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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와 함께한 나날들

금괴를 찾는 박정희 이발사, 효자동 이발소 이야기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19. 3.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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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연합뉴스로 이름을 바꾼 연합통신에 1993년 1월 1일 입사해, 6개월에 걸친 수습기간을 끝내고 발령받은 부산지사에서 근무하던 시절이었다. 요새도 그러한지 모르겠지만, 그때만 해도 부산지사 신참기자는 언제나 남구 해운대에 배치되었으니, 이곳이 다름 아니라, 광안리 해운대 송정해수욕장을 낀 유흥지인 까닭이었다. 당시 부산 남구 인구가 60만을 상회했으니, 내가 서울로 옮긴 직후 그 일부를 떼어냈으니 그것이 수영구다. 


당시 남구청 홍보 담당하는 공무원으로 대언론 업무로 이골이 난 분이 있었는데, 하루는 기자실에 들러서 전하기를 "희한한 사람이 있다. 박정희 대통령 전용 이발사였다고 하는 분인데, 그 분이 일본사람이 왜정 때 묻어놓은 금괴를 찾는다고 6년째 땅굴을 파고 있다"면서 취재하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땅굴을 팔려면 당연히 관할 구청에 신고를 해야 하니, 그 과정에서 소문이 난 모양이었다. 


구미가 팍 땡기지 아니한가? 일본 금괴요, 더구나 그 작업을 하는 사람이 박정희 전용이발사였다는데, 화제성 기사로는 왔다였다. 그래서 곧바로 취재에 들어갔다. 남구청 관할 과에서 금괴 발굴과 관련한 사전 취재를 한 다음, 현장으로 쳐들어갔다. 현장에서 직접 그를 인터뷰하고 작성한 기사가 다음이다. 


영화 효자동 이발사


 

<화제>朴 前대통령 전용이발사 6년째 금괴찾기

1993.11.20 16:04:00


(釜山=聯合) 일제시대때 일본군이 묻어놓고 갔다는 금괴를 찾는다며 6년째 보물찾기를 계속하는 사람이 있어 화제다.


화제의 주인공은 朴正熙 前대통령의 전용이발사였던 朴秀雄씨(56. 부산시 남구 문현동 1215)로 朴씨는 지난 88년부터 지금까지 부산시 남구 문현동 일대에서 '묻혀진 보물'을 찾기위한 작업을 벌이고 있다.


현재 朴씨가 일본군 보물이 묻혀있다며 발굴작업을 벌이는 곳은 국유지인 부산시 남구 문현동 1216의 2.


朴씨는 전체가 단단한 암반(岩盤)인 이곳에 굴착기등을 이용, 지름 1.5m 깊이 12m의 수직갱(坑)을 뚫은뒤 다시 수평으로 5m 가량 굴을 파고들어간 상태다.


朴씨의 요청으로 이 지역에 대한 중력탐사를 벌인 부산대 지구과학과 崔光善교수(45)는 "지난 6월 3차례에 걸친 중력탐사 결과 현재 갱(坑)에서 2m가량 앞에  암혈(岩穴)이 남쪽으로 뻗어있는 것이 확인됐다"며 "그러나 암혈이 지하요새인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朴씨가 이같이 보물찾기에 나서게 된것은 朴대통령 전용이발사로 일하던 지난 70년대에 어떤 사람으로부터 이 지역에 일제때 일본군이 버리고 간 보물이 묻혀있다는 것을 표시한 고지도를 입수하면서부터.


朴씨는 당시 주위사람들에게 "고지도 검토결과 이 지역은 일제시대 때 일본  해군 사령부가 있던 곳"이라며 "일본군이 2차대전 말기에 중국에서 가져온 금괴를 지하비밀창고에 쌓아두고 있다가 일본군이 본국으로 퇴각하면서 창고입구를 막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효자동 이발사 세트장



朴씨는 지난 88년 10월 부산시 남구 문현동 1210의 3 부근에서 일제가 버리고 간 대포 1문과 지하구조물을 찾는다며 8개월 동안 발굴작업을 벌이다가 실패한  뒤 다음해 12월에는 소문이 날 것을 우려해 `중국동전과 지하구조물을 찾는다'는  이유로 인근에서 발굴작업을 벌이다 안전사고를 우려한 인근 주민들의 반대로 작업을 중지해야 했다.


