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런저런

몽진蒙塵, 비행기로 도망가는 시대에 어울리지 않은 유습

by taeshik.kim 2024. 1. 31.
반응형
몽진하는 왕 치고는 행색이 너무 끼끗하다.

 
몽진蒙塵은 글자 그대로는 먼지를 뒤집어쓴다는 뜻이다. 

저 글자 그대로 쓰이는 경우도 있고, 비유해서 흔히 최고 권력자가 도망가는 신세를 묘사할 때 인신引伸해서 쓰기도 한다. 간단히 임금의 도망 도주를 몽진이라 한다. 

회남자淮南子 무칭훈繆稱訓에 이르기를 “蒙塵而欲毋眯,涉水而欲毋濡,不可得也。”라 했으니, 이는 먼지를 뒤집어 쓰고서도 앞이 잘 보이리라 기대하겠으며, 물을 건너면서 옷지 젖지 않기를 바라겠는가? 어쩔 수 없는 일이다는 뜻이라, 이 경우는 글자 그대로 먼지를 뒤집어 쓴 모습을 형용한 말이다. 

좌전左傳 희공僖公 24년 조에는 “天子蒙塵於外, 敢不奔問官守?”라 했으니 천자께서는 지금 밖에서 먼지를 뒤집어 쓰고 계시니 어찌 관원들한테 묻지를 않습니까? 라는 뜻이라, 이 경우는 임금의 피난을 말한다. 

후한서後漢書 유우전劉虞傳에는 “ 今天下崩亂, 主上蒙塵”, 곧 지금은 천하가 난리통이고 주상께서는 몽진 중이라 했으니, 이 경우도 최고 권력자의 도망 신세를 말한다. 
 

이 정도는 되어야 몽진이라 할 법한데

 
고려거란전쟁 통에 개경을 버리고 남쪽으로 도망가는 현종을 일러 몽진에 나섰다 하거니와, 당시는 비포장 도로인 시대라 말을 달리건, 아니면 뚜벅이 신세건 먼지를 뒤집어 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항공이라는 새로운 교통이 등장한 지금은 실권한 권력자는 죽임을 당하거나 유폐되지 아니하는 한, 보통은 비행기 타고 일가족 데리고 보물 잔뜩 싣고서 외국으로 망명하니 

몽진 역시 구시대 유산이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