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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발굴 품질 개선을 위한 문화재청의 역할(3)] “문화재 문제의 근원은 조사단”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3. 1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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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굴 품질 개선을 위한 문화재청의 역할

                                               김태식(연합뉴스) 


목차
          Ⅰ. 0.19%의 힘
          Ⅱ. 규제완화의 희생물
          Ⅲ.“문화재 문제의 근원은 조사단”
          Ⅳ. 문화재는 선택이 아닌 필수
          Ⅴ. 문화재청은 매장문화재 보호에 나서라

 

사진은 본 내용과 직접 관련은 없음

 
Ⅲ. “문화재 문제의 근원은 조사단”  

오늘 우리가 다루려는 문화재는 땅속에 있는 매장문화재이며, 조사방법 혹은 목적으로 더욱 범위를 좁히면 주로 구제발굴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 문제는 그리 고립적으로만 다룰 수는 없는 법이다. 지상문화재와 학술발굴과 일정 부분 비교 검토가 행해지지 않을 수 없다. 
 
매장문화재와 관련한 전반의 취급 방향을 정리한 법률이 ‘매장문화재법’이니, 이 법률이 무엇을 지향하는지는 제1장 총칙 제1조(목적) “이 법은 매장문화재를 보존하여 민족문화의 원형(原形)을 유지·계승하고, 매장문화재를 효율적으로 보호·조사 및 관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는 언급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이 총칙을 보면 결국 이 법은 ‘매장문화재보호법’이다. 
 
이 법률은 모법에 해당하는 문화재보호법이 시대 흐름에 따라 문화재 관련 조항들을 다 담을 수 없는 데다, 매장문화재 관련 업무가 폭증함에 따라 분법(分法)되었으니, 2011년 2월 시행 이래 오늘 현재까지 7번에 이르는 개정이 있었다. 법률 자체가 ‘일부개정’되기도 했으며, ‘타법개정’에 따른 변동도 있었다.

그 변화양상을 하나하나 짚고, 나아가 그 변화양상에 드러난 특징들을 분석하고 싶지만, 지금 그럴 여유가 없다. 그런 법률이 다시금 개정을 앞둔 상태다.

이번 개정 움직임은 의원 발의 형태를 취하지만, 그 주무 부처가 동의하지 않으면 실상 변경이 불가능에 가까운 현실을 고려하면, 그 개정 의지에는 문화재청의 의도가 짙게 반영되어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다시 말해 이번 개정은 국회의원과 문화재청의 합작품이다. 
 
한데 이들이 표방한 개선 방향이 문제다. 개정해야 하는 이유와 그 특징, 그리고 그것이 초래한 문제점 등에 대해서는 다른 분이 다루므로 중언부언하지 않거니와, 그에 대해 매장문화재 전문조사기관과 그 종사자들이 압도적으로 반대한다.

이들이 내세우는 주된 근거는 이 개정안이 결국은 조사단 옥죄기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매장문화재 관련 모든 문제의 책임을 조사단과 그 종사자들에게만 지우고자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내가 봐도 그런 혐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번 개정안 골자를 나는 두 가지로 요약하거니와 첫째, 발굴행정 간소화 둘째 조사단에 대한 감시와 처벌이 그것이다. 
 
이 두 가지는 언뜻 별개 움직임인 듯하지만, 결국 하나로 수렴한다고 나는 본다. 그것은 무엇인가? 건설 촉진이다. 그런 점에서 적어도 이번 개정안만 본다면, 이를 추진하고자 하는 문화재청은 ‘문화재보호청’이 아니라 ‘개발촉진청’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한데 매장문화재법은 시행 이래 줄곧 이런 흐름으로 방향을 달렸다는 데 문제가 도사린다. 이 법은 언제나 공사시행자들에게서 공격에 시달리곤 했으니, 그때마다 그 방어막을 하나씩 해제하는 방향으로 개정이 진행됐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가? 
 

죽어 언젠가는 돌아갈 땅

 
‘매장문화재를 하는’ 주어는 여러 개가 있을 수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되는 주어는 크게 개발시행자와 조사단 두 가지 대척점이 존재한다. 그 심판관으로 국회와 문화재청이 투입된 형국이다. 이 두 대척점 사이에서 조사단이 바라보는 심판관은 심히 편파적이다. 일방적으로 공사시행자 편에 섰다고 성토한다.

내가 보기에도 이 심판관은 공정성의 심대한 문제를 유발한다. 왜? 언제나 그랬듯이 적어도 매장문화재에 관한 한 시행자 편을 거들었기 때문이다.

매장문화재법 시행 이래 저들 심판관이 조사단 편을 든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언제나 민원 해결, 규제 완화라는 깃발을 펄럭이며, 조사단을 옥죄기만 했다. 
 
문화재의 비극은 이에서 탄생한다. 공사시행자들은 하소연 할 데가 많다. 이들은 언제나 국회로 달려가고, 언론으로 달려가 호소한다. 그러면서 말한다. “문화재 때문에 못 살겠다.” “사람이 중요하냐 문화재가 중요하냐.” 그런 시행자 중에는 금권(金權)을 장착한 데가 많다. 대형 건설회사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언제나 문화재를 걸림돌이라 몰아세운다. 반면, 조사단은 어디 가서 하소연 할 데가 없다. 그나마 기댈 곳이 오직 문화재청만 있을 뿐이지만, 문화재청은 그들 편이 아니라는 비극이 있다. 
 
