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까지도 안 그랬거나 덜 그랬던 신동훈 선생께서 요새 들어 하도 자주 60 이후 삶을 이야기하기에, 나 역시 같이 환갑을 향해 질주하는 동년배로 저토록 시급한 것은 아니었지만, 덩달아 그 분위기에 휩쓸려 들어가는 바람에 오만 잡생각을 다 하게 된다는 말은 해 둔다. 그 기분 진짜 엿 같다.
의사 면허증이 있고, 더구나 현직 서울의대 교수인 사람이 저리 나오니 나 역시 정신 바짝 차려야겠다는 생각은 부쩍 자주 하게 된다.
나름대로는 조기퇴직을 염두에 두고 이런저런 밑밥은 깐 상태에서 사표는 던졌지만, 이러다 까닥하면 거지 되겠다는 적신호가 스멀스멀 기어오르는 것도 맞다.
그러면서 어찌 살아가야 하는지를 새삼 돌아보게 되거니와 신 박사가 하는 말 중에 특히 새겨야 할 점은 후배 혹은 젊은 세대에게 짐이 되거나 그들의 앞길을 막아서서는 안된다는 그 말만큼 귓전을 때리는 심금이 없다.
말이 쉽지 진짜로 쉽겠는가마는 그 일환으로 나는 60에 들어서면 이런저런 자리 불려가는 일은 하지 않으려 한다.
특정직군이라 할 것 없이 나는 65세 정년퇴직한 전직 교수들이 이런저런 기조강연이니 종합토론이니 해서 자꾸 나서는 모습 솔까 꼴불견이라 본다.
글 쓰고 싶음 조용히 쓰고 책으로 내면 그만이지 퇴물된 사람이 그런 자리 자꾸 나서는 모습 좋게 보이지 않는다. 노욕일 뿐이다.
그때가 되어 나를 불러주는 자리가 있을지 모르나 그딴 짓은 하지 않으려 한다.
왜 더 젊은 사람들한테 돌아가야 할 자리를 내가 차지한단 말인가?
그 추한 몰골은 연출하지 않으려 한다.
그들한테 짐이 되지 않거나 자리를 뺏는 일이 아닌 그런 일을 찾으려 한다.
지금 하는 일들이 그에 해당하는지 모르겠지만 엇비슷하다는 생각은 한다.
이런저런 생각 혹은 환멸, 특히 사람에 대한 환멸로 올해는 내가 특히 힘들었다. 그에다가 이제는 마침표를 찍겠다, 아니 더 정확히는 찍고 싶다 해서 결행한 것이 퇴직이다.
부디 훗날 지금을 돌아보며 그것이 내가 가장 잘한 일이라는 말을 나한테 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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