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은 전시는 필패한다. 그렇다면 어떤 전시가 성공하는가?
부연한다.
왜 고고학 전문박물관이 그렇지 아니한 박물관, 혹은 미술관에 판판이 밀려나는가?
전시기획자 본인이 좋아하는 전시를 하는 까닭이다.
유감스럽게도 본인이 좋아하는 전시는 지만 좋은 전시다.
어느 누구도 같은 신라 토기라 해도 지역에 따라, 또 시대에 따라 어떤 모습으로 변모하는지 알고 싶지도 않고
알아야 할 이유도 없으며,
설혹 그것을 안다한들
살아가는데 아무짝에도 도움이 되지 아니하며
도움은커녕 허영하고 싶은 마음을 채워주는 것도 아니다.
이 모든 참사가 신라토기 지역성 역사성이 중요하다 해서 그것을 내세운 친구가 해당 전시를 기획한 데서 말미암는다.
신라토기가 지역에 따라, 시대에 따라 다르다고 전시 패널 잔뜩 쓰고 그림 사진까지 붙여놓은 장면을 보면 그 정성이 갸륵하기는 하다만 보는 사람은 숨이 턱턱 막힌다.
왜 이런 괴리가 일어나는가?
강요하고 윽박하기 때문이다. 지가 아는 것이 중요하다 가르치고 싶었기 때문이다.
강요하지 마라.
즐기라 하라.
내가 왜 박물관 비름빡을 보면서까지 저런 것까지 공부해야 한단 말인가?
전시는 논문이 아니다.
그건 카니발이다. 아니 카니발이어야 한다.
고고학도랑 전시전문가는 전연 다른 영역이다.
지들이야 지들이 전문가라 하겠지만, 내 보기엔 그들이 설혹 신라토기는 조금은 알지언정 전시는 꽝이다.
그건 전연 다른 영역이라 설혹 그런 친구 중에서 전시전문가라 할 만한 친구가 있다 해서 이것이 그가 고고학도라서가 아니라, 전시전문가인 까닭에서 말미암지, 결코 그가 고고학도라서 그런 게 아니다.
내가 늘 말하듯이 내가 고고학도인 것과 그래서 내가 문화재 전문가인 거랑은 반딧불과 번갯불 차이다.
전시는 고고학 개설과 다르며 발굴보고서 작성과도 다르며, 또 전시는 논문 쓰는 일과도 또 다르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모든 고고학 전시는 고고학 개설서, 혹은 발굴보고서 혹은 관련 논문 형식이다.
그 개설서, 그 보고서, 그 논문 어느 누구도 좋아하지 않는다.
왜 토기가 없는 고고학 전시가 성공하는가?
이를 물어야 한다.
왜 토기 전시가 요새 급속으로 떼거리 찬장 전시로 갔는지, 그 이유를 다시금 물어야 한다.
***
전시는 내용과 형식의 합이죠.
그동안 내용이 형식을 지배했지만(내용 전문가의 전횡)
이제 형식이 내용을 끌고 갑니다.
박식한 친구보다 스타일 좋은 친구가 인기를 끄는 시절...
요즘 청춘들은 독서보다 헬스, 예의보다 미용에 신경씁니다.
이상 저 글에 부친 국립박물곽 디자이너 출신 박현택 선생 반응이다.
새길 만하다.
'ESSAYS & MISCELLANIES'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문화부 간섭만 노골화한 국가유산기본법 (1) | 2024.04.05 |
---|---|
벚꽃으로 천년을 질주하는 경주 (0) | 2024.04.05 |
퍼가기를 펌프질하는 시대, 우라까이의 시대 (0) | 2024.04.02 |
[독설고고학] 셰익스피어와 영어, 고고학과 형식분류 (0) | 2024.03.31 |
숨 막혀 제풀에 죽고만 개마무사, 그 환상특급을 깨뜨리며 (0) | 2024.03.3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