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고시간 | 2019-12-30 06:10
'33년 문화재 공무원' 퇴임 앞둔 서준 국립고궁박물관 학예연구사
"어보·어책 세계기록유산 등재, 자격루 복원 기억 남아"
우리 공장 기자가 찍은 이 사진 설명은 이렇다.
문재인 대통령, 어보와 함께 귀국
(성남=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첫 미국 방문 일정을 마치고 2일 오후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함께 전용기편으로 들어온 조선현종어보와 문정왕후 어보를 보며 박수치고 있다. 2017.7.2
jieunlee@yna.co.kr
문재인 대통령 내외의 박수를 받으며 보무도 당당한 저 독수리 머리. 내 기억에 속알머리 없어진지는 오래라 20여년 전 만날 때 저 상태였다. 김연수 고궁박물관장과 어보를 담은 박스를 들고는 레트 카펫을 밟는다.
이때만 해도 제법 뻣뻣했다.
일국의 대통령이 저리도 공손히 손짓하며 "이리 가십시오" 하는데 본체만체 시건방이 하늘을 찌른다.
그러다 아차! 내가 너무 했다 싶었나 보다.
대통령이 90도로 허리 굽혀 인사하니, 그제야 어이쿠 이래서는 안되는데 엉거주춤 할 수 없이 맞절한다. 저러다 박스 떨어뜨렸으면???
서준. 본명 서승우. 왜 개명했는지는 내가 들었는데 까먹었다.
그는 전설이다. 조선왕실유물의 전설이다. 일용직으로 시작한 기나긴 공무원 생활에 형이 마침내 종지부를 찍는다.
생긴 것도 촌놈이요, 만나 겪어봐도 진짜 촌놈이다. 나보다 더 촌놈은 첨봤다.
그는 살아있는 사전이다. 모든 왕실 유물은 그의 손때를 탔다. 그가 모르는 왕실유물은 대한민국이, 아니, 지구촌, 우주에서 아는 사람이 없다. 그가 아는 모든 것이 조선왕실의 모든 것이다.
기자와 취재원을 떠나, 일로써 형과 두어 번 엮인 일이 있다. 개중 하나가 인터뷰에서도 논급한 어보어책 세계기록유산 등재 관련 일이었는데, 이 일을 내깐에는 돕는다고 하면서, 그의 방대한 지식체계를 몸소 경험하기도 했다.
그는 조선왕실문화의 인간문화재다. 이 분야를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하고, 그 기예능 보유자를 선정한다면, 그 말고 누가 있겠는가?
서준하면 또 하나 인상깊은 대목이 고궁박물관 관련 무슨 왕실 보물 공개 때면, 언제나 흰 장갑 끼고는 그 유물을 만지는 일을 그가 도맡아 했다는 사실이다.
대개 이런 식의 장면이 연출되는데, 저 손 주인공이 서준이다.
2015년 덕종어보 공개 때다.
어느날 내가 그랬다.
"승님, 이젠 그만 나와! 후배들 내세워. 언제까지 그 일 할 거야? 키워얄 거 아냐?"
퇴직 이후에도 그의 경험은 어케든 뽕을 뽑아야 한다. 아마 문화재청에서도 '싼값'에 그를 재활용하는 방향으로 알바 고용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승님!
수고하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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