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ESSAYS & MISCELLANIES

변경에서 태어나는 내셔널리즘, 히틀러의 경우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1. 9. 12.
반응형

무솔리니와 히틀러. 둘 다 촌놈이다. 좆도 아닌 촌넘들. 

 

며칠 전까지만 해도, 히틀러에 대한 상식은 여타 한국인과 그다지 다를 바가 없었다. 나쁜 놈, 콧시염, 나찌즘, 하이 히틀러...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간단히 말해 히틀러에 대해서는 내가 거의 관심이 없었던 까닭에 이렇다 한 주의를 하지 않았다.

그렇다 해서 그 며칠 사이에 무슨 거대한 변화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오직 하나의 변화랄까 하는 계기라면, 《나의 투쟁》을 비로소 접어들고 앞 부분과 그리고 소제목들을 훑어가며 내가 관심이 있을 만한 곳을 random picking 식으로 듬성듬성 읽었다는 것이다.  

 

히틀러가 태어난 곳. 보다시피 같은 독일어권이라 해도 빈이나 베를린을 기준으로 할 때는 변경 중의 변경이다. 이런 시골 촌뜨기가 왜 그토록 게르만 민족주의에 열광했는지 그 일단을 이런 출신지에서도 본다. 

 

이 과정에서 왜 히틀러가 그토록이나 혈통과 언어에 기반하는 격렬한 민족주의자였는가 하는가에 대한 일말의 단서를 나름대로는 발견했다. 물론 이것이 내 오판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놓는다.  

1920년대 중반, 그가 집권하기 전에 발간된 《나의 투쟁》은 철저히 자서전이다. 나아가 자서전이라면 누구나 기대하는 그런 수순을 밟으니, 어린 시절 환경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의 증언을 얼마나 믿을 수 있는가는 치지도외하기로 한다.  

 

나치당 문양. 저 卍자는 아리안족 표상이다. 무솔리니가 로마제국에서 이상형을 찾았다면 히틀러는 고대 페르시아에서 그것을 찾았다. 조로아스터교 문양이기도 했다. 니체가 왜 괜히 조로아스터를 들고 나왔겠는가? 바그너는? 히틀러 바그너 니체는 같은 족속이다.   

 

자서전에서 짙게 드러나는 여러 히틀러(hitlers) 중 하나의 히틀러는 변경인으로서의 독일인임을 강박증에 가깝게 인식하는 모습이다. 그는 독일 모국 혹은 본토 격에 해당하는 프로이센 출신이 아니다. 독일 인종이 주축을 이루는 오스트리아 합스부르그 왕가 치하 브라우나우 암 인(Braunau am Inn)이라는 곳 출신이다. (앞 첨부지도 참조) 

이런 변경인으로서의 히틀러는 그의 유별한 민족주의를 이해하는 키워드로 나는 본다. 서울놈은 나는 서울놈이라 내세우지 않는다. 진짜 양반은 나는 양반이라 부르짖지 않는다. 서울 출신이 아닌 놈으로 서울인이고자 하는 놈일수록 서울에서 뿌리를 찾기 마련이다. 처절하게 족보에 매달리는 사람은 놀랍게도 그 가계 적통 가문 사람들이 아니다. 서출이거나, 그 집안 혈통이 필요로 하는 다른 집안 사람들이다. 

 

알사스. 알퐁스 도데 마지막 수업 배경이기도 한 저곳은 실은 언어권으로 보면 독일어권이라, 그가 프랑스 만세라고 칠판에 적은 말은 사기였다. 프랑스에서는 저 지방이 극우정당 뿌리가 되는 곳이다. 저런 변경일수록 중심을 향한 갈망이 강렬하기 마련이다. 파리지앵보다 더 강렬하게 나는 혹은 우리는 프랑스 국민임을 주창하게 된다. 

 

프랑스에서 극우민족주의 성향이 가장 강한 곳이 알자스 로렌이다. 독일과 경계를 왔다갔다 한 곳....이런 데 출신일수록 프랑스 중심부를 치고 들어가기 위해서는 파리지앵보다 더욱더 프랑스인이지 않을 수 없다. 주변인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중심인보다 더욱더 중심인이어야 할 수밖에 없다. 이 법칙에서 히틀러 역시 한치 어긋남이 없다. 

그의 자서전은 과장과 거짓 논란이 많다고 들었거니와, 저 변경인으로서의 독일인 의식만큼은 결코 조작 불가능하다고 나는 본다.

 

알사스 지방 중심지인 스트라부르. 이미 이름에서 독일어 냄새가 난다. 저곳 출신 유명인으로 아스널 감독을 지낸 아르센 벵거가 있다. 그는 프랑스어만큼이나 독일어 또한 유창했다. 이런 그의 특징은 아스널에서 저먼 커넥션을 구축하는 토대가 되기도 했다. 외질이니 메르테자커니 하는 독일 국적 선수들이 대거 아스널에 침투한 원인이다. 

 

서울사람은 서울사람임을 강조하지 않는다. 그네들은 이미 서울사람이요 서울은 이미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까닭이기 때문이다. 그걸로는 약발도 없다. 

지역감정이 강한 이는 서울과 수도권 아닌 사람들이다. 이 사람들이야말로 내셔널리즘 성향이 상대로 강할 수밖에 없으니, 하긴 그러고 보면 대한민국 역대 대통령만 해도 초대 이승만을 제외하고는 모조리 비서울 비수도권 출신이라는 점이 결코 우연은 아니다. 

파시즘 문을 연 무솔리니도 로마나, 아니면 기존 이탈리아 중심인 북부 지방 출신이 아니다. 포를리라는 촌동네 출신이다. 이런 사람일수록 그 중심, 그러니깐 무솔리니의 경우 이탈리아를 더욱 더 강렬하게 부르짖게 된다. 그는 로마제국을 발견했다. 그의 파시스트당, 혹은 그가 이끄는 이탈리아가 지향해야 할 모델로 로마제국을 발명한 것이다. 그래서 수도 역시 로마로 정하고는 그곳을 영원의 도시로 끊임없이 찬양한 것이다. 그는 로마랑은 눈꼽만큼도 관계가 없었다. 

 

촌동네 출신 무솔리니. 저쪽은 로마도, 밀라노도 아닌 촌구석이었다. 그는 로마를 발견했다. 

 

대한민국 혁명은 서울놈들은 못한다. 나는 서울놈이다??? 말발이 먹힐 리도 없고 먹힐 수도 없다. 나 같은 촌놈이 부르짖어야 그 반향은 더욱 큰 법이다. 

말한다. 내셔널리즘은 변경에서 태어난다. 

반응형

댓글