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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동조瞿同祖 《중국법률과중국사회》 부모의 잘잘못은 따질 수도 없다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0. 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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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동조(瞿同祖) 《중국법률과중국사회中國法律與中國社會》


번역 : 이태희 국립중앙박물관 중국사 전공


제1장 2절 부권 10




눈여겨 보아야 할 것은 자손이 지시를 어기거나 소홀하게 모셨을 경우, 법률 규정[律文] 상 장100에 불과하지만 부모가 신고하여 변경으로 유배보내기를 원하면 영영 일신의 자유를 잃었다는 점이다. 이는 부모의 의중에 따라 처벌 강도를 달리하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형부刑部의 설첩說帖에는 다음과 같은 기록이 있다. 


“부모가 잘못을 저지른 자식을 고발하여 먼 곳으로 보내기를 원하면 즉시 판례에 따라 군인으로 징발한다. 먼곳으로 보내지 않길 원하면 해당 법조문에 근거하여 장형에 처한다.” 


법률기구는 부모를 대신하여 징벌을 내리나 행형의 경중은 전적으로 부모의 의지에 달려있었다. “자식이 불효했다고 부모가 죽이고자 하면 모두 허락한다”는 유송劉宋시대 법률과 일맥상통한다.




자손이 불효막심하다고 고발하면 사법기구는 수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또한 증거를 요구할 수도 없었다. 법률은 “부모가 자식을 고발하면 고발 내용에 비추어 처리하며 심문은 필요 없다.”고 명문화하였다. “천하에 부모 아닌 자가 없다.” 자녀를 가르치고 훈계하는 것은 부모의 절대적 권리이다. 도덕적으로 자식은 “부모님께 순종하고 말씀을 어겨서는 안된다.” 이는 옳고 그름[是非]의 문제이며 또한 강상[倫常]의 문제이다. 


부모가 책망할 때 부모와 시시비비를 가린다던가 심지어 말대꾸를 하며 불복하는 일은 효도라고 하는 윤리적 관점으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마찬가지로 자식을 고발하려고 관아를 찾아온 부모에게 관부가 부모의 진술에 충분한 이유가 있는지 검증하거나 자녀에게 불효를 저질렀는지 여부를 심문하는 것 또한 상상할 수 없다. 법관이 시시비비를 가리고서 부모가 잘못했다고 하는 것은 부권의 절대성을 부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옳고 그름”은 신상에 따라 결정된다고 봐야 한다. 내가 그른 것은 내가 그의 자녀이기 때문이며 그의 말과 행위가 옳은 것은 그가 나의 부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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