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등록제도는 여러 면에서 혁명이었다.
첫째, 그것은 그 등록 대상이 근대기에 형성된 것들이라는 점에서 문화재란 자고로 앤틱antique이어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으로부터의 혁명이었다.
둘째, 그것은 지정designation이 아닌 등록enlistment이었기에 기존 문화재가 주는 파괴 훼멸 불능의 신화로부터의 혁명이었다.
이런 특징은 곧 등록문화재가 종래의 문화재에 견주어 필연적으로 지닌 약점이기도 했으니, 둘째 특징과 관련해 실제 등록문화재는 그 등재 추진 과정에서, 혹은 등재 직후 무단으로 파괴되어 나가는 비운이 더러 있었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 등록문화재 도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문화재가 시간의 속박 구속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이다.
근대의 상하한선, 특히 하한선을 어디로 잡을 것인가 하는 진부한 논란은 차치하고라도, 그것이 어느 정도 시간의 속박에서의 탈피이기는 했지만 여전히 그 굴레를 벗어던지지 못했으니, 현행 관련 법률 규정에 의하면 50년 이상 된 것을 원칙으로 하되, 예외를 두는 것으로 안다.
물론 이 예외 조항이 50년이 되지 않은 물건에 대해서도 문화재의 영역으로 포섭하는 길을 열어놓기는 했지만, 예외적인 구멍을 마련한 것과 그 진입 조건을 완전히 해체하는 일은 다르다.
나는 말한다.
나는 주장한다.
문화재에 그 어떤 시간의 굴레를 씌우는 행위도 없애자.
이 시간이라는 한계 혹은 특징이 그것을 더 고상하게 만들지는 몰라도, 그래서 그것이 골동품이라는 희귀성을 지닐지는 몰라도 시대는 이미 변했으니,
如컨대, 천안함이나 세월호를 어찌할 것인가?
김연아 올림픽 금메달 스케이트화와 그 복장은 어찌할 것인가?
이들은 길어봐야 그 생성 공간이 현재로부터 10년이 되지 않으며 우리 당대가 생산하는 유산이다.
천안함이 상징하는 그것,
세월호가 상징하는 그 모든 것
이것 역시 이제는 더는 미룰 수 없거니와, 이것 역시 미래의 문화재가 아니라 현재의 문화재라는 사실은 何時라도 잊어서는 안 된다.
문화재 당국자들이여.
깨어라!
안 된다는 망상을 깨뜨려야 한다.
깨어야 산다.
(2017. 1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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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전 아래와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Olympics) S. Korean archery champions to donate 'Robin Hood' arrows, uniforms to Olympic Museum
유지호 / 2021-08-01 14:56:50
올림픽뮤지엄이라 해서 혹 우리네 체육박물관인 줄 알았더니, 스위스에 있는 올림픽박물관이란다.
저와 같은 당대의 유산들이 꼭 우리네 기관에서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우리네가 그런 문화시설로 변변찮은 데 하나 없다는 건 분명 문제가 있다.
덧붙여, 이제는 고민할 시점이다.
왜 문화재는 과거랑만 호흡해야 하는가?
왜 당대랑, 미래랑은 호흡하지 못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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