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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황의 모습은 알고 있는 사람이 없다.
본적이 없으니까. 용처럼 처음부터 상상의 동물이었기 때문에 봉을 잘 안다고 하는 사람들의 기술만 기록에 존재할 뿐이다.
현존하는 사전 중 가장 오래된 것이라 할 《爾雅》에 있는 郭璞의 注에는 다음과 같이 되어있다.
「雞頭、燕頷、蛇頸、龜背、魚尾、五彩色,高六尺許」。
닭머리에 제비의 턱, 뱀 목에 거북이 등짝, 물고기의 꼬리인데 오색찬란하고 높이는 6척 정도.
6척이면 2미터 정도이니 어마어마하게 큰 새인셈이다. 어쩌면 《爾雅》에 나오는 봉이란 힌두신화의 가루다 비슷한 놈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정작 봉을 묘사한 당대의 그림-조각들을 보면 예외 없이 닭 모양 비슷하게 묘사해놓았다.
닭머리에 제비, 뱀, 거북이, 물고기를 합쳐 놓은 모양의 괴수는 어쩌면 한대에나 출현한 봉의 모습이고, 원형은 닭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닭이라는 것이 오늘날에는 치킨-기껏해야 단백질 공급원 정도의 대접을 받지만 실제로 닭이 처음 사육되던 시기에는 흔히 보기 어려운 瑞鳥였던 셈이다.
신라가 닭을 왜 건국신화에 들고나왔는지 그 이유 역시 마찬가지가 아니었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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