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현직기자인 정재숙을 임명했다는 소식이 들리자마자 문화재 업계 일부에서는 연판장이 돌았다. 역시나 고고학계였다. 이 놈들은 지들이야말로 문화재 업계 전부라 착각하는 놈들이다.
그 연판장은 그놈들 소행이었는데, 성명서를 내기 위한 초고 상태로 바로 나한테 들어왔다. 보니 가관이었다.
첫째 어떤 놈이 썼는지 문장이 주술관계도 맞지 않았고
둘째 주술관계는 고사하고 앞뒤 문맥도 없고 논리도 없었다.
어떤 교수놈이 썼다는 말을 듣기는 했지만, 나는 지금도 그 초고를 누가 썼는지 확인은 못했다.
저런 중구난방 연판장이 주장하는 요지는 결국 이거였다.
문화재는 전문분야이니 전문가가 해야 한다. 중앙일보 기자 정재숙은 문화재 전문가가 아니다.
그 연판장 초고를 막 취임한 정재숙한테 보냈더니, 이 누님 여걸이라 막 웃으면서 안 그래도 그거 나도 담당 국장이랑 보고 있다 했다.
정재숙은 그런 사람이다.
이참에 고고학계에 주문하는데, 세세한 그런 움직임 즉각즉각 다 보고 들어간다. 누가 썼는지도 다 안다. 내부 간첩 쌔고쌨다. 나? 내가 이 짓 얼만데 내 간첩도 없겠는가?
알면서도 모른 체 하고 나중에 가끔씩 한 자리 준다? 왜? 이거 먹고 떨어지라고. 그러니 제발 쪽팔리는 줄이나 알았음 싶다.
그러니 뻘짓할 생각 마라.
그건 그거고 그네가 말하는 문화재 전문가는 결국 무엇인가? 고고학도가 문화재 전문가인가? 천만에.
내가 고고학 전공자인 것과 내가 그래서 문화재 전문가라는 말은 반딧불과 번갯불 차이라는 말 누누이 했다.
고고학이 문화재야?
그리고 그네가 말하는 전문가 운운해서 내가 질러 버렸다.
"얌뫄! 그래서 너희가 말하는 고고학 전문가가 청장해서 그래서 잘했다는 소리 들었니? 너희가 그렇게 비난하는 사대강사업만 해도 당시 문화재청장이 고고학도 이건무였다. 이건무 그렇게 욕한 게 너희잖아?"
한 마디 더 했다.
"얌뫄, 무슨 전문가 타령이야? 이번 청장 인선 후보자로 고고학도가 들어가 있었어! 그 고고학도가 못한다고 나 자빠져서 정재숙한테 간거야. 알고나 떠들어."
이 두 가지 요지로 나로서는 경고문을 전달했는데, 이 두 가지가 실은 충격파를 줬다.
다름 아닌 고고학계 내부에서 저 논리로 성명서를 내는 데 반대가 만만찮았기 때문이다. 결국 성명서는 연판장 단계에서 폐기됐다.
청장 제의를 거절했다는 그 고고학도한테는 진짜로 그런 일 있었냐는 질의까지 간 것으로 들었다. 그 고고학도? 그런 일 없다고 입 뚝 잡아뗐다. 그는 그런 사람이다.
그가 문화재청장으로 추천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그런 성정 때문이었다. 고고학도 중에서는 비교적 양심적인 교수라 해서 추천됐다.
그건 그렇고 그렇게 비전문가라 해서 고고학계 일부가 반대한 그 정재숙은 물론 사람에 따라 다르기는 하겠지만, 역대 문화재청장 중 가장 존경받고 일을 잘했다는 평을 받는다.
반대했던 놈들아, 이건 어찌 설명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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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장으로 직행한 중앙일보 기자 정재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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