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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미리 써둔 부고, 죽기만 기다리는 언론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0. 1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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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여왕 죽었다고? 프랑스 방송사 미리써둔 부고 실수로 송고
송고시간 2020-11-17 14:46 
최윤정 기자
"오늘 아침 영국은 고아…군주 상실에 국민 애도"
무더기 거짓부고…펠레·카터·퍼거슨 등에게도 결례

 

 

 

영국여왕 죽었다고? 프랑스 방송사 미리써둔 부고 실수로 송고 | 연합뉴스

영국여왕 죽었다고? 프랑스 방송사 미리써둔 부고 실수로 송고, 최윤정기자, 국제뉴스 (송고시간 2020-11-17 14:46)

www.yna.co.kr

 

시대를 풍미한 코미디언 봅 호프 Bob Hope 는 1903년 5월 29일생이라, 물경 백수를 하시고는 2003년 7월 27일에 공식으로 가시었다. 워낙에나 유명하신 분인 데다가 워낙에나 장수를 하셨으니, 이런 분만큼 언론이 제발 죽어주었으면 하고 간절히 바란 사람도 드물다. 

 

그렇다면 왜 이 분은 그리 오래사셨을까? 하도 죽었다는 소식을 언론이 양산한 까닭이다. 죽었다 할수록 죽지 않은 그런 사람이 오래산다는 믿음은 서양이라 해서 예외가 아닌 모양이라, 그의 사망을 둘러싼 오보로 내가 기억하는 것만 두어 번이니, 그런 오보를 낸 언론이 세계를 대표하는 유수라는 사실은 언론이라는 데가 어떤 데인지를 엿보는 흥미로운 창구가 된다. 

 

예컨대 1998년 6월 5일에 있었던 일인데, 이날도 봅 호프가 죽었다는 긴급소식이 타전되었으니 그 발단은 세계 3대 통신 혹은 4대 통신이라는 미국 AP통신 보도가 발단이었다. 이날 자사 인터넷 웹사이트에 AP는 호프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올려놓았으니, 더 웃긴 건 이를 보고 딕 아메이 공화당 하원 원내총무가 봅 스텀프 당시 공화당 소속 애리조나 출신 의원한테 이 사실을 하원회의장에서 공표할 것을 지시했다는 것.

 

실제 스텀프는 C-스팬 방송이라는 데를 통해 생방으로 이 소식을 발표했으니, 이를 본 다른 언론이 난리를 쳤더랬다. 그만큼 봅 호프는 무게감이 컸다. 사망 발표 그 시각 봅 호프는 캘리포니아 자택에서 느긋이 아침식사를 즐기는 중이었다. 결국 사과하는 수밖에. 미리 써둔 부고가 그대로 노출되는 바람에 벌어진 일이었다. 

진짜 죽기 전에도 자주 죽어야 했던 봅 호프 

 

그런 그가 공식으로 죽은 2003년. 진짜로 죽기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그해 4월 16일, 이번에는 CNN이 사고를 쳤다. 미리 작성해둔 그의 부고기사가 웹사이트에 공개되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한데 부고기사 주인공들을 보니 봅 호프 말고도 로널드 레이건, 딕 체니, 피델 카스트로가 있었다. CNN이 제발 죽어라 죽어라 빌면서 미리미리 정성 가득 들여 써둔 부고기사 초안이 이 회사 웹사이트에 링크되면서 일어난 일이었다.

 

이런 일이 벌어질 적마다 봅 호프는 그 특유의 익살스런 말로 받아친곤 했으니, 이런 일은 항용 일어나며, 그런 일을 당한 유명인은 언제나 멋진 말로 웃어넘기곤 한다. 

 

본인은 알겠지. 죽기를 기다리는 기자가 얼마나 많은지 

 

한데 이런 일이 유독 대한민국 사회에서는 삿대질과 고함과 매도로 발전하곤 하니, 언론이라고 오보를 내고 싶어 내겠는가? 물론 그럴수록 조심해야 한다지만, 어디 그런가? 저와 같은 일도 따지고 보면 시스템 오류에서 비롯되는 일이 심심찮고, 나아가 그런 실수에 대범하게 웃어줄 줄 알아야 한다. 한데 유독 대한민국 사회는 지랄발광이다. 그냥 좀 웃어넘기자. 그랬느냐? 고맙다 오래 살게 해줘서 ㅋㅋㅋ 이런 여유 말이다. 

 

 

죽기만 기다리는 기자들, 긴즈버그의 경우

 

죽기만 기다리는 기자들, 긴즈버그의 경우

Ruth Bader Ginsburg, Supreme Court’s Feminist Icon, Is Dead at 87 The second woman appointed to the Supreme Court, Justice Ginsburg’s pointed and powerful dissenting opinions earned her late-life..

historylibrary.net

 

접때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미국 연합대법원 대법관이 죽자 세계를 대표하는 미국 유수 언론들이 갖은 기사를 쏟아냈으니, 그런 보도를 보면서 미국을 언제나 짐짓 증오하는 듯하면서도 속내는 철저히 미국 숭앙주의로 물든 국내 미국 신도들이 "와! 미국 언론은 부고 기사도 이렇게 멋지게 쓰네? 우리는 왜 이리 못하느냐?" 발광하는 모습에 내가 구토하면서 한 말....

 

죽자마자 관련 기사가 쏟아진 긴즈버그. 왜? 얼마나 기자들이 죽기를 기다렸는데? 

 

딴 거 없다. 제발 죽어라 죽어라 죽어달라 빌면서 살아생전 부고기사만 열라 써두는 전통 때문이지 별 것 아니니라고 말이다. 

 

그나저나 저 영국 여왕님 엘리자베스...가뜩이나 장수 중이신데 더 사실 듯하다. 찰스는 어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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