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사기 권 제7 신라본기 제7 문무왕文武王 재위 11년 대목에 이르기를
(이해 1월에) 말갈 군사가 와서 설구성舌口城을 에워싸고는 (공격했지만 그들이) 이기지 못하매 (그들이) 퇴각하려 하자 (신라가 ) 군사를 내어 그들을 쳐서 300여 명을 참살했다.
靺鞨兵來, 圍舌口城, 不克. 將退, 出兵擊之, 斬殺三百餘人.
나당전쟁기 와중에 일어난 이 사건 무대가 된 설구성舌口城은 여타 증빙 자료가 거의 발견되지 아니해서 그 위치가 현재의 어드메쯤인지 알 수가 없다.
오늘 어느 지인이 무슨 사연인지 무심히 저 구절을 인용했기에 긁적거려 본다. 아무리 규모가 다른 고대 사회라 해도, 또 하루가 멀다하고 방방곡곡 한반도 전체가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려든 저 나당전쟁기에 저 300명 몰살 사건은 무심히 보일 듯하나 여파가 자못 커서 그런 측면들을 새삼 생각해 봤음 싶어서다.
첫째 300명은 저 전투 양쪽 규모가 어땠는지 알 수는 없지만, 적군 살상자가 저리된 것으로 보아 말갈 쪽에서는 적어도 3천 이상이 동원된 대규모 전임을 알 수 있고, 그에서 300명이 몰살한 것은 그 몰살자 내력에는 전투인력 말고도 보급부대가 있을 수는 있지만, 전방에 선 자들이 집중 타격이었을 것이니 이건 참패일 수밖에 없다.
300명? 에게? 고작하겠지만, 그 어떤 전투건 나는 매양 최전방에 선 100명으로 모든 전투 승패가 결정된다는 말을 하거니와 제아무리 수나라가, 당나라가 100만 대군을 동원했다 한들, 그 절대다수는 실은 보급부대이며, 전투인력은 얼마되지도 않고, 나아가 그 숫자가 아무리 많다 해도 전방에 선 100명이 무너지면 그 전투는 패배다.
그런 전투에서 300명이 죽었다? 이는 몰살이다.
덧붙여 장정 300명이 몰살했다 함은 과부 300명이 순식간에 생겨났다는 것이며, 300명 과부가 생겨났다는 것은 1천명 애비 없는 고아가 생겨났다는 말이다. 그가 생계를 책임진 사람들까지 합치면 300명 몰살은 적어도 수천 명 한테는 청천벽력과 같은 비극이다.
이는 나아가 패전한 국가로서는 그 유가족을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책임을 지운다. 원호성금을 거두고, 나아가 그 아이들은 국가가 공무원이나 공사 직원으로 특채를 해야 하며, 나아가 당장 생계가 어려워졌을 것이니 각종 구호품을 조달해 내려 보내야 한다.
이것이 국가다.
저 허심하게 보이는 300명 몰살은 이리도 타격이 큰 사건이었다.
이건 패자의 시각이고 승자로서도 또 다른 비용을 지불하게 한다. 그에 따르는 전투 비용은 말할 것도 없고 승리에 따른 각종 훈포장을 해야 하니, 저에서 특진한 공무원이 한둘이겠으며, 그에 따른 각종 포상은 물품이었을 것이니, 그 품이 또 한두 품이겠는가?
전쟁이 딱총놀이는 아니다. 그건 현실이고 피이며 돈이다.
모든 전쟁을 피를 요구하고, 그 피를 돈을 밑천으로 삼는다. 나를 포함해 역사를 하는 자들은 언제나 이런 점들을 새겨야 한다고 본다.
'ESSAYS & MISCELLANIES'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군자삼락君子三樂 득천하영재得天下英才 (1) | 2022.06.19 |
---|---|
아무도 반기지 않은 풍납토성 발굴 (1) | 2022.06.19 |
반구대암각화가 셰일암이라 해서 통용하는 상식 (1) | 2022.06.10 |
백록담은 왜 들어가서는 안 되는가? (1) | 2022.06.09 |
저어새는 문화재라 울타리 치고, 너구리는 천해서 음식쓰레기 뒤지라고? (0) | 2022.06.08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