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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떠난 삼년 등신이 되어 복귀한 어느 문화기자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1. 5.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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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트와이스로 개망신 당한 일을 말했다.

그 망신살이 나름 양심 가책 비슷한 걸 준동케 했으니, 그리하여 가요 담당 기자 붙잡고 물어봤다.




"기자질, 문화부장질 하면서 그래도 욕 안 묵을라마, 어떤 애들 알아두야 대노? 추천 좀 해바라"

그랬더니 그 기자가 셋을 들었다.

1. 방탄소년단
2. 트와이스
3. 레드벨벳

못내 미심쩍어 쫌전에야 레드벨벳 유투브에서 두들겨 봤다.

젠장.....

사내새끼들이 아니네?

내가 왜 저들을 사내로 알았을까?

(2018. 5. 28)

***

저걸 긁적거린 때가 내가 문화부장으로 발령난 지 한 달 남짓한 시점이다. 남들이야 설마? 방탄도 몰라? 했겠지만 진짜 저랬다.




세상은 그만큼 또 변해 있었다.

나는 방탄도 몰랐고 트와이스도 몰랐으며 레드벨벳도 몰랐다. 저에서 왜 블랙핑크가 빠졌냐는 반론이 저때 이미 있었지만 저 무렵만 해도 그네들은 한창 치고 올라오는 중이었고 방탄과 어깨를 나란히하는 지금의 위상과는 현격히 달랐다.

나는 2015년 하반기에 쫓겨났다. 정확히는 그해 7월 1일자로 문화부서 쫓겨나 전국부로 갔다가 그해 11월 해고되었다.




그러다 2년 만에 복직했으니 그때도 당시 적폐경영진이 그대로인 때라 해직 당시 부서라 해서 전국부로 가서 그쪽에 있다가 2018년 4월 17일 문화부장으로 발령나서 문화부로 귀환했으니 만 3년에서 한달 보름 모자란 시간만의 복귀였다.

내가 문화부를 떠날 때는 방탄도 없었다. 활동은 했겠지만 존재감 제로였고 트와이스 레드벨벳 블랙핑크는 아마 없었거나 방탄과 같은 처지였다.




그렇다고 이미 한창 중년이 된 내가 무슨 최신가요에 애착 혹은 관심이 있다고 그 트렌드를 추적했겠는가?

떠난 그 삼년이 그만큼 갭이 컸다. 세상은 이미 바뀌어 있었다. k-pop이 주도하는 한류는 더 거세져 요원의 불길 같았으니 방탄은 그 선두주자로 치고 나가는 중이었다. 이름조차 듣도보도 못한 친구들로 문화계는 아우성이었다.




저 지침에 따라 비로소 나는 의무감에 저들의 노래를 강제로 들어 생소를 말살 혹은 상쇄하고자 했다.

떠난 삼년, 나는 등신바보천치가 되어 돌아왔다.

그런 놈이 다시 삼년이 흘러 방탄을 팔고 블랙핑크를 들먹이며 한류 장사란 걸 하고 있으니 참말로 인생 알다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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