문화재청과 국회, 그리고 여타 시민단체가 보기에 조사단은 “나쁜 놈”들이다. 저들은 오로지 문화재로 돈을 벌고자 혈안이 된 사람들이다.

그들은 일부러 문화재가 없는 곳에도 문화재가 있을 곳이라 해서 발굴조사를 하고, 하루면 끝날 조사도 일부러 늘인다고 손가락질한다. 토기 쪼가리 몇 개 나온 것 갖고 호들갑을 뜬다 한다. 
 
그에 더불어 조사단은 때마다 적당한 사건도 터뜨려 준다. 발굴 비리가 드러나기도 하고, 재단을 사유화하려는 움직임도 곳곳에서 감지된다.

뭐, 들으니 A 발굴단에서는 세습교회 못지않은 족벌 경영이 있다 하고, B 발굴단에서는 장기독재에 따른 피로감이 극에 달해 직원들의 반란이 일어났다는 소문도 들린다. 지들끼리 과당 입찰 경쟁을 벌여 문화재가 곳곳에서 만신창이가 된다는 소문이 무성한지는 오래됐다. 
 
진단은 나왔다. 이 모든 매장문화재 문제의 책임은 발굴단에서 비롯한다. 이때다 싶어 마침내 문화재청은 국회를 등에 업고는 일망타진에 나선다. 급기야 그 자체 법인 인격체인 민간법인 통장 장부까지 까라고 요구한다. 
 
진단이 나왔으니 이젠 그에 맞는 대처법도 내야 한다. 재단들을 해체하고 발굴공영제로 전환하자. 이것만이 만병의 치료약이며 만병의 특효약이라 선전된다. 들으니 솔깃하다.

그래, 문화재가 개발의 걸림돌이 되고 있으니, 또 그 가장 큰 걸림돌이 발굴조사비와 발굴기간이니 비용은 국가가 부담하고, 기간은 줄이면 된다. 전자를 위해 공영제가 나오고, 후자를 위해 규제완화 조치가 줄을 잇는다. 

그에다가 가끔씩 발굴현장 인부도 안전사고로 매몰되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옳거니 잘됐다 싶어 그 다음날 문화재청은 안전교육 강화를 빌미로 전국의 발굴단 대표자들을 불러 모아 일장 훈시를 한다.

너희가 잘못해서 소중한 인명이 희생되었지 않느냐? 발굴단 이리 운영해서 되겠는가? 
 

본문과는 직접 관련은 없음

 
하지만 이런 진단과 대증요법은 그 어느 것이나 언어도단이다. 발굴조사단이 족벌 경영 체제로 들어간 것과 그래서 문화재 조사가 부실로 이어진다는 말은 인과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 둘은 별개 문제다.

그럼에도 둘은 밀접하다고 선전된다. 묻는다. 족벌경영 제재가 ‘매장문화재보호’와 무슨 상관이 있다는 말인가? 그것이 문제인 것은 분명하나, 또 그래서 그것이 개선되어야 하는 것은 분명하나, 그것이 ‘매장문화재법률’을 개정하는 이유는 될 수 없다. 
 
안전사고 문제도 그렇다. 지난 20년 발굴현장을 다니면서 목도한 장면은 고고학이 주는 그 특유의 낭만이 있기도 하겠지만, 그것은 직업이고 일상이며, 그래서 거기에는 낭만만큼이나 애환과 고뇌와 엄혹함이 상존한다.

누가 한겨울 폭설이 내리는 공사장 한가운데서 비닐하우스를 쳐놓고는 발굴을 하게 만들었는가? 누가 40도 폭염에도 발굴조사를 하지 않을 수 없게끔 만들었는가?

이를 묻지 않은 안전교육 강화 역시 언어도단이다. 구제발굴에 내몰리지 않는 문화재청 산하 국립문화재연구소나 해양문화재연구소는 눈이 오면 쉬고, 폭염이 오면 조사를 중단하며, 물살이 거세면 휴식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사정이 다른 구제발굴 현장에서도 통용해야 한다는 발상 자체가 언어도단이다.

이런 국가 주도 학술발굴 현장을 구제발굴 현장에도 요구할 수는 없다. 
 
그래서 공영제로 가야 한다고 말한다. 무엇이 공영제인가 물으니, 결국 발굴조사비 국가 부담이란다. 발굴공사 같은 것을 만들어, 발굴조사는 공사가 대행하게 한다는 것이다.

그리되면 조사의 질도 높일 수 있고, 조사원들의 신분 안정을 꾀하며, 발굴에 따른 민원도 상대적으로 줄인다고 말한다. 이에서 관건은 조사비용인데,

이는 국고에서 충당한단다. 불특정 국민 다수가 부담하는 체제로 전환하겠다는 발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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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굴 품질 개선을 위한 문화재청의 역할(2)] 규제완화의 희생물

[발굴 품질 개선을 위한 문화재청의 역할(2)] 규제완화의 희생물

발굴 품질 개선을 위한 문화재청의 역할 김태식(연합뉴스) 목차 Ⅰ. 0.19%의 힘 Ⅱ. 규제완화의 희생물 Ⅲ.“문화재 문제의 근원은 조사단” Ⅳ. 문화재는 선택이 아닌 필수 Ⅴ. 문화재청은 매장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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