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성규·박원길·윤승준·류병채가 옮긴 《금사金史》(단국대학교출판부) 본기 18권을 방금 독파했다.
그 마지막은 말할 것도 없이 금이 멸망하는 장면을 할당한다.
모든 죽어가는 장면은 비장하다.
한때 천하를 호령하고, 송宋을 핍박해 신하로 만들었고, 서하西夏에 대해서도 역시 그러했다.
고려高麗는 금의 뿌리인 여진女眞을 위무하는 위치였다가 나중에는 전세가 대역전되어 신하로 굴종해야 했다.

몽골 제국이 흥기하여 금을 압박하자, 시종 금에 억눌려 절치부심하던 송은 복수심에 불타 이때라고 해서 금을 남쪽에서 압박했다.
금이라는 거인이 쓰러지자 사방이 벌떼처럼 일어났다.
서하 역시 칼을 금에 칼을 겨누었다.
하지만 서하와 금이 무너지고, 몽골이 들어오자 그 앞잡이가 되어 주구 역할을 하던 송 역시 이내 멸망하면서 사직이 문을 닫았다.
100년을 지탱한 거인 금이 쓰러질 때 마지막 9대 황제 애종哀宗(재위 1224~1234. 2. 9)이 남긴 말은 비참하기만 하다.
"예로부터 망하지 않은 나라가 없고 죽지 않은 군주가 없다."

몽골 앞잡이가 된 송에 대해서는 "대원大元이 40개 나라를 멸하고 서하에 이르렀다. 서하가 멸망하면 우리에게 이르며, 우리에게 이르면 반드시 송에 이를 것이다.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림은 자연의 이치다. 만약 우리와 연합한다면 우리를 위하는 것이 또한 저들을 위하는 것이기도 하다"고 했다.
하지만 복수심에 불탄 송은 금의 연합전선 구축 제안을 단칼에 거절했다.
아!

그 어떤 이별이 그러하듯, 왕조와의 이별 역시 마음 아프기만 하다.
나는 사람을 잃고 왕국을 잃었다.
(2016. 1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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