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신동훈 교수께서 비망기로서의 블로그 중요성을 설파하셨는데
이는 결국 아이디어 메모리로서 글쓰는 사람들한테 블로그가 얼마나 요긴한지를 보여준다 하겠다.
신 교수도 표명했듯이 이는 자칫 아이디어 도둑질 당할 우려도 없지 않다.
표절이 공공연하게 자행되는 시대에 누군가 그 생각을 도둑질해가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일전에 두어 번 비슷한 맥락으로 나 역시 논지가 크게 같은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블로그는 글쓰기를 전업으로 하는 사람들한테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글쓰기는 아이디어 싸움이고 그 아이디어라는 것이 어느 순간 뒷일 보다가도 떠오르기 마련이라
그런 생각은 즉각잭깍 내가 나중에 빼먹자면 메모가 되고 저장이 되어 훗날 키워드 한두 개로 과거 내 생각이 검출되어야 한다.
그 아이디어라는 것은 내 뇌리 생존시간이 아주 짧아서 돌아서면 까먹어버리기 일쑤다.
왜 그런 경험 누구나 있지 않은가?
조금전에 기똥찬 생각이 떠올랐는데 밥 먹다가 까먹어버린 그런 경험 말이다.
그런 아이디어를 저장하고 활용하기 위한 수단으로 블로그만큼 그에 최적화한 게 없다.
이 블로그는 즉각잭각 내가 그런 메모를 가능케 하고 또 언제든 내가 필요할 때 어디서건 빼내쓰게 한다.
이것이 페이스북을 필두로 하는 여타 sns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다.
나아가 그에서 집적한 글들은 내 작업 여하에 따라 그 자체가 완결된 하나의 원고이거나 그 원고의 챕터가 되기도 한다.
이런 메모를 차기箚記라 한다.
차기는 간단히 아이디어 메모집이지만 그 메모는 덩치가 커지기도 한다.
글쓰는 일이 주업인 사람들이 다 자기 나름 차기 방법이 있겠지만 모름지기 블로그가 있어야 한다.
감히 자평하건대 내가 이 블로그에 집적한 자료들로 이 업계를 들었다 놨다 했다.
그것을 중단한 순간 실은 내 생명도 끝났다. 나는 나를 그리 본다.
그리고 이젠 더는 언젠가 어디서건 나혼자 써먹을 요량으로 꼬불치는 일도 더는 안 하게 되었으며
그런 일을 중단하고 나니 신기하게도 신묘한 생각은 하나도 떠오르지 않더라.
어떻든 아이디어들이 모이면 거대한 산이 되고 위대한 학자는 이 치열한 메모에서 탄생한다.
블로그는 공개 비공개 기능이 철저해 정말로 도둑질당할 우려가 있는 아이디어는 나만보기로 쟁여박아두면 된다.
이 메모 차기 앞에 그 어떤 대가도 추풍낙엽처럼 쓰러진다.
한데 요새 돌아가는 양태를 보면 이런 내실 다지기는 아랑곳없이 오로지 날림용 포스팅 하나로 내가 유명해지기만 획책하더라.
그리하여 그걸로 이름을 얻고 돈도 좀 벌겠지만 그가 전문가이겠는가?
빈깡통에 지나지 않는다.
글쓰는 사람은 글로, 내실로 유명해져야 한다.
얄팍한 약장사로는 결코 대가가 될 수 없고 언제까지나 딴따라일 뿐이다.
누가 그런 사람을 전문가라 부른다던가?
비망기로서의 블로그 게시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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