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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모양성 채운 자주괴불주머니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19. 4.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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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꽃타령 하는 사람을 일러

늙어가는 징조라 들기도 하거니와

그런 사람들은 대체로 꽃 이름을 모른다.

그런 점에선 나 역시 그에 하등 진배없다.

연전 나는 고창읍성, 일명 모양성에서 흐드러진 벚꽂에 넋이 나갔다가

그 풀밭 한켠에 산발한 저 꽃을 보고는 이리 썼다.

소피 마르쏘보다 이쁜 꽂

이라고 말이다.

그랬다. 소피 미르쏘 피비 캣츠 브룩 쉴즈 다 합친 것 보다 이뻤다.

그 이름 못내 궁금했는데 저 사진 본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자주괴불주머니

란 참으로 요상한 이름을 붙이더라.

안팎으로 사납기만 한 이 즈음

너를 보며 심사 달래본다.

다른 모든 걸 잃고 너를 얻었으되 그 자주빛 찬란함 만끽하기엔 너무 짪아 놓아주어야 할 듯 싶으나

꽃아

너는 꽃이라 좋다 말해두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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