지난 90년 6월 발굴작업을 재개한 朴씨는 암반이 지나치게 단단해 공사를 포기하는 등 지금까지 모두 8차례에 걸쳐 일본군 지하비밀지하창고를 찾는 눈물겨운  발굴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이때문에 朴씨는 가산을 탕진해 지금은 아내가 가내수공일을 하며 근근이 생활을 꾸려가고 있다는 것이다.


보물이 발견되면 괜히 시끄러워질 것이라며 기자를 만나지 않는다는 朴씨는 이같은 자신의 기행에 대해 "요즘같이 각박한 세상에 나같은 사람도  있어야  한다"고 친지에게 말하곤 한다는 것이다.(끝)


이후 금괴 찾기 작업은 어찌됐을까? 저로부터 대략 반년 정도 지난 뒤 그 후속기사다. 


<화제>보물찾기 집념 朴前대통령 이발사 9번째 실패

1994.02.19 16:36:00


(釜山=聯合) 日本軍이 매장해놓은 금괴를 찾는다며 7년째 보물발굴 작업을 계속했던 故 朴正熙대통령의 전속 이발사 朴秀雄씨(57. 부산시 남구 문현동 1215)가 이번에도 아무 성과없이 발굴을 끝냈다.


朴씨는 주위로부터 '동키호테'라는 말까지 들어가며 지난 88년 처음 보물찾기에 나선 이후 실패를 거듭하며 금괴가 묻혀있을 것으로 확신한다는 부산시 남구 문현동 1216의3 일대에서 지금까지 모두 9차례에 걸쳐 발굴을 시도했던 것.


朴씨에 따르면 이곳은 일제 때 日本 海軍사령부가 있었던 곳이며 日本軍은 지난 45년 2차대전 패망후 본국으로 철수하면서 이 부근 어디엔가 막대한 양의 금괴를 묻어놓았다는 것이다.


효자동 이발사 세트장



그러나 이곳이 국유지이기 때문에 朴씨는 관할 남구청으로부터 매장발굴에 대한 허가를 얻어 허가기간을 여러차례 연장해가며 발굴을 계속해왔으나 18일자로 허가기간이 만료된 것.


朴씨는 일당 8만원씩 주고 지하철 공사장이나 탄광 출신 인부 4명을 고용, 굴착기 등을 이용해 땅속이 단단한 암반인 이곳에 지름 1.5m 깊이 12m의 수직갱을 뚫은 뒤 다시 수평으로 5m가량을 파고 들어갔으나 금괴는 나타나지 않았다.


발굴허가 기간을 연장해 달라는 요청에 남구청은 옹벽붕괴와 인근 주민들의 반발을 들어 허가기간을 연장해 줄 수 없다고 통보,朴씨는 결국 눈물을 머금고 발굴을 포기했다.


60년대부터 79년 朴대통령 유고시까지 대통령 전속이발사였던 朴씨가 동키호테적인 보물찾기에 나선 것은 청와대 이발사로 근무하던 시절 우연히 어떤 사람으로부터 40년대의 고지도를 입수하면서부터라고 알려지고 있다.


朴씨가 입수한 이 고지도에는 지금의 남구 문현동 일대에는 日本 海軍사령부가 있었으며 45년 패전후 日本軍이 본국으로 퇴각하면서 이곳에 막대한 양의 보물을 묻어둔 장소가 표시돼 있다는 것이다.


7년째 계속된 보물찾기에 가산까지 탕진한 朴씨는 지금은 아내가 가내수공을 하며 근근이 생활을 꾸려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잇따른 실패 뒤에 늘 그랬듯이 朴씨는 "지금 당장은 포기하지만 언젠가는 다시 발굴에 나설 것"이라고 `재기'를 다짐했다.(끝)


이후에도 그는 계속 금괴 찾기를 시도했다고 안다. 금괴를 찾았다면 틀림없이 대문짝 만하게 소식이 알려졌을 테지만, 그런 소식이 없으니 계속 실패했음은 틀림없다. 그의 금괴를 향한 집념은 유명한데, 그 뿌리가 바로 저 두 가지 내 기사다. 


하도 오래된 기사라 족보도 없이 이제는 전설처럼 회자하지만, 이번 기회를 빌려 그 족보 시조를 밝혀둔다.  


그렇지만, 박수웅 씨는 뜻밖에도 유명세를 탄다. 그가 바로 송강호가 주연한 영화 《효자동 이발사》(2004) 실제 모델인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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