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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밍기적대다, 15년을 묵히다가 변비가 된 《직설 무령왕릉》

by 한량 taeshik.kim 2019. 3. 21.



March 21, 2013 at 8:11 AM 일기장에 나는 다음과 같이 적었다. 

  


오늘 아침...각중에 2001년 출간 예정으로 있다가 출판사에서 교정 원고 넘겨 받은 상태에서 출간하지 못한 


'송산리의 밤..무령왕릉 발굴비화' 원고가 생각났다. 


아까비....




하지만 이로부터 대략 3년 정도가 지난 2016년 4월 30일자로 더는 '아까비'라는 말은 하지 않아도 되었다. 


2015년 11월 28일, 나는 연합뉴스에서 공식 해고되었다. 해고야 그 전에 이미 짜인 각본대로 진행되었으니, 아무튼 내 해직 일자는 저 날짜였다. 그 무렵 나는 실컷 놀자 했다. 그러면서도 내가 하고자 한 글이나 실컷 쓰자 했다. 하늘이, 아니, 박근혜 적폐와 그네들이 꽂아넣은 적폐 경영진이 이리도 나한테 소중한 휴게를 주었으니 이때다 싶었다. 


그리하여 맨 먼저 꺼낸 원고가 2001년에서 성장 혹은 개정을 멈춘 무령왕릉 원고를 꺼내들었다. 그렇게 해서 그 작업을 대략 몇 개월 해서, 마침내 묵은 책이 나왔으니, 그것이 도서출판 메디치미디어가 찍어낸 《직설 무령왕릉》이다. 


제아무리 완성본 혹은 그에 가까운 원고였다 해도, 대략 난감이 한둘이 아니었으니, 무엇보다 15년이라는 막대한 시간이 흘러 그 사이 변동 사항을 보완해야 했으니, 이 일이 가장 큰 고통이었다. 원고에는 할 예정이라 한 것이 이미 한 것이 많았고, 더구나 그 새 적지 않은 무령왕릉 연구성과가 쏟아져 나왔다. 




이런 사연이 있는 까닭에 저 책에는 2000년대 무령왕릉 연구성과가 충실히 반영되었다고는 볼 수 없다. 그 사이 대략 내가 기억하는 사건들과 적어도 언론에서는 한번쯤 다룬 관련 논문들을 중심으로 성글게 보완할 수밖에 없었다. 이 대목은 완전히 새로 써서 넣었다. 


또 다른 문제는 도판이었다. 그 옛날 도판 중 절반은 쓰지 못했다. 새로 찍었고, 새로 스캔했다. 이 일이 적지 않은 고통을 수반했다. 새로 찍는다고 오로지 이 일 때문에 공주를 두세 번을 더 갔다.  


똥은 마려울 때 싸야 한다. 참다, 아끼다 변비되고 돌덩이로 변한다. 


나는 언제나 박사학위를 받은 친구들한테 책으로 낼 거라면 빨리 내버리고 치워버리라 한다. 하지만 이러지 못하는 친구들이 100명 중 99명이라, 말로는 이런저런 핑계를 대거니와, "부족한 데가 많아서" "보완할 데가 많아서"라는 말을 가장 흔히 듣는다. 


그런 말 들을 때마다 난 우스워 죽겠다. 부족한 데가 많은데, 보완할 데가 많은데 우째 학위를 받았냐고? 저런 구실은 실은 불법으로 학위를 받았다는 고백에 다름 아니다. 그걸로 만족할 거면 몰라도 기왕 낼 거면 바로 내고 던져버리라고 하고 싶다. 


아끼다 똥 된다. 




뭐, 보완한다지만, 실제 내 주변 사람 대부분이 그리해서 학위 받고 대략 10년 정도 지난 시점에 그 학위논문이 단행본으로 정리되어 나오는 일을 부지기로 봤는데,  


미안하다 너희들아. 


뭘 보완했는지도 모르겠고, 학위 논문에서 새로워진 것은 눈꼽만큼도 없더라. 


그냥 찍어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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