 저놈이 당상관인지 당하관인지가 옷 색깔로써만 가늠이 된다. 


이 주자자질 뿌리가 공자요, 구체로는 논어 양화편에 보이는 저 구절이다. 


중국 역대 왕조나 신라 이래 한반도 역대 공복 색깔을 보면 자색은 신하들 색깔이었다. 신료의 공복은 시대별 넘나듦이 있지만 대체로 최고위급은 자색이요 그 아래로 비색 등등이 차지한다. 비색이라 하지만, 이 역시 자색 계통 잡색이다. 


요컨대 자색은 신하들이 전유하는 색깔의 레프리젠터티브representive다. 

 

왜 그런가?


자색은 잡색의 선두주자요 그것은 원색으로 지고지순한 군주에 대하여 잡것이기 때문이다. 




자색이 공자에 의해 잡색 간색으로 간주되기는 했지만, 그것이 그리 호락호락 물러난 기미는 없었다. 자색이 반란을 꾀하기 시작한 것이다. 


공자가 증오했지만, 세상엔 공자만 있었던 게 아니었다. 공자를 반대하고, 공자를 조롱한 흐름도 있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공자 반대편에 위치한 이들은 외려 공자가 그리 증오했기에, 공자여 엿 먹으라 해서 그것을 외려 절대의 자리에 갖다 놓기도 한다. 비록 지상에서는 공자에 짓눌려 최고의 자리를 내주었을지언정 그런 자색이 천상 세계로 올라가 절대의 권력을 휘둘렀으니 


자미원紫微垣과 자궁紫宮이 그것이다. 이 자색의 천상의 절대색이었다. 그것은 북극성의 색깔이었으며, 그곳에 정좌한 천황대제天皇大帝의 색깔이었다. 


*** 요약한다. 


공자는 자색이 잡색으로 원색이며 정색正色인 朱色의 잡것이라 해서 배격했다. 바로 이런 발상에서 복색服色의 尊卑존비를 시각화할 때 그 절대의 준거인 주자지질朱紫之秩이 배태한다. 하지만 자색이 호락호락하지는 않았다. 공자한테 어퍼컷 한 방을 얻어맞고 비틀대던 자색은 이내 정신을 차리고는 천상으로 올라갔다. 천상의 절대지존, 그 자리를 꿰찬 것이다. 


이리하여 지상에서 방축放逐된 자색은 천상의 절대지존 천황대제天皇大帝가 되었으며 그가 상거常居하는 天上의 궁전을 자궁紫宮이라 하기에 이